"우선분양 받으려면 3억원 내세요".. 장기민간임대 '매매예약금' 논란

김송이 기자 2022. 10.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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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민간임대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 민간임대 아파트에서 계약자들에게 우선분양을 받으려면 임대보증금 외에 ‘매매예약금’도 내라고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시행사가 민간임대의 이점을 얻으면서 입주예정자들에게 금전적 부담을 추가로 안겨 ‘꼼수 분양’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도봉 롯데캐슬 골든파크 사이버모델하우스에 마련된 단지 조감도/ 조선DB

7일 부동산 업계에 다르면, 서울 도봉구에 들어서는 10년 장기민간임대 아파트 ‘도봉 롯데캐슬 골든파크’ 입주예정자 협의회가 지난달 말 시행사에 임대차계약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시행사에서 계약자들에게 사전에 안내되지 않은 매매예약금을 내라고 요구했다는 게 주된 이유다.

도봉 롯데캐슬 골든파크는 10년 장기민간임대아파트다. 전용면적 84㎡ 총 282가구 규모로, 오는 2025년 입주예정이다. 민간임대특별법상 이 단지는 준공 후 의무임대기간인 10년 후에 분양 전환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입주예정자협의회가 문제로 삼은 것은 매매예약금이다. 협의회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 체결 후 입주예정자들 사이에서 시행사가 매매예약금을 청구할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후 입주예정자들은 시행사에 소문의 진위를 확인했고 “입주 시점에 분양전환가격과 임차보증금의 차액의 49%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매예약금 명목으로 납부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협의회 관계자는 “임대차 계약 당시 입주 후 10년이 지난 2035년 분양전환시 예비 수분양자들에게 우선 분양권을 준다는 우선양도확인서를 교부했다”면서 “우선양도확인서를 믿고 계약에 나선 사람이 대부분인데, 시행사가 분양전환을 위해선 매매예약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갑자기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시행사에서 입주예정자들에게 요구한 금액은 약 3억원이다. 계약 당시 입주예정자들은 10년 뒤 확정분양가로 14억1500만~14억8100만원을 안내받았다. 임대보증금이 약 8억원이니 분양전환을 하고싶은 경우 약 11억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시행사는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임대차 계약 체결 당시 매매예약금에 대해 안내를 했지만, 전매가 가능한 상품이다보니 추후에 임차권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안내를 못 받은 사람도 있는 것 같다”면서 “다만, 원하지 않으면 매매예약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수 있고 매매예약금은 소유권 이전을 위한 금액 중 일부로 임대차 계약과는 별개의 것”이라고 말했다.

시공사인 롯데건설 관계자도 “임대차 계약 체결 당시 구두로 매매예약금 제도에 대해 안내했다”면서 “계약 체결 당시에는 장기민간임대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10년 후 이뤄질 분양 전환 관련해 문서 상으로 안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일반 아파트 분양처럼 계약금, 중도금 등의 분양가의 일부 금액을 매매예약금이라는 이름으로 받는 것”이라고 했다.

민간임대아파트는 주택 건설 후 곧바로 분양하지 않고 일정기간 임대를 준 사업자에게 재산세를 감면해주고, 임대 종료 후 분양을 할 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는 등의 혜택을 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행사가 이점은 다 누리면서 무주택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라는 민간임대주택 제도의 취지와 달리 무주택자들의 부담을 가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슷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해 동탄2신도시 A87블록에서 분양에 나선 공공지원민간임대 아파트 ‘힐스테이트 동탄 더 테라스’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 시행사는 임대보증금과 별도로 6억~7억원에 달하는 매매예약금을 요구하고, 이 금액을 납부해야만 발코니 확장 및 옵션 추가 등을 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매매예약금을 내는 것은 임차인 입장에서 위험 부담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도봉 롯데캐슬 골든파크 입주예정자들이 10년 뒤 우선분양전환을 위해 매매예약금을 시행사 측에 납부하더라도, 매매예약금을 보호하기 위한 어떤 법적 장치도 없기 때문이다. 시행사 측은 질권설정이나, 가등기 등이 없는 상태에서 우선분양전환에 대한 서류만 다시 작성할 예정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매매예약금을 냈다고 하더라고 소유권이 넘어온 상태가 아니다”라면서 “매매예약금을 지불하고 소유권 이전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 10년이 지나야하는데 시행사의 자금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임대법은 민간임대에 대한 사항만 규정하고 있어 사적 거래에 해당하는 매매예약금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는다”면서 “민간임대사업자가 지위에 맞는 역할을 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10년 후 분양전환할 대금을 미리 계약하는 것까지 규제하기엔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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