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잠김 주범 '민간임대'..서울만 47만 가구

정지성,나현준 2019. 12. 2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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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상 보유 양도세 줄여도
임대등록 많아 공급 증가 제한
2년간 서울 거래물량보다 많고
실수요자 많은 소형단지 많아
일반인에 매각 허용 공급해야
임대등록주택 비율이 8.9%에 달하는 왕십리 센트라스아파트 단지. [매경DB]
문재인정부가 야심 차게 도입한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정책이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지금이라도 임대등록주택 거래를 허용해 매물이 시장에 나오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장 8년의 임대의무기간 동안 일반인에게 매각이 불가능한 임대사업자 제도는 최근 수도권 매물 잠김의 대표적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당초 약속했던 혜택만 줄여왔을 뿐 자유로운 거래는 허가하지 않고 있어 이번 12·16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10년 이상 보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도 실제 공급 확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은 2017년 말 임대등록 활성화 정책이 발표된 이후 2년 동안 17만가구 늘어 지난달 기준 총 47만3000여 가구가 일반적인 매매 거래가 불가능한 임대주택으로 등록된 상태다. 이는 서울 전체 주택 370만가구 중 12.7%가량으로 지난 2년간 서울 전체 주택 매매 거래량 42만3000여 가구보다 많은 수치다. 지난달 기준 전국 임대등록주택은 149만가구에 달한다. 특히 임대등록주택은 실수요자들이 많이 찾는 소형·중저가 단지에 집중돼 서울 '매물 품귀'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정부 임대등록시스템인 렌트홈에 따르면 노원구 하계동 중계주공9단지는 전체 600가구 중 91가구(15.2%)가 임대아파트로 등록됐다. 인근 상계주공9단지도 총 2830가구 중 270가구(9.5%)가 임대등록주택이다. 노원구 관계자는 "저렴한 소형 아파트가 많고 외지에서 투자한 비율도 높기 때문에 임대등록주택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최근 입시제도 개편으로 서울 시세 상승을 주도해온 대치·목동 재건축 단지도 임대등록주택 비율이 높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총 4424가구 중 309가구(7.0%)가 임대로 등록돼 있다. 목동신시가지아파트1단지 역시 임대등록주택 비율이 8.8%에 달한다. 임대등록주택은 임대의무기간(단기 4년, 장기 8년) 동안 같은 임대사업자들끼리만 매매가 가능하고 일반인에게는 매각이 금지된다. 이 기간 내에 일반인에게 매각할 경우 최대 과태료 3000만원이 부과되며 같은 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하면 과태료는 내지 않지만 그간 받았던 세금 혜택을 돌려줘야 한다.

정부는 2017년 말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취득세·재산세 감면 등 각종 혜택을 부여했다. 이에 다주택자들은 임대사업자 제도를 절세 수단으로 활용해 갭투자로 주택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식으로 보유 주택 수를 급격히 늘려 나갔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올해도 11월 135건이던 임대주택 등록이 12월 186건으로 올라갔다"며 "종부세 합산배제 혜택과 양도세 혜택을 받으려고 임대주택을 문의하는 사람이 느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잇단 규제로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을 높였다고 하지만 일찌감치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다주택자들은 각종 세제 감면 혜택을 통해 조세 부담에서 여전히 벗어나 있다. 이에 형평성 논란이 일자 정부는 12·16 부동산 대책에서 그간 주택 가액 기준이 없던 임대사업자 취득세·재산세 감면 혜택에 공시가 6억원 이하 시세 기준을 신설해 또다시 혜택을 줄일 것을 예고했다. 2년 전만 해도 각종 '당근'을 주며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던 정부가 사실상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뒤늦게 혜택을 축소하는 '뒷북 정책'을 편 셈이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10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들은 지난해와 올해 조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거나 친인척에게 증여한 경우가 많다"며 "양도세 완화 대상 물량 중에서 임대 물량을 제외하면 실제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매물은 극히 제한적이므로 시장 안정을 위해선 임대등록주택 거래를 자유롭게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지성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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