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미 관세협상 시작…3대 변수는 품목관세·트럼프 등장·방위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에 부과한 관세를 없애거나 낮추기 위한 한·미 ‘2+2 통상 협의’가 24일 오후 9시(현지시간 24일 오전 8시) 시작된다. 한국은 상호관세 면제와 함께 자동차 품목관세(25%) 면제 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자동차 등 주요 수출 품목이 걸려 있는 ‘품목관세’가 협상 의제에 포함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등장’ 여부와 방위비 증액을 연계한 ‘패키지 딜’ 압박 가능성도 주시할 대목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해 특파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상호관세 부과가 된 것을 철폐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25% 품목관세가 부과된 자동차의 경우에는 대미 교역에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가급적이면 신속하게 이 문제는 저희가 풀 수 있도록 협의를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 장관은 지난 20일 KBS ‘일요진단’에서도 “대미 주역 수출 품목인 자동차를 비롯해 반도체 등의 관세 철폐를 위해 총력전을 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별로 부과하기로 한 상호관세(한국 25%) 외에 자동차·반도체 관세 철폐도 협상 목표로 두고 있다는 얘기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1277억8600만달러였다. 그중 자동차 수출액이 347억4400만달러다. 이어 반도체 수출액이 106억8000만달러, 의약품이 15억1300만달러였다. 자동차·반도체·의약품이 전체 대미 수출의 36.7%를 차지한다.
그러나 자동차 등에 부과된 품목관세가 이번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전망이 분분하다. 상호관세 행정명령엔 각국과 협의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다고 명시된 반면, 품목관세에 대해선 특정 국가에 예외가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안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 관세에 대해 협상 여지를 보였느냐는 질문에 “아직 특별히 그런 것을 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보다 1주일 먼저 협상을 시작한 일본 역시 자동차·철강 품목관세의 면제를 강력 요구했으나 미국은 “다른 나라에도 연관되는 것인데 일본만을 특별 취급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일본 NHK 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게다가 자동차 관세의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 조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어느 시점에서는 인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스스로 자동차를 생산하길 바란다. 이제 그런 환경이 마련됐다. 미국 내에서 자동차를 제조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자동체 제조업체들을 위해 자동차 부품 관세 ‘일부 면제’ 방안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CNBC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2일부터 부과한 철강·알루미늄 및 그 파생상품 관세(25%) 중 범퍼, 차체, 서스펜션 등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는 면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최근 몇 주간 이어진 자동차 업계 경영진의 강도 높은 로비에 따른 조치라고 FT 등은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 스스로 품목 관세 ‘후퇴’에 나설 경우, 각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품목관세가 다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일 협상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등장할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앞서 지난 16일(현지시간) 진행된 미·일 관세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과 50분간 ‘돌발’ 회담을 했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일본을 지키고 있는데, 일본은 아무것도 부담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하며 “대일본 무역적자를 제로(0)로 만들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무역과 안보를 엮는 ‘패키지 딜’을 사실상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한·미 협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나타날 경우 주한미군 방위비,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참여 등 민감한 사안을 건드릴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무역과 안보는 별개”라는 입장으로, 이번 협상단에도 방위비 관련 담당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LNG 관련 담당자 역시 현지 출장을 이유로 이번 협상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비·알래스카 등 민감한 이슈에는 선을 긋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돌발 등장’한 트럼프의 압박이 있었음에도 일본 정부 역시 방위비 인상은 관세 협상에서 다룰 수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21일 “관세 협상을 안보 문제와 연계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방위비는 일본이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일본은 대신 자동차와 쌀에 대한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협상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일본은 5월1일을 전후해 미국과 2차 협상을 가질 예정이다.
대한국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미국이 구체적인 어떤 무역장벽을 직접 언급할지도 주목된다. 그간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소고기 30개월령 이상 수입 제한, LMO 농산물 수입 절차, 환율 등을 문제삼아왔다.
아울러 한국이 ‘당근’으로 제시할 한·미 조선업 협력 방안, 미국산 LNG 구입 확대 등에 미국 측이 얼마나 관심을 보이느냐 역시 향후 협상 전개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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