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평화를 위한 여정”… 성공할 수 있을까 [아침을 열며]

2025. 8. 2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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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이슈된 우크라 안전보장
일단 합의 부인하는 푸틴 속내
트럼프, 강행의지가 핵심 동력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 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군사기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앵커리지=AP 뉴시스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이 ‘노딜’로 싱겁게 끝났다는 분석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사이에는 종전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에 대해 모종의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회담 전까지만 해도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은 물론,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어떠한 형태의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방안 자체를 반대해 왔다. 나토 헌장 제5조는 “한 나라에 대한 공격은 모든 나라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라는 집단방어 원칙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사실상 자동 개입을 보장하는 조항으로 해석된다.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그토록 경계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회담 이후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는 CNN 인터뷰에서, 푸틴이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나토 헌장 제5조에 준하는 보장을 제공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역시 트럼프가 자신에게 이 사실을 직접 확인해 줬다고 전했다. 만약 이러한 발언들이 사실이라면, 향후 종전 논의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물론 러시아를 포함한 전쟁 당사국들이 다자간 집단방어 형식의 안전보장에 합의하더라도, 영토 복원 및 분할이라는 거대한 난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강력한 안전보장을 확보한 우크라이나가 영토 문제에 있어 지금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모든 영토를 수복하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주권을 지킬 수 있는 확실한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목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은 이번 미·러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것으로 알려진 다자간 안전보장 방안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 변화에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동안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정상회담 후 미국이 유럽과 함께 안전보장 방안을 ‘조율(coordinate)’하겠다는 입장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최소한의 역할만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고, 실제로 미군이 우크라이나에 주둔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미국은 무기 판매 중심의 지원을 이어갈 것이며, 방공망 제공 등 공중 지원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CBS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주권(sovereignty)’ 보장은 평화협정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루비오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에 강력한 의지를 갖추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문제는 푸틴의 태도다. 트럼프는 푸틴이 다자간 집단안보 형식의 안전보장에 합의했다고 확인했지만, 푸틴은 마치 “내가 언제 그랬어?”라는 식으로 합의 내용을 사실상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회담 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에는 러시아의 모든 합법적 우려가 고려돼야 한다”라는 입장을 밝혔고, 보다 구체적으로는 평화유지군이든 어떤 형식의 서방국 군대의 우크라이나 주둔은 절대 불가하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는 실질적 억지력 확보를 위해서는 단순한 집단방어 협약만으로는 부족하고, 서방 병력의 물리적 주둔이 꼭 필요하다는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입장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푸틴은 결국 합의의 모호성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시간 끌기 전술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푸틴의 의도가 명확해졌을 때 트럼프의 결단이다. 트럼프는 과연 이전에 공언한 대로 제재의 칼을 휘두르며 푸틴을 압박할 것인가. 아니면 “난 할 만큼 했으니 이제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며 발을 빼는 선택을 할 것인가.

트럼프와 푸틴이 정상회담을 개최한 회담장의 뒷배경에는 ‘평화를 위한 여정(Pursuing Peace)’이라는 슬로건이 걸려 있었다. 평화 여정이 성공하려면, 트럼프가 칼집만 만지작거리지 말고 칼을 뽑아 매섭게 휘둘러야 할 순간이 곧 올 것 같다.

김재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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