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대책? 되레 '재건축 프리미엄'만 키운다

박상길 2016. 8. 2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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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제한 규제 정책 등 제외돼 시세차익 노린 투자자 몰릴 듯 분양권 거품 제거 역부족 전망

정부가 지난 25일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 대책은 언뜻 보면 부동산 투기 세력을 잡기 위한 규제로 보인다.

하지만 분양된 아파트를 일정 기간 매매할 수 없도록 하는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는 빠져 있어 '가계부채 관리 정책'이 아닌 '부동산 시장 대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대책 발표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거래가 줄고 분양권 프리미엄이 일정 부분 빠질 것으로 예상되나 장기적으로 시장 열기는 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는 오히려 그간 과잉 공급됐던 물량 감소로 시장이 안정화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25일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 대책은 주택공급을 △택지매입 △인허가 △착공 및 분양 △준공 및 입주 등 프로세스별로 관리해 나가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LH 공공택지 공급물량을 전년 대비 58% 수준으로 줄이고, 금융기관 PF대출 취급 시 심사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공택지 공급 축소로 주택 분양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정부의 이번 대책이 이미 예견됐던 부분이라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강화할 계획이 아니라고 밝혔고 분양권 전매제한이나 재당첨 금지 등 강력한 카드를 내놓은 게 아니므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여전한 이상 분양권 거품을 제거하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도 "정부의 이번 가계부채 관리 대책 발표는 주택 공급이 많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면서 "이번 대책으로 그간 과잉 공급됐던 물량이 줄어들어 시장이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택 분양 시장은 서울과 지방 핵심 도심권, 유망 신도시 쪽으로 수요가 움직일 가능성이 짙다. 또 LH 공급 물량이 전년 대비 58% 줄게 되므로 민간사업보다는 도시정비 쪽으로 사업 방향이 바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점을 감안해 수익형 부동산 쪽으로도 투자 수요나 실수요층의 이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수익성이 높은 강남 등 수도권 쪽에서 공급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 연기로 시장이 잠시 위축됐던 강남 재건축 시장은 이번 가계 부책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박상언 대표는 "강남 아파트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어 별다른 영향을 못 미치고 조합에서 일반분양가를 예전처럼 높게 책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프리미엄을 노린 일반 투자들이 몰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설명했다.다만 PF 대출보증 강화로 대형 건설사와 중견 건설사 간 사업 추진에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 신용등급에 따라 PF 대출보증 금리가 달라지는 데 브랜드나 상품 입지가 좋고 상대적으로 자금력도 탄탄한 대형 건설사가 사업을 추진하는 데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대책으로 인허가가 늦춰지는 부분, 소비자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중도금 이자 관련해서 관련 사업지의 시공사가 보증 한도를 늘려주는 등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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