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받고 출전한 부산오픈에서 생애 처음으로 16강 오른 신산희 "나도 믿기지 않는다"
[부산=김홍주 기자] 국가대표 신산희의 거침 없는 행진이 본선에서도 이어졌다.
부산오픈챌린저 예선에도 출전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계 랭킹(653위)이 낮았던 신산희는 주최측의 초청 자격인 와일드카드를 받고 예선에 출전하여 1번 시드 바이 얀(중국, 세계 242위)과 나카가와 나오키(일본, 세계 356위)를 꺾고 본선에 올랐다. 본선 1회전에서도 조하너스 몬데이(영국, 세계 259위)를 맞아 2-0(6-3 6-4)의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었다(16일 부산 스포원테니스경기장).
신산희는 경기 후 “아직까지도 이겼다는 것에 대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어안이 벙벙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신산희는 “1세트 초반에 상대 공이 워낙 좋아서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1세트 중반 바로 브레이크 백에 성공한 것이 오늘 경기의 승부처였다”고 분석했다.
신산희는 1세트 초반 자기 게임을 빼앗기며 2-3으로 리드를 내주었으나 6번째 게임에서 바로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3-3을 만들고, 그후 단 한 번도 리드를 허용하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 했다. 신산희는 1세트에서 2번, 2세트에서 1번 상대 게임을 빼앗았다.
신산희는 지난해 중국 지난챌린저(CH50) 이후 생애 두 번째로 챌린저 본선 16강에 진출했다. 신산희는 이번 대회에서 예선통과 5점과 2회전 진출 8점을 합쳐서 랭킹 포인트 13점을 획득하면서 랭킹을 많이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경기 후 가진 신산희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경기 소감은?
“어안이 벙벙하다. 사실 나보다 랭킹이 높은 선수여서 경기 들어가기 전까지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물론 포기를 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는 이기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이기니까 (인터뷰를 하는 지금)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두 번째 챌린저대회 2회전 진출이다.
“작년 중국에서 한 번 16강에 갔었는데, 그때랑은 기분이 다르다. 대회 규모도 다르고, 출전 선수들의 면모도 다르다. 그때는 나랑 같이 ITF 대회를 뛰는 선수들을 상대하였고, 이번에는 세계 200위권의 챌린저 선수들을 꺾은 거여서 뿌듯함이 크다. 200위권 선수들을 3번 연속으로 이겨서 한편으로 무섭기도 하다. 그래도 3~4년 해외 무대를 도전하면서 경험이 쌓여서 리드 시에도 냉정하고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간 것 같다.”
이번 대회에 출전할 때의 목표는?
“나는 뭐든지 현실적으로 목표를 잡는 편이다. 솔직히 예선 1회전만 통과하자는 게 목표였다. 근데 예선 대진표를 받고서는 1번 시드를 만나면서 ‘나는 대진 운도 없구나’고 생각했다. 그래도 위안이 되었던 거는 같은 아시아권 선수라서 서브가 좀 약하고, 스트로크 대결은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막상 예선을 해보니까 내 공이 잘 맞았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다. 지금은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자’는 생각을 한다.”
오늘 경기에서 어떤 게임 플랜을 갖고 나왔는지?
“챌린저 대회 선수는 거의 대부분 모르는 선수들이다. 어제 이기고 나서 오늘 상대한 선수의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찾아봤다. 왼손잡이라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포핸드가 좋고, 특히 돌아서서 치는 포핸드가 좋은 것 같았다. 최대한 상대가 치기 좋은 공과 코스로 안 주기 위해 노력했다.”
올해 28살이고, 해외 무대 도전이 좀 늦은 감이 있다고 생각은 안하는지?
“솔직히 좀더 빨리 도전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가 든다. 너무 아쉽지만 지금 와서 누구 탓을 할 수는 없다. 그 당시에는 그런 부분에 대해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다. 제 동기 중에 권순우 홍성찬 선수들이 있다. 친구들이 해외 투어를 다니다가 국내 대회에 출전하면 그래도 한번씩은 내가 이긴 경험도 있다(웃음). 용인고 시절에는 단체전 우승을 휩쓸기도 했다.”
해외 무대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세종시청에 입단 후 남지성 형의 룸메이트였다. 서로 성격도 잘 맞았고, 형이 굉장히 잘 해줬다. 내가 국군체육부대에 있던 21~22년에 (남)지성 형이 계속적으로 ‘해외 무대에 도전하라’고 나를 일깨워주었다.”
오늘 경기 후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감사해야 할 사람이 너무 많다. 가족도 있고….근데 이번에 여자친구가 동행을 하고 있다. 계속적으로 나를 믿고 응원을 해주고 있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 또한 와일드카드를 배정해준 부산오픈 주최측에도 감사하다. 그들이 기회를 안 주었다면 오늘의 자리도 없었을 것이다.”
2회전에서 만나는 선수(쉬 위슈, 대만)는 잘 아는지?
“대회장에서 마주 친 사이 정도다. 경기나 연습도 한 적이 없다. 오늘도 유튜브를 보면서 잘 분석해 보겠다. 지금까지 알기로는 공을 플랫성으로 낮게 치는 스타일로 알고 있다. 공도 빨리 잡아서 치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내일도 잘 해보겠다.”
징크스나 루틴은?
“징크스나 루틴을 만들면 거기에 갇히게 되고, 자꾸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징크스나 루틴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안 만들려고 집착하는 게 징크스라면 징크스다.”
<사진> 인터뷰 실을 찾아와 기자들을 향해 포즈를 취해준 신산희와 여자친구
글= 김홍주 기자(tennis@tenn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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