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진다" 정부 경고에도 꿈쩍 않는 이유

노명현 2021. 7. 1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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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수장들 "자산 버블 우려" 한 목소리
반복하는 정책 실패..'정부 못 믿어' 팽배

정부가 과도한 집값 상승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사용, 자산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 향후 거품이 꺼지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요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집값 불안이 계속될수록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온 대출)을 통해서라도 서둘러 집을 사려는 움직임에 더 적극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경고에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반복된 정책 실패로 시장 신뢰가 떨어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수요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의 적극적인 주택공급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집값 하락' 반복되는 정부의 경고

한국은행은 지난달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버블을 경고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물경기 부진에도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 주택매매가격 상승폭이 점차 확대되면서 금융 불균형이 심화됐다.

특히 실물경제가 감당 가능한 수준을 상회하는 주택가격 상승은 대내외 충격에 따른 급락 위험을 증대시키면서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IMF와 유럽중앙은행 등도 금융 불균형이 주택가격 하방리스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등 부동산 정책 수장들도 자산 버블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키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 이어 11일에 출연한 라디오 방송에서도 2~3년 후 집값 하락 가능성을 강조했다. 노 장관은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초저금리가 유지되는 등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풀렸는데, (유동성이)회수되면 주택시장에 조정이 오게 될 것"이라며 "지금 무리하게 주택을 매입하면 2~3년 뒤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정부 경고가 먹혀들지 않는 모습이다. 7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15%로 약 1년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매도‧매수우위지수(KB부동산)를 봐도 무게추가 점점 매도자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매수우위지수(100을 기준으로 100이하는 매도자가 많은, 100이상은 매수자가 많은 상황)는 지난 4월 84로 저점을 기록한 이후 반등했고 6월에는 94.6까지 급등했다. 조만간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 안 믿어'…이유는

정부 입장에선 지속되는 집값 상승에 따른 자산 버블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2000년대 계속된 집값 상승에 이어 2010년대 초반 거품이 빠지며 하우스푸어(집을 보유하고 있지만 무리한 대출로 인한 이자부담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양산됐던 경험이 이번에도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을 잡지 못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지나치게 오른 집값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지만 임대차 시장 불안도 가중되고 있어 무주택자들은 서둘러 집을 사는 게 최선으로 여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 경고에 수요자들이 반응하지 않는 이유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 전망과 실제 집값이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고, 정부가 제시하는 통계에 대한 신뢰도 낮은 게 사실"이라며 "과거에는 정책 입안자들의 한 마디가 시장에 영향을 줬지만 지난 몇 년간 반복됐던 집값 상승과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정부 경고가 먹히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수요자들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 공급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구체화되는 내용이 없어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자산 버블을 경고하면서 오히려 역효과를 야기할 수 있어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의 경고가 틀린 내용은 아니지만 지금 수요자들이 바라는 것은 2~3년 후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아니라 내가 집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이라며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시장에 나오거나 신규 주택 공급 확대 등 구체적인 공급 대책을 통해 내 집 마련에 확신을 줘야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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