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원체육관에 챔피언 배너 달고 싶어요” LG 상승세의 주역, 필리핀 스타 타마요
[점프볼=조영두 기자] 창원 LG는 2024-2025시즌에도 상위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기대를 걸었던 두경민은 부상으로 개점 휴업 중이며 전성현의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여기에 팀의 대들보인 아셈 마레이, 유기상이 부상으로 장기간 이탈해 있었다. 이 가운데에서도 꾸준히 승수를 쌓으며 2위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칼 타마요(24, 202cm)가 있었기 때문이다.
LG에 새롭게 합류한 타마요는 단숨에 핵심 멤버로 자리매김했다. 시즌 초에는 역할이 한정적이었지만 리그에 적응하면서 본연의 득점력을 뽐내기 시작했고 3라운드에서는 6경기 평균 19.6점 6.5리바운드 3.7어시스트로 라운드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아시아쿼터선수 최초의 라운드 MVP라 그 의미가 더욱 컸다. LG를 넘어 리그 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타마요를 창원에서 만났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4월호에 게재됐으며 인터뷰는 3월 11일에 진행됐습니다.
매거진 표지 촬영은 처음인데 어땠는지?
너무 감사하다. 표지 촬영은 처음 해보는데 팬들에게 나를 보여줄 수 있어서 기분 좋다. 필리핀에도 농구 전문지가 있다. 대학 시절 인터뷰를 했었는데 프로 와서 이렇게 매거진 인터뷰를 하는 건 처음이다.
KBL은 내가 농구선수로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LG는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팀이다. 분명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했고, 지금까지는 너무 좋은 결정을 한 것 같다.
대학 시절부터 KBL 팀들의 관심을 받았는데 한국 대신 일본을 선택했던 이유는?
그때는 B.리그가 최선의 선택이었다. 나에겐 정말 좋은 기회였다. 일본에 있을 때도 LG에서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셨고, 내게 영입 제안을 해주신 점에 대해 감사드린다.
오프시즌 적응 기간이 필요했을 텐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어느 리그, 팀에 가든지 새로운 걸 받아들이고 시스템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KBL은 굉장히 터프한 리그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LG만의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적응하는 게 굉장히 중요했다. 팀에 적응하고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지금도 성장하기 위해 매일 최선을 다하고 있다.
조상현 감독이 수비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모두가 아는 사실 아닌가. 감독님은 항상 수비를 강조하신다. 나는 감독님 주문사항에 맞춰 성장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시즌뿐만 아니라 다음 시즌을 준비할 때도 좀 더 수비에 신경 써야 한다. 다음 시즌에는 수비에서 더 좋아진 플레이를 보여드리고 싶다.
마레이가 없어서 우리 팀 경기력을 보여주기 어려웠다. 이겨내기 위해 동료들끼리 대화를 많이 했다. 감독님도 위기를 이겨내야 된다고 하셨다. 이런 마음들이 합쳐져 팀이 다시 반전할 수 있었다. 더 좋은 팀이 되는 원동력이었다. 나와 팀 모두 성장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시즌 내내 부상선수가 많아서 동료들과 손발 맞추기 힘들었을 텐데?
부상선수가 많지만 남은 선수들과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벌써 플레이오프가 다가오고 있다. 주어진 상황에서 계속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
KBL에 적응하면서 팀도 살아나기 시작했는데?
감독님 주문사항을 열심히 이행하려고 했을 뿐이다. 팀과 감독님이 원하는 농구를 하려고 했다. 감독님 농구에는 변화가 많다. 이 변화에 빨리 녹아들어 코트에서 플레이로 보여드리고 싶었다.
3라운드에서는 아시아쿼터선수 최초로 MVP를 수상했는데?
나에게 굉장히 특별한 의미다. KBL에서 내 농구를 인정받은 것 같아서 감사하다. 팀을 위해 계속 노력하는 모습이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마레이는 너무 좋은 선수다. 내가 나쁜 패스를 해도 잘 잡아준다. 그래서 경기 때 부담 없이 패스 할 수 있다. 마레이와 코트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대화를 자주 나눈다. 그러다보니 좋은 호흡을 보여주는 것 같다. 계속 같이 뛴다면 앞으로도 팀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조상현 감독은 어떤지?
감독님은 굉장히 디테일하고 섬세하다. 말씀을 잘 듣고 준비해서 경기 때 이행해야 한다. 그게 팀이 이기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감독님이 준비하는 농구가 코트에서 나타날 수 있게 내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
LG가 울산 현대모비스, 수원 KT와 2위 경쟁을 하고 있는데 자신 있는지?
물론이다. 감독님이 원하는 농구가 잘 되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2위로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한다면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갈 수 있는 더 좋은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한다. 휴식 기간도 더 가질 수 있다. 꼭 2위를 할 수 있도록 남은 경기도 열심히 뛰겠다.
“눈을 봐서 좋았지만 추위는 싫어요”
타마요는 한국 생활에도 빠르게 적응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제육볶음 등 한식을 즐겨 먹는다. 어른을 만나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까지 한다. 한국인 패치가 70% 정도는 되지 않았나 싶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눈이다. 필리핀은 눈이 오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 눈을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하지만 곧바로 한국의 추위 이야기를 꺼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추위가 견디기 힘든 건 누구에게나 다 똑같은 것 같다.
너무 춥다. 겨울이 힘들다. 눈을 봐서 기뻤지만 정말 춥더라. 그래도 맛있는 음식이 많다. 한국 문화를 좋아하고, 사람들도 친절하다. 전체적으로 너무 만족스럽다.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있다면?
창원에 ‘윤호네’라는 백반집이 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제육볶음 등 여러 메뉴를 번갈아가며 먹는다. 김치, 어묵볶음 등 반찬들도 다 맛있다. 처음엔 조금 매웠지만 요즘엔 정말 맛있게 먹고 있다. 이야기하니까 또 먹고 싶다(웃음).
신기했던 한국만의 문화가 있는지?
나이 많은 사람들을 공경하고, 예의를 중요시하는 게 신가하다. 라커룸에 들어가면 코칭스태프, 선배들에게 항상 인사를 하더라. 필리핀에서는 모두가 같기 때문에 전혀 없는 문화다. 후배가 선배를 어려워하는데 선배는 후배에게 장난을 많이 치는 것도 신기했다.
쉬는 날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KBL 경기 일정이 워낙 빡빡해서 휴식을 취한다. 집에서 잠을 자거나 사우나를 가기도 한다. 맛있는 음식도 먹고, 컴퓨터 게임도 한다. 요즘 집에서 ‘도타 2’라는 게임을 즐겨하고 있다.
맞다. 태어나서 처음 눈을 봤다. 필리핀은 눈이 오지 않는다. ‘나 홀로 집에’ 같은 크리스마스 영화를 통해 눈을 봤는데 실제로 봐서 너무 신기했다. 그래도 추위는 싫다(웃음).
한국에 있는 필리핀 선수 중 친하게 지내는 선수가 있는지?
JD(조엘 카굴랑안). 평소 연락을 자주한다. 수원에서 맞대결 했을 때 경기 전날 만났다. 내가 더 빨리 왔으니 한국 문화, 농구 스타일, 코칭 스타일 등 여러가지를 많이 알려줬다. 나에게 정말 소중한 친구다.
요즘 케빈 켐바오(소노)의 활약이 좋아서 타마요와 비교가 많이 되고 있는데?
스타일이 다르지 않나. 켐바오는 좋은 선수다. 패스 능력을 갖추고 있다. 나는 나만의 유니크한 스타일이 있다. 그리고 우리 팀 순위가 소노보다 높다(웃음). LG에서 좋은 동료들과 좋은 농구를 경험하고 있다. 팀 성적으로 보면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카이 소토, 드와이트 라모스, 매튜 라이트 등 해외에서 뛰고 있는 필리핀 선수들이 많다. 한국 오면 잘할 것 같은 선수는 누구인지?
소토는 오면 안 된다. 신장(220cm)이 너무 커서 사기다(웃음). 라모스와 라이트는 혼혈이라 규정상 KBL에 오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다. 다들 너무 잘하고 있어서 누가 KBL에 와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필리핀의 전부라고 봐도 된다. 어디서든 농구를 한다. 심지어 신발 없이 하기도 한다. 농구를 통해 필리핀 사람들이 행복해진다.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스포츠다.
아반도는 훌륭한 선수다. 사람들이 그의 화려한 덩크슛을 좋아하는 것 같다. KBL에 다시 왔으면 좋겠다. 나는 공항이 마비 될 정도는 아니다. 농구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알아보지 않을까 싶다.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서 EASL에 출전한다면 필리핀 팀들과 맞대결이 가능하다.
일본에 있을 때 EASL 경기를 뛰어본 적이 있다. 너무 좋을 것 같다.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창원체육관에 EASL 배너를 한번 달아보고 싶다.
남은 시즌 목표는?
개인적인 목표는 머릿속에서 최대한 지우려고 한다. 경기 준비하는데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팀 목표만 생각하고 있다. 창원체육관에 LG 전자 홍보 배너만 가득하다. 한번 챔피언 배너를 달아보고 싶다. 개인상을 받는다면 기쁘겠지만 우승하는 게 더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LG 팬들에게 항상 감사하다. 너무 과분한 사랑을 보내주신다. 창원체육관에 정말 많은 팬들이 오시는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성적 낼 테니 더 많이 찾아와서 응원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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