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지나간다… 정부, 이제 미복귀 의대생 미련 버릴 때
당국, 지난 1년 내내 읍소·후퇴 반복
의대 편입 경쟁률 최대 수백 대 1 달해
면학 분위기 위해 진지한 검토 필요
“이제 그만 사업자가 아닌 교육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전국 의대생 연합체인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가 지난 20일 성명서에서 대학 총장들에게 한 말입니다. 총장들이 학칙에 따라 등록하지 않으면 제적을, 수업에 나오지 않으면 유급을 시킨다는 입장을 밝히자 이같이 맞받았습니다. 학칙은 대학 구성원이라면 예외 없이 적용받는 ‘학교의 법’입니다. 그리고 전체 대학을 관장하는 총장은 학칙을 바로 세워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의대생 단체의 성명은 자신들에게 더 이상 특별대우를 해주기 곤란하다는 총장들을 향해 ‘당신들은 돈을 좇는 사업자이지 교육자가 아니다’고 비아냥댄 것으로 읽힙니다. 금이야 옥이야 키워져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금쪽이’들 모습과 많이 겹칩니다.
사실 금쪽이란 표현이 이들에게 딱 들어맞지는 않습니다. 금쪽이들은 통상 미성년자인 아이들을 일컫습니다. 의대 신입생의 절반 이상은 n수를 하고 들어옵니다. 4수, 5수를 하고 들어오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6년 과정을 밟습니다. 의대생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상당수는 20대 중반의 성인인 것이죠. 자기 결정에 스스로 책임져야 할 나이란 뜻입니다. 사회에 일찍 진출한 또래들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의대에 ‘있는 집’ 자제가 많다는 것은 뉴스가 아닙니다. 요즘에는 잘 집계되지 않지만 몇 년 전 의대생 국가장학금 수혜 비율을 보고 놀란 일이 있습니다.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는 고소득층 비중이 일반 학생보다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의대 신입생 70~80%가량은 국가장학금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스물을 훌쩍 넘긴 성인인 데다 넉넉한 가정에서 자랐을 확률이 높고, 의대라는 고소득층행 특급열차를 탄 이들을 단지 학생 신분이란 이유로 감싸고도는 일을 수긍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교육부는 지난 1년 내내 의대생을 감싸고돌았죠. 그리고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곤욕을 치렀습니다. 금쪽이로 자란 자녀를 어쩌지 못하고 발을 구르는 부모처럼 말이죠.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은 지난해 2월 19일 본격화됐습니다. 교육부는 “동맹 휴학은 휴학 사유가 아니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학 총장들에게는 절대 휴학을 승인하지 말라고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휴학을 승인하면 내년에는 두 개 학년이 동시에 1학년이 되는 ‘더블링’이 발생한다며 휴학을 열어주면 제재하겠다는 엄포를 놨습니다.
이후 정부는 의대생들에게 대화를 읍소했습니다. 의대생들은 ‘여행을 다닌다’ ‘사회를 경험해본다’ 등 반응을 보이며 여유로운 모습이었죠. 다급한 쪽은 교육부였습니다. 유급과 제적을 들먹이며 어르고 달래도 소용없었습니다.
정부가 말을 바꾼 것은 지난해 7월 10일입니다. 1학기는 다 흘러갔으니 2학기 수업부터 나오면 유급 처분을 내리지 않는 ‘학사 유연화’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집단행동 중인 의대생들을 위한 종합 선물세트였습니다. F학점 대신 I학점(미완)을 도입하고 학기가 끝난 후 이수하는 길도 터주기로 했습니다. 다른 학과에선 꿈도 꾸지 못할 특혜였죠.
의대생들이 무시하고 교육부가 또다시 후퇴하는 패턴은 반복됐습니다. 지난해 10월 6일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에선 “내년 복귀한다고 약속하면 휴학을 받아주겠다”고 사실상 백기를 들어 올렸습니다. 20여일 뒤에는 대학들이 알아서 휴학 승인 여부를 판단하라며 내년 복귀 약속이란 조건마저 사실상 철회해버립니다.
지난 1월 10일 정부 합동 브리핑에서는 2026학년도 모집인원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고 의사 단체들에 제안합니다. ‘증원 0명’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입니다. 결국 지난 7일 2026학년도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되돌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의대생들이 3월 내 전원 복귀한다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의료 개혁의 핵심이었던 의대 증원을 원점으로 돌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1년 내내 원칙 없이 흔들리자 의사 단체 내부에서 거론되는 요구 조건은 더욱 막장으로 치달았습니다. 3058명으로 모집인원을 원상복구하는 거로는 성에 차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2025학년도에 1509명 더 뽑았으니 2026학년도는 지난해 증원분을 뺀 1500명만 뽑아야 한다거나, 2026학년도는 아예 의대생을 선발하지 말라는 말이 돌았습니다. 지금 고3을 포함해 대입 수험생들의 기회가 사라지는 문제는 ‘내 알 바 아니다’란 것입니다.
의대 정상화는 이번 주 분수령을 맞게 됩니다. 교육부와 대학들이 설정한 복귀 데드라인은 이달 말이지만, 상당수 대학은 이번 주에 시한이 도래합니다. 정부와 대학들은 ‘기회의 문이 닫히기 전에 복귀하라’며 유급이나 제적 조치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런 강한 압박 덕에 점차 복귀 분위기가 뚜렷해지는 흐름입니다. 다만 복귀를 거부하는 움직임도 존재합니다. 등록은 하되 수업은 사실상 거부하는 ‘꼼수’ 얘기도 나옵니다.
의대 정상화 여부는 곧 판가름 납니다. 관건은 미복귀 의대생에 대한 처분일 것입니다. 더 이상 물러서면 교육부 앞에 ‘양치기’란 수식어가 붙을지도 모릅니다. 유급·제적 조치에 이어 편입학 절차도 빠르게 진행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의대 편입 경쟁률은 낮게는 수십 대 1, 많게는 수백 대 1에 달합니다. 의사로 일하고 싶은 인재가 줄 섰다는 뜻입니다. 특히 다른 학생들의 복귀를 방해하는 학생들은 재입학이 불가능한 출교 조치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금쪽이들까지 끌고 갈 정도로 의대 교육이 처한 상황이 녹록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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