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역꾸역 살며 삶에 잡아먹히는 기분인 당신, 이걸 강추합니다
[오선정 기자]
발달 장애(자폐 스펙트럼) 아동의 엄마인 나는, 아이를 낳고 육아 휴직 후 첫 복직을 했을 때 얼굴이 많이 힘들어 보인다는 소리를 들었다. 아들과의 일상 속 이야기를 연재 기사로 쓰고 있다(관련 기사: 발달 장애 아들과 함께 삽니다 https://omn.kr/2c0bg )
사람들이 나를 짠하게 보는 시선을 느낄 때마다 속으로 그저 '노화가 시작되었구나 ' 생각하며 각종 쁘띠 시술을 해준다는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검색창에서 뒤적여보기도 했다. 그러나 미용 의원들의 휘황찬란한 이벤트와 할인가격을 보며 다양한 시술 품목들을 보고 있자면 생각보다 결제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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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미 없이 시간은 흘러갔다.삶에 잡아먹히는 기분이 들었다.(자료사진) |
ⓒ izzyfisch_ on Unsplash |
살면 살수록 삶의 주름은 더 촘촘해지기만 할 뿐, 줄어드는 법이 없었다. 흰머리와 주름은 늘어났으며 늘어난 삶의 주름에 반비례하여 생활의 즐거움은 줄어들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텨 낼수록 삶을 살아가는 느낌이 아니라 삶에 잡아먹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가 한 지인이 내게 필요할 것 같다며 추천해 준 책 <오티움>(2020년 7월 출간)을 만났다.
지인 역시 추천받은 책, 돌봄에 지쳐있는 이들에 꼭 필요하다 생각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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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티움 워킹맘으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나에게 힘을 준 오티움 |
ⓒ 오선정 |
그렇지만 능동적 휴식이라는 말에 은근한 반감과 함께 호기심이 일어 책을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읽다보니 이 책이야말로 항상 시간이 없고 맞벌이 가정이나 아이 돌봄에 지쳐있는 장애 가족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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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티움' 책에서 말하는 능동적 여가 활동의 예시들 여가 시간은 사치라고 생각했던 내가 이 책을 읽고 팍팍한 삶에도 윤활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 오선정 |
'내가 조금 덜 쉬어야 집안이 잘 돌아가지'라는 생각으로 자신만을 위한 시간은 하나도 없이 직장에서 가정에서 시간을 보내고 그렇게 살아야만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나의 경우엔 그랬다.
그러나 과연 정말 그럴까? 제대로 된 충전도 없이 마냥 일을 하거나 가정을 돌본다고 해서,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온전히 자기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나 취미가 있어야 오히려 삶의 주름이 펴지고 윤택해진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나 또한 휴식은 사치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맞벌이에 아이는 발달 장애 워킹맘인지라 1분 1초가 아쉬웠고 내 잠을 줄여야만, 내 휴식을 줄여야만 내가 더 발전하고 아이가 발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호랑이도 곤하면 자고, 개구리도 움츠려야 뛰듯이 적당한 휴식과 즐거움을 위한 시간이 누구에게나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오티움> 책에서는 나만의 오티움을 찾는 다양한 방법과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나 또한 일과 가정, 육아 말고도 무언가 가슴 뛰는 일이 무얼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부족한 시간을 어떻게든 확보해 보기 위해 이것저것 검색해 보다가, 정부에서 하는 '발달 장애 가정의 휴식 지원 사업'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는 발달 장애 가족의 양육 부담을 경감하고 정서적 안정을 돕기 위해 보건복지부 등에서 휴식, 여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인데, 나 또한 이용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관련 정보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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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24에서 제공하는 '발달장애인 가족휴식지원사업' 설명 |
아이와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다소 지치고 힘들어서 늘 위로의 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나만을 위한 오티움을 만든다면 바쁘고 각박한 세상에서 가장 좋은 위로를 건넬 수 있는 건 사실 나 자신이 아닐까?
비슷하게 꾸역꾸역 사는 당신이라면, 당신도 나처럼 위로받는 순간이 오기를 바라며, 정신과 전문의 문요한 작가의 저서 <오티움>을 슬며시 추천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SNS에도 실립니다.이 기사는 개인SNS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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