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능욕' '패드립' 넘치는 교실···언제까지 "어쩔 수 없다"고만 할 건가
공교육에 미디어 리터러시·시민교육 필요
교회의 극우 교육 문제도 대책 마련해야
"아동 정서학대 가능성, 전수조사 필요"
편집자주
어느 날, 극우적 생각을 내보이며 부모를 걱정시키는 아이. 더 나아가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동에 참여한 10대들.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고 있는 것인가. 한국일보는 10대 극우화의 현상과 원인을 파고들었다.

'패드립(가족욕설)'이나 고인이 된 정치인을 무작정 조롱하는 '능욕 놀이'조차 바로잡지 않는 교실. 교육기본법이 제시하는 교육의 목적, 즉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것'은 실패한 지 오래다.
그 결과는 약자 혐오·차별을 내면화하고 성장하는 소년, 나아가 청년들의 모습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한국일보는 '소년이 자란다' 기획 마지막회로 공교육 밖 극우화, 교실 내 우경화 현상이 확인된 10대 소년들을 위해 대대적인 교육 개혁 필요성을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제시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내실화 및 시민교육 의무화 필요
가짜뉴스·혐오·차별 콘텐츠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추도록 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한국의 공교육에선 의무화되어 있지 않다. 다만 교육당국은 물론 한국언론진흥재단, 방송통신위원회 등도 허위조작정보의 제작·유통의 심각성은 인지해왔다. 교육부 관계자는 "해마다 10억원 정도의 예산을 들여 교사들을 대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연수를 하고 관련 콘텐츠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진흥재단도 매년 약 1,000개 초중고를 미디어교육 운영학교로 선정해 전문 강사를 파견하고 있다. 또, 재단은 '미디어 교육은 어렵고 재미 없다'는 일각의 인식을 허물기 위해 놀이 중심의 미디어리터러시 프로그램도 개발해 학교 현장에 보급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정현선 경인교육대 미디어리터러시연구소장은 "국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과도한 미디어 사용 규제 △유해 콘텐츠 차단 등 '보호주의' 관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미디어 리터러시의 근간은 콘텐츠에 숨은 사회적 맥락·의도를 읽고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것인데 정작 이런 교육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정규 교육과정 곳곳엔 이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적용해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예컨대 초등 4학년 국어 단원 '사실과 의견 구분하기'에선 사실과 의견의 예시만 배울 게 아니라 '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야 하는지' 비판적 사고의 필요성을 가르쳐야 한다. 초등 6학년 국어 단원 '뉴스 만들어 보기' 역시, 기술적·절차적 체험에 그칠 게 아니라 직접 뉴스를 제작하는 입장이 되어 언론사가 어떻게 주요 의제를 설정·선별하는지 체득하도록 해야 한다.
정 소장은 "캐나다는 과목별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접목할 수 있는 대목을 짚어 교수법을 해설해 주는 자료가 있다"며 "우리나라도 구체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지침을 마련해 교사들이 과목별 수업에서 상시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치를 이념 문제로만 치부하지 않고, 교실에서 교사들이 비판적 사고를 가르칠 수 있는 시민교육의 토대도 필요하다. 이창국 징검다리교육공동체 대표는 "10여 년 전부터 이미 각 시도 교육청이 토의·토론 수업의 필요성을 절감해 왔지만, (정치적 의견 표명 등) 교사에게 정치기본권이 없는 상황에서 사회·정치 현안을 교실에서 꺼내기엔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며 "정치기본권 보장은 토론하는 교실의 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교사의 편향된 시각을 걱정하는데,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원칙'처럼 정확한 매뉴얼을 만들면 된다.

문제를 인식한 정부가 개선 의지를 보이고는 있다. 이재명 정부는 123대 국정과제 중 100번 과제로 '시민교육 강화'를 내걸었다. △교육활동 전반에서 토의·토론 등을 통한 역량 강화 △학교시민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범부처 협업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역사교육 강화 등이 핵심이다.
최근 위 문제의식을 망라한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교실 극우화 방지 3법'이다.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 입법△디지털 미디어 문해 교육 기본계획 수립 및 체계화 △가짜뉴스 극우 유튜브 제재 강화 입법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극우 대안교육기관, 언제까지 손 놓나
극우 교회가 공교육에서 아이들을 빼내는 문제도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본보 기자가 만난 한 10대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부모가 학교를 보내지 않고 교회에서 극우 사상을 주입받았지만 제도적 개입은 전혀 없었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이들이 의무교육을 받지 못하는 환경에 두는 것 자체가 이미 아동학대"라며 "특히 아동·청소년에게 어른의 정치사상·신념을 강제로 주입하는 건 정서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보호자가 아동을 특별한 사유 없이 학교(의무교육)에 보내지 않거나 무단결석을 방치하는 행위는 '교육적 방임'으로, 아동학대 처벌 대상이다.

그런데도 학교를 관할하는 교육부, 학교 밖 청소년을 관할하는 여성가족부 관계자들은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이 아무런 교육도 받지 않는다면 교육 프로그램을 연계하겠지만 가정에서 자체적으로 교육을 할 경우 질적 수준을 중앙 부처가 판단한다는 건 그 자체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 방문한다고 하더라도 방문자 한 명에게 판단을 맡기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여가부도 뾰족한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공교육에서 벗어난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제도·사업이 있는지 묻자 여가부 관계자는 국비 지원 사업인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를 소개했다. 센터 교육을 통해 부수적 교육 효과를 얻어 사상 편향을 일정 부분 예방할 수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부모가 원치 않을 경우 무용해진다. "청소년이 센터에 참여하려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수집 동의 절차가 있고, 이때 부모 등이 알게 되는 과정이 있다"며 "보호자가 이를 원치 않을 경우 더 강요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극우 교회가 운영하는 미등록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종합적 대책도 필요하다. 대안교육기관법은 의무적인 신고제를 기반에 둔 학원법과 달리 자율적인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다. 학원보다 규제가 약하고, 이로 인해 미등록 기관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조차 교육당국은 파악하지 않는다.
극우 교회가 스스로 '대안학교'라고 지칭하는 미등록 대안교육기관은 △교육기관 등록 신청조차 안 했거나 △신청을 했지만 적절한 교육기관이라고 인정받지 못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로 인해 학력 인정을 받지 못한다. 교육청에서 반기에 한 번 정도 학생이 안전한지 보호자 연락 등을 통해 확인하는 정도가 전부이다.
또 다른 교육부 관계자는 "각 시도 교육청과 협력해 미등록 대안교육기관의 현황을 파악하려고 노력은 한다"면서도 "등록되지 않은 기관의 실태를 100% 파악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등록 대안교육기관조차 극우 사상 교육을 하는 현실이 본보 취재에 포착됐지만, 예산 지원을 하는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해 말엔 국무총리 산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내에 대안교육기관을 별도로 관리하기 위한 대안교육지원센터도 생겼다. 하지만 교육부와 동일한 이유로 미등록 기관 관리는 사실상 안 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최근 등록 기관에 대한 운영비 일부 지원이 가능해져 예전보단 등록 건이 늘었다"면서도 "미등록 기관 다수는 애초에 제도권을 떠나려는 곳이 많아 다시 제도권 내로 들어오길 원치 않는 경향이 있고, 등록은 의무가 아닌 만큼 권유에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극우 교육 현상, 우선 명확한 실태조사부터
면밀한 기준을 만들어 미등록 대안교육기관을 아예 금지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작용도 예상되는 만큼 정확한 실태조사가 우선이라고 했다. 대안교육기관법을 분석해온 조용호 변혁법제정책연구소장은 "통상의 대안교육은 정규 교육과정에 얽매이지 않고 아이들 특색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함으로써 교육의 순기능이 커진다"며 "등록 시 교육 내용 요건을 강화한다면 오히려 정상적인 대안교육기관 다수에 간섭이 될 수도 있고, 미등록을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면 등록을 준비 중인 곳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등록 기관 금지보다 아동학대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이홍우 대안교육연대 사무국장은 "극단적인 사상 교육 사례는 초기에 제재·관리하지 않으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아동·청소년 안전을 담당하는 교육부·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 등 유관 부처가 협력해 미등록 기관에 대한 아동학대 실태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 소장 역시 "각 지역 교육지원청이 공조하면 미등록 기관 현황을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며 "실태조사를 통해 발견되는 아동학대 사례에 대한 조치를 확실하게 한다면, 일반적인 대안교육 현장을 보호하면서도 일부 잘못된 사례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오로지 '입시'만 존재···근본 원인은 목적 잃은 공교육
이 대표는 "오늘날 공교육이 더는 본래 교육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근본적 진단을 내렸다. 그러면서 "아이들·학부모가 공교육을 불신하게 되면서 극우 사상에 노출된 근본적인 원인은 '학교 교육이 뭘 목표로 하는가'에 대한 답이 없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무기력한 학교도 아이들의 공교육 이탈을 심화하고 있다. 정유진 학교시민교육노조위원장은 "학생들 사이에선 인터넷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 내용을 교실에 앉아 듣기만 하는 것을 무의미하게 느끼고 반발하는 기류가 뚜렷하다"며 "학교 안에 사회·정치 현안을 자유롭게 논할 수 있는 광장이 있었다면 학생들이 열린 시각으로 세상을 미리 경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권정민 서울교대 교수 역시 "아이들이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극우 유튜버가 말하는 가짜뉴스를 믿는 건 교육의 실패 탓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국어 지문을 두 번 읽으면 떨어지는, 즉 생각을 하면 안 되는 시험"이라며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생일 때부터 이런 형태의 시험을 연습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명문대에 진학할 '엘리트 양성'을 앞세우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을 장악한 상황에선 학교부터 바뀌기 쉽지 않다"며 "지금 우리 사회는 아이들이 주체적인 시민으로 자라도록 교육과정을 다시 구성해야 하는 중차대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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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소년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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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10대와 정치
- • 고교생 10명 중 4명 '개표 부정' 믿고 계엄엔 반대…'십대남' 현상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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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교생 10명 중 4명 '개표 부정' 믿고 계엄엔 반대…'십대남' 현상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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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유튜브와 아이들
- • 페미니즘 때리면 구독자 오른다...10대 파고드는 극우 유튜버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0215480001135) - • "3년 반 동안 단 5건"...유튜브 가짜뉴스에 손 놓은 정부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301010000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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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독일의 교실
- • "교사가 정치 얘기한다고 민원? 당연히 없다".. 독일 고등학교 교실 가보니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0115150002047) - • "극우 청소년에 질문, 스스로 혼란 느끼게"···정치교육 선진국 독일에 물었더니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0115150005414)
- • "교사가 정치 얘기한다고 민원? 당연히 없다".. 독일 고등학교 교실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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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핀란드의 교실
- • 한국선 '패드립(가족욕)' 난무하는데···중2가 초4에게 '인터넷 윤리' 가르치는 국가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0409400004026) - • "청소년 때부터 '이것' 배운다" 핀란드 국민이 가짜뉴스에 꿈쩍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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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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