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뿐이었던 동해 표기 세계지도, 지금은 40%"

허정연 2025. 8. 16. 02: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기태 반크 단장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한국 관련 자료들을 살펴보고 있다. 최영재 기자
K팝과 한국 문화를 기반으로 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공개된 지 7주 만에 누적 1억5880만 뷰를 달성하며 넷플릭스 역대 최다 시청 애니메이션으로 올라섰다. 영화 삽입곡 ‘골든(Golden)’도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오른 지난 11일 기자와 마주한 박기태(51) 반크(VANK) 단장은 “최근 케데헌 등 K컬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면서도 “2억 명이 넘는 전 세계 한류 팬이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한국 관련 정보 중 상당수는 여전히 왜곡된 채 퍼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크’는 해외 교과서·지도나 주요 사이트 등에 잘못 기재된 한국 관련 정보를 시정하는 운동을 펼쳐온 비정부단체(NGO)로, 박 단장이 1999년 직접 만든 대학생 해외 펜팔 사이트를 기반으로 시작해 올해로 27년째를 맞았다. 초창기엔 동해와 독도 오류 시정에 집중했다. 박 단장은 “반크 활동 초기엔 해외에서 발행된 세계지도 중 동해가 표기된 게 3%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40%까지 늘었다”며 “설립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일본·중국에 비해 ‘무명의 나라’나 다름없었지만 한류가 큰 인기를 끌면서 정확하게 알려야 할 정보도 역사·문화 등 한층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Q : 민간 외교사절단으로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외교 영역도 개척했는데.
A : “인터넷 시대가 열리고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외국인 친구들의 e메일 문의가 늘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조금이나마 역할을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그들이 온라인상에서 접하는 한국 관련 정보 상당수가 잘못돼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누군가는 왜곡되지 않은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처럼 디지털 외교 활동을 펼치는 민간단체는 전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물다.”
박 단장은 “최근 BTS와 블랙핑크가 국위선양 측면에서 외교관이 못다 한 일을 해내고 있듯 반크도 ‘한국인 한 명 한 명이 모두 외교관’이란 모토로 사반세기 넘게 꾸준히 시정 활동을 펼쳐 왔다”며 “문제는 우리가 모니터링 등을 통해 왜곡된 정보를 시정하는 속도에 비해 최근 인공지능(AI)의 학습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Q : AI의 정보 왜곡은 어느 정도인가.
A : “최근 여러 생성형AI 플랫폼에서 우리의 주요 문화유산에 대해 질문했더니 경복궁은 일본 오사카성 등 엉뚱한 이미지로 표시되고 독도는 남태평양의 외딴 섬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석굴암은 아예 동굴 밖에 불상이 나와 있을 정도였다. AI가 우리나라 역사·문화는 물론 랜드마크조차 제대로 학습하지 못했다는 대표적인 증거다.”
박 단장은 “우리 정부의 공식 웹사이트 상당수는 보안상 이유로 해외에선 열람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인터넷 텍스트를 학습하는 AI가 우리보다 중국·일본 자료를 더 먼저, 방대하게 접하면서 한국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전혀 거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 생성형AI는 이제 전 세계인이 매일 접하고 있는 만큼 역사 왜곡 또한 훨씬 더 빠르게 확산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반크도 대책 마련에 부심했고, 그 결과 15일 광복 80주년을 맞아 글로벌 거버넌스 플랫폼인 ‘위폼(Weform)’을 정식 출범하게 됐다. 기존에 운영해 온 국제 청원 플랫폼인 ‘브릿지 아시아(Bridge Asia)’와 국민 참여 정책 플랫폼인 ‘울림’ ‘열림’ 등의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디지털 정보 왜곡 시정 및 올바른 정보 확산 운동에 나선 것이다.

박 단장은 “일반 시민들도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외교 공간’을 제공하고자 했다”며 “글로벌 이슈나 주요 왜곡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면 공동 논의를 통해 정책 제안으로 발전시켜 국제기구나 관련국 정부의 정책에 실제로 반영되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Q : 광복 80주년에 맞춰 출범한 이유가 있나.
A : “광복절은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날의 본래 의미를 되새기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봤다. 고종은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를 파견해 을사늑약의 불법성을 폭로하고 우리의 주권 회복을 열강에 호소하고자 했다. 그러나 특사들은 회의장 안에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 이후 광복을 맞으며 주권을 되찾았지만 80년이 지난 지금도 자국 이익에 기반한 역사 왜곡 등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은 변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젠 우리도 호소인을 넘어 국제 무대에서 직접 주도권을 잡고 ‘K거버넌스’를 실현할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갖춘 만큼 광복 80주년을 새로운 계기로 삼고자 했다.”

Q : 위폼 캠페인에 나서며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을 특히 강조했는데.
A : “동양평화론은 안 의사가 1910년 옥중에서 집필한 유고다. 안 의사는 당시 제국주의 열강에 의해 침탈을 당하던 동아시아 현실에서 ‘무력 충돌’이 아니라 ‘국가 간 협력’을 통한 평화 구축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동아시아 내부의 자율적 연대를 통해 서구 열강 중심의 국제 질서에 대응하려는 전략적 사상이기도 했다. 비록 미완성된 채 일부 초안만 남았지만 그가 던진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하다. 반크가 ‘지금 전 세계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제 문제는 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이제 우리도 세계 속 문화강국으로 급성장했다. K컬처 영향력을 지렛대 삼아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야말로 21세기 또 다른 ‘광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