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영재들 가르치는 이세돌 '교수'... "AI와 조화 이루는 통찰력 전수하겠다"

김태연 2025. 4. 1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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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경쟁 대상이 아니라 협력할 수 있는 상대다. AI와의 협업을 통해 스스로를 가둬둔 틀을 깰 수 있다."

AI와 겨룬 바둑에서 승리를 거둔 유일한 인간으로 기록된 이세돌 9단이 이번 학기부터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공학과 특임교수로 부임해 과학 영재들을 가르치고 있다.

올해부터 3년간 UNIST에 재직하면서 이 교수는 바둑과 AI 융합연구를 통해 AI를 둘러싼 논의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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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으로 AI 이긴 유일한 인간
2월부터 UNIST 특임교수 부임
'보드게임 제작' 수업 맡아 강의
AI 캠퍼스 조성에도 기여 예정
11일 울산 울주군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이세돌(왼쪽) 기계공학과 특임교수가 자신의 수업에 출석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UNIST 제공

"인공지능(AI)은 경쟁 대상이 아니라 협력할 수 있는 상대다. AI와의 협업을 통해 스스로를 가둬둔 틀을 깰 수 있다."

AI와 겨룬 바둑에서 승리를 거둔 유일한 인간으로 기록된 이세돌 9단이 이번 학기부터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공학과 특임교수로 부임해 과학 영재들을 가르치고 있다. 11일 UNIST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이 교수는 AI가 학생들에게 협업 상대가 돼야 한다며, 9년 전 알파고와의 대국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문제해결 능력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길러 AI 시대를 주도할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학기 그는 '과학자를 위한 보드게임 제작' 수업을 맡았다. 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직접 보드게임을 설계·제작하며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능력을 기른다. 물론 바둑도 이 교수가 직접 가르친다. 학생들은 바둑을 두면서 처음 맞닥뜨리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이 교수는 "단순한 기술 전달을 넘어 인간과 AI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가르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창의적인 바둑을 두려 노력했지만 나도 모르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알파고와 겨루고 협업하는 동안 스스로를 가뒀던 그 틀을 깰 수 있었다"며 이런 경험을 학생들과 공유한다고 했다.

이세돌 교수가 11일 울산 울주군 UNIST 공학관에서 특임교수 임용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UNIST 제공

12세에 입단해 2019년 은퇴하기까지 이 교수는 24년 4개월 동안 세계 바둑계를 평정했다. 2016년 3월 인류 대표로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와 '세기의 대국'을 벌였고, 귀중한 1승을 거뒀다. 이후 어떤 바둑기사도 AI를 이기지 못했다. 그런 그가 과학기술특성화대학에 몸담기로 한 데 대해 세간의 궁금증이 컸다. 이 교수는 "학생들에게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사고를 자극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어" 강단에 서게 됐다고 했다.

이는 기존의 교육과 연구 환경을 AI 시대에 맞춰 도전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겠다는 UNIST의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이날 UNIST는 이 교수 초빙 배경과 함께 'AI 스마트 캠퍼스' 운영 계획을 소개했다. 교육, 연구, 행정 전반에 AI 기술을 접목해 △AI 전환(AIX) 융합형 인재 양성 △자체 소형언어모델(SLM)과 자율화 실험실 구축 등 AI 기반 연구 환경을 확장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박종래 UNIST 총장은 "전공과 상관없이 모든 학생이 AI의 기본 소양을 갖출 수 있는 교육을 전면 도입하고, '1인 1 생성형AI' 활용 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라며 "이 교수와 함께 AI 스마트 캠퍼스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와 알파고의 대국은 인간과 AI의 관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킨 계기가 됐다. AI를 일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시각과 자칫 AI에 의존하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다양한 관점이 여전히 공존한다. 올해부터 3년간 UNIST에 재직하면서 이 교수는 바둑과 AI 융합연구를 통해 AI를 둘러싼 논의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그는 "바둑뿐 아니라 창작,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어떻게 활용할지 준비하면서, AI와 구별되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강화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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