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휴전 틈 타 ‘보안법’ 강화한 홍콩 정부
미국의 안보 위협을 명목으로 거론

미·중이 관세전쟁을 잠정 중단한 틈을 타 홍콩 정부가 ‘홍콩판 국가보안법’을 강화하는 보완입법을 기습적으로 단행했다.
19일 홍콩프리프레스(HKFP)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홍콩 정부는 ‘국가안보수호조례’(기본법 23조)를 보완하는 부속법례를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부속법례는 13일 관보에 게재돼 즉시 발효됐다. 국회 격인 입법회와 시민사회에서 논의할 틈도 없이 보완입법이 이뤄진 것이다.
홍콩 입법회는 발효 이틀 후인 15일 임시회의를 열고 부속법례 심사작업에 돌입했다. 크리스 탕 홍콩 보안국장은 입법회에서 급작스러운 부속법례 제정 이유에 대해 “국제정세가 매우 엄중하게 급변하고 있다”며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2주 전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공개 간첩 모집 동영상을 공개한 사실을 거론했다.
홍콩 정부가 마련한 부속법례에는 행정장관이 관보에 고시해 공안 담당 기구인 국가안전공서 주변 지역 6곳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국가안전공서의 조사 내용을 언론 등에 발설하면 처벌한다는 제안도 담겨 있다.
기본법 23조에 따라 중국으로 인도되는 홍콩 범죄 피의자가 인도 절차를 거부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조항도 부속법례에 담겼다. 탕 국장은 입법회 심의에서 본토 송환 이후 수사와 재판은 중국 법 체계의 적용을 받는다고 답했다. 입법회 심사는 5시간만에 종료됐다.
홍콩 정부가 부속법례 제정 사실을 발표한 12일은 미·중이 관세전쟁 휴전을 선언한 날이다. 중국공산당은 이날 2만자 분량의 ‘신시대 중국 국가안전백서’를 발표했다. 백서에는 홍콩 관련 내용도 비중있게 포함돼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정부가 중국의 지원을 받아 수개월 간 보완 입법을 준비했으며, 홍콩 정부 내부 관게자를 인용해 “세계의 관심은 미·중 무역전쟁의 휴전에 쏠려 있고, 미국이 홍콩에 새로운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은” 기간을 선택해 밀어붙였다고 전했다.
홍콩 이공대 강사인 천 웨이창은 싱가포르 연합조보와의 인터뷰에서 “홍콩 정부의 부속법례 제정은 최근 몇 달간 지속된 중·미 관계의 긴장과 확실히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원한 혐의로 수감돼 있는 지미 라이 사건을 무역협상에 포함시킬 것이라 밝혔으며 중국은 크게 반발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발효된 기본법 23조는 중국 정부가 마련해 2020년 시행된 홍콩 국가보안법에 더해 홍콩 입법회가 제정한 법률이다. 두 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의 시민사회 활동은 크게 위축됐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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