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서만 하루 1만 장... 보조배터리 합선 방지 비닐봉투 실효성 논란

이환직 2025. 4. 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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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월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를 계기로 기내 보조 배터리 반입 기준을 강화하면서 내놓은 배터리 단락(합선) 방지를 위한 비닐봉투 보관 조치가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부터 인천국제공항에서만 하루 1만 장가량 사용되는 배터리 보관용 투명 비닐봉투가 외부 합선은 예방 가능하나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내부 합선'은 막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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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내부 합선 못 막아"
충전율 30% 이하 규정 등 필요
지난달 1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대한항공 체크인 카운터에서 배터리 보관용이라고 쓰여있는 비닐봉투에 보조배터리가 넣어지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지난 1월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를 계기로 기내 보조 배터리 반입 기준을 강화하면서 내놓은 배터리 단락(합선) 방지를 위한 비닐봉투 보관 조치가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부터 인천국제공항에서만 하루 1만 장가량 사용되는 배터리 보관용 투명 비닐봉투가 외부 합선은 예방 가능하나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내부 합선'은 막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17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기내 보조 배터리 반입 기준이 강화되면서 전국 공항에는 승객들이 기내에 반입하는 배터리 보관용 지퍼백이 비치됐다. 인천국제공항은 장당 17원짜리 지퍼백이 하루 1만 장, 김포공항은 25원짜리가 일주일에 5,000장가량 사용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항공사 측은 "성수기에는 더 많은 지퍼백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비닐봉투 보관 조치가 보조 배터리 단자와 금속의 접촉을 막아 합선을 방지한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 생각은 달랐다. 비닐봉투는 머리핀, 클립 등이 배터리 단자에 들어가 발생하는 외부 합선을 막기 위해 10여 년 전 권고된 조치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내부 합선에는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내부 합선 발생 시 비닐이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지난달 공개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분석 결과 1월 28일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는 배터리 내부 합선으로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비닐 쓰레기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는 전류가 흐르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하는 배터리 내 분리막 손상으로 절연이 파괴돼 발생하는 내부 합선이 주요 원인인데, 국토부는 외부 합선을 막는 엉뚱한 답을 내놓은 것"이라며 "USB-C 등 요즘 배터리 단자는 외부 합선을 차단하는 구조로 돼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배터리가 포함된 휴대폰, 노트북 등 항공화물 운송 시 적용돼 이미 실효성이 검증된 '배터리 충전율 30% 이하' 규정을 적용하거나 배터리 품질 기준을 높이는 것이 비닐봉투를 나눠주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지난 1월 28일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조사 진행 현황을 14일 발표했다. 사진은 기내에서 발견된 보조 배터리. 국토교통부 제공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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