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선 출마 위해 넘어야 할 산 [신율의 정치 읽기]

2025. 4. 1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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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출마 여부를 놓고 갖가지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지난 4월 11일 공개된 한국갤럽 자체 정례 여론조사(4월 8일부터 10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전화 면접 방식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항목에서, 한 권한대행은 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결코 높다고 볼 수 없다. 국민의힘 지지층 중에서도 단 6%만이 한 권한대행을 장래 정치 지도자로 꼽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지지율을 돌아보자. 2016년 11월 둘째 주 한국갤럽 정례 여론조사의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반기문 전 총장이 21%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19%, 안철수 대표 10%, 이재명 시장은 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지지층에서는 반기문 전 총장이 무려 51%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둘째 주 여론조사에서는 문재인 대표와 반기문 전 총장 지지율이 동률을 기록했고, 급기야 2017년 1월 둘째 주 한국갤럽 정례 여론조사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반기문 후보를 앞서기 시작했다. 이 시점부터 반기문 전 총장의 하락세가 두드러지기 시작했고, 결국 반기문 전 총장은 대권 도전을 포기했다.

이를 언급하는 이유는 현재 지지율보다 향후 지지율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한국갤럽 조사는 자유 응답 방식이었다. 응답자가 스스로, 생각나는 차기 정치 지도자를 언급하는 방식이다. 예시를 주고 한 명을 선택하는 ‘선다형 방식’이었다면, 한 권한대행 지지율이 2%보다는 높게 나왔을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대선에서 나타난 일반적인 패턴을 감안하면, 최소한 4% 정도 지지율을 기록한 인물을 주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기문 전 총장처럼 높은 지지율을 보이다 하락하는 것보다는, 낮은 지지율에서 출발해 점차 지지율이 상승하는 경우가 당선 확률이 더 높긴 하다. 그런 차원에서 한덕수 권한대행 지지율 추이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한 권한대행은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필자는 한 권한대행 출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한다.

첫 번째 이유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지명 몫인 헌법재판관 두 명을 임명했다는 점이다. 이게 논란이 될 수 있음을 몰랐을 리 없다. 더구나 윤석열 전 대통령 절친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을 지명했다는 것은, 한 권한대행이 출마 결심을 굳혔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윤 전 대통령 지지층을 의식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근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다. 이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에 출마하느냐”고 물었고, 한 권한대행은 “여러 요구가 있어 고민 중이며 아직 결정된 바 없다”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권한대행은 과거 주미대사를 지냈다. 외교적 언어에 능통할 것이라는 뜻이다. 그런 인물이 이 정도 답변을 했다는 것은 출마 의지가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여러모로 대권 주자로 손색이 없는 인물이다. 경력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는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해 주미대사까지 역임했다. 이러한 경력은 그가 행정 관료로서 경제 분야 전문성을 갖췄으며 동시에 외교 분야에서도 경험과 역량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부총리를 지냈고 국무총리도 두 차례 역임했다. 특히 그는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장수 국무총리다. 이낙연 전 총리의 기록을 깼다. 정통 관료가 주는 전형적인 안정감도 국민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한 권한대행의 단점도 존재한다.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그가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는지 혹은 반대했는지, 이에 대한 입장이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이는 민주당이 설정하려는 대선 구도와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을 ‘내란 옹호 세력’과 ‘민주주의 수호 세력’ 간 대결 구도로 만들고자 한다. 만약 국민의힘에서 탄핵 반대 입장을 가진 인물이 대선 후보로 선출된다면, 민주당이 원하는 구도가 보다 명확해진다. 이 때문에 한 권한대행이 실제로 대선에 출마하려 한다면, 자신의 탄핵 관련 입장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한 권한대행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모임’이 정상적인 국무회의가 아니었음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 이 발언은,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를 고려하면,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탄핵에 찬성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으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인 이완규 법제처장을 지명했다는 점에서, 그가 여전히 윤석열 전 대통령 그늘 아래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이런 양면적 행보를 고려하면, 그가 탄핵에 찬성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내란 옹호 세력’이라는 주장에 신빙성을 더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국민의힘 내부 친윤 의원들 지지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는 점이다. 친윤계 정치인들이 한 권한대행을 지지한다면, 일반 유권자는 그를 ‘윤 전 대통령 시즌2’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윤 전 대통령 지지층이 견고하다고 주장하며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강력한 지역 기반과 민주화 운동의 상징성을 지녔던 3김을 제외하고는,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나면 정치적 영향력도 빠르게 쇠퇴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고 보기 어렵고, 그의 지지층 역시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추론은 가능하다. 따라서 한 권한대행이 친윤계 의원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대권 도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한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를 위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장애물은 ‘심판’이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문제다. 즉, 선거 관리의 최고 책임자가 직책을 내려놓고 출마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상황으로 보면, 한 권한대행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황우여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은 YTN의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한 권한대행을 위해 ‘꽃길’을 깔아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일단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하는 방식이다. 이는 선거 흥행을 위해 나쁜 선택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을 고려한다 해도, 한 권한대행은 대선 출마 여부를 하루빨리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6호 (2025.04.23~2025.04.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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