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국가대표 지식 플랫폼으로 새출발”

황건강 2025. 4. 19.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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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 개관 80돌
김희섭 국립중앙도서관장이 ‘AI 실감 서재’에서 중앙SUNDAY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도서관은 세대를 아우르는 공간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지식의 토대입니다.”

도서관의 미래를 설명하던 김희섭 국립중앙도서관장의 손끝이 책상 위에 떠있던 아이콘에 닿자 오른편에 관련 영상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지난달 17일 국립중앙도서관이 야심 차게 선보인 ‘인공지능(AI) 실감 서재’에서였다. 좌석마다 탑재된 AI는 이용자의 음성이나 클릭에 따라 연관된 정보를 화면에 띄우고 참고할 만한 도서를 추천하는 등 앞에 앉아 있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었다.

흡사 SF 영화의 한 장면처럼 AI를 통해 도서관 정보 검색을 마친 김 관장은 “AI 기술 혁신에 따라 도서관도 끊임없이 변신을 모색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쇄 기술도 불과 한 세기 전에는 첨단 기술이었다”며 “21세기 도서관도 새로운 첨단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들면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관장은 한글 정보 검색 특허를 보유한 정보기술(IT) 전문가로 1990년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근무하던 중 인터넷이 확산되자 검색 기술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에 영국 유학길에 올라 정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와 국제표준화기구(ISO) 기술위원 등을 지낸 뒤 지난해 6월부터 국립중앙도서관장으로 재직 중이다. 지난 12~18일 도서관의 날과 도서관 주간을 맞아 김 관장이 바라보는 AI 시대 도서관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좌석마다 AI 탑재, 책 추천 등 실시간 소통

Q : AI 도서관의 변신이 인상적이다.
A :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맞아 도서관도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공간을 넘어 배움과 창조·소통의 공간으로 진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국립중앙도서관도 AI는 물론 메타버스와 확장현실(XR) 등 각종 최첨단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동시에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강연·전시 등 이를 뒷받침할 다양한 프로그램을 늘려가고 있다.”

Q : 도서관의 위기에 대한 우려도 적잖다.
A : “디지털 콘텐트가 급속히 증가하고 비대면 서비스가 일상 곳곳에 자리 잡으면서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대중이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을 상대적으로 덜 느끼는 것 또한 현실이다.”
실제로 전국의 연간 공공도서관 이용자 수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8958만 명까지 줄었다가 2023년엔 2억226만 명으로 늘었지만 팬데믹 직전인 2019년(2억8441만 명) 수준엔 아직 미치지 못한 상태다. 종이책을 찾는 수요도 갈수록 줄고 있다. 2023년 성인 3명 중 2명(67.6%)은 1년간 종이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고 성인 연평균 구입 도서도 종이책은 1.0권으로 전자책(1.2권)을 밑돌았다.

Q : 그럼에도 도서관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A : “도서관은 도서 대여나 열람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지식과 관점을 교환하는 종합 공간이다. 서가를 걷다가 무심코 눈에 들어온 책을 마주하며 뜻하지 않은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곳, 다양한 독서 토론과 강연 등을 통해 비슷한 지적 욕구를 가진 시민들과 교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최근 하루가 다르게 다양한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너무 많은 정보는 아무 정보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럴 때일수록 막대한 정보의 바다에서 양질의 정보를 스스로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Q : 국립중앙도서관이 80주년을 맞았다.
A : “국가 지식 유산의 보고이자 국민 문화생활의 장소로 80년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뜻깊은 해다. 1945년 10월 개관 당시 28만 권이던 보유 장서도 1400만 권을 넘어섰다. 80주년을 맞아 평소 공개되지 않은 희귀 원본 전시회를 여는 등 여러 기념행사도 준비 중이다.”
1400만 권 보유, 희귀 원본 전시회 등 준비
지난달 17일 서비스를 시작한 국립중앙도서관 내 ‘AI 실감 서재’에서 이용자가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있다. [사진 국립중앙도서관]

Q : 이젠 책을 보관할 공간도 부족할 텐데.
A : “국립중앙도서관 수장 능력이 1500만 권가량이라 이미 90% 이상 찼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도서관법에 의해 종이책은 물론 전자책과 웹툰·웹소설·오디오북 등 국내에서 발간되는 모든 책을 소장하게 돼있어 온·오프라인 모두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2028년까지 강원도 평창에 국가문헌보존관(가칭)을 마련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완공되면 2240만 권의 장서를 포함해 디지털 정보까지 방대한 양의 국가 지식 자원을 보존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Q : 21세기 도서관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특히 중점을 두려는 분야는.
A : “AI 시대엔 AI 역량이 곧 국가 경쟁력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국립중앙도서관도 지난 80년간 국가 인재 양성의 견인차가 돼왔던 것처럼 21세기 디지털 AI 시대에도 그에 맞게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생각이다. 이미 2021년부터 AI 학습과 개발에 필수적인 방대한 분량의 한글 데이터 구축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AI 기업과 전문가들이 연구와 실험을 위해 도서관을 즐겨 찾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Q : 향후 도서관의 역할은.
A : “과거엔 연구자들이 자료를 얻기 위해 도서관을 찾았다면 머지않은 미래엔 AI가 관련 지식을 얻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에 대비해 국립중앙도서관도 AI 시대의 국가대표 지식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 지식문화의 소중한 유산을 지켜나가는 동시에 미래 세대를 위한 튼튼한 지식의 토대를 다지는 것, 이게 또 다른 80년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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