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약세 보이는 세종,대구,화성,안양의 공통점은 '입주 물량'
새해 들어 아파트값이 약세로 돌아서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은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강력한 대출규제 등으로 주택 수요가 크게 위축된 상태에서 공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면 가격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3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하락한 지역은 세종시(-0.73%)다. 이어 경기 안양 동안구(-0.44%), 대전 유성구(-0.35%), 대구 중구(-0.32%), 대구 동구(-0.17%), 경기 화성시(-0.14%) 등 순으로 하락률이 높았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와 올해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KB부동산 조사를 기준으로 세종시 아파트값 상승률은 2020년 47.01%를 기록, 전국 시군구 가운데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정치권에서 불 지핀 국회·청와대의 세종시 이전 이슈가 집값 폭등을 불렀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상승세가 꺾인 이후 거래가 줄고 매물이 쌓이면서 줄곧 하락세다.
집값이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오른 데다 새 아파트 입주가 많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시 아파트 입주물량은 7668가구다. 아실이 추산한 연간 적정수요인 1859가구를 크게 웃돌았다. 올해도 2157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전셋값도 올해 1.05% 하락했다. 대전 유성구도 지난해 11월 대전아이파크시티(2560가구) 등이 입주한 이후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구의 상황도 비슷하다. 대구의 아파트 입주물량 지난해 1만6904가구, 올해 1만9812가구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동구에 입주물량(5207가구)이 몰렸고, 올해는 중구(4625가구)에서 많은 물량이 풀린다. 특히 중구에는 3월에만 3개 단지 2705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대구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대구 입주 물량은 앞으로 더 늘어난다. 현재 확정된 입주물량만 내년 3만2623가구, 내후년 2만149가구 등이다.
주택시장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청약 시장도 얼어붙었다. 지난해 12월 대구에서 신규 분양한 아파트 6곳 가운데 5곳 청약이 미달했고, 올해 들어 분양한 아파트 3곳도 1순위 청약률은 5∼10%에 그쳤다. 보광종합건설이 남구 대명동에 짓는 '영대병원역 골드클래스 센트럴'의 경우 일반공급분(655가구)에 해당 지역 1순위 청약자가 36가구에 그쳤다.
안양시에서는 지난해 11월 이후 '평촌래미안푸르지오'(1199가구), '한양수자인평촌리버뷰'(304가구), '평촌두산위브리버뷰'(855가구), '평촌자이아이파크'(2531가구) 등 4900여 가구가 입주했다. 단기간에 신규 아파트 공급이 몰리면서 주변 아파트값에도 영향을 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푸른마을인덕원대우' 전용 84㎡는 지난달 8일 9억4500만원(18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8월 최고가로 거래된 12억4000만원(16층)과 비교하면 2억원가량 낮은 금액이다.
동탄신도시가 위치한 화성시도 지난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 예정 호재를 타고 아파트값이 급격하게 올랐지만, 최근에는 매물이 쌓이고 최고가 대비 1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급매물이 팔리고 있다. 화성시 청계동 동탄역시범우남퍼스트빌 전용 73㎡는 지난달 10일 10억2000만원(10층)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9월 11억8500만원(26층)에서 1억6500만원 떨어졌다.
화성시는 지난해 7474가구에 이어 올해에도 1만1441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올해와 내년 7만3000가구가량이 입주하는 인천과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연평균 1만 가구 이상 입주가 예정된 경기 수원시 등도 최근 '가격 조정'을 받고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향후 2~3년간 대규모 공급 폭탄이 예정된 대구는 집값이 계속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수도권 지역은 지역별 가격 상승 폭과 향후 입주 예정 물량에 따라 조정 기간과 폭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설 연휴, 뜨겁게 환호했다…'95세 송해'가 알려준 것
- 악동클럽 이태근 3차 맞고 중태…아내 "뼈만 남아, 살려달라"
- "소득·집·대출은 기본"···이행률 96% 이재명 '공약 퍼레이드' [스트릿 대선 파이터 엔드게임] ⑭
- "3차 맞고 실명위기…눈감고 걷는 연습했다"던 강석우 근황
- 김혜경 비서 "폐경치료제 내 약" 국민의힘 "이재명 집에서 약 먹냐"
- 고 허참 오늘(3일) 발인…손미나 "짝꿍, 허망함에 눈물만"
- "미국 파괴할 유일 군대"…푸틴이 바꾼 러시아군 실체
- 호남 20대 윤석열, 영남 50대 이재명…낯선 이에 마음 열었다
- [단독] 상태 나쁘면 말하라…재택치료 폭증에 재택요양 검토
- 와인이 4초에 한병꼴 팔린다…어느새 '편의주점' 된 편의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