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힘 못쓰는 애플…아이폰 16e 부진에 공정위 신고도

애플이 최근 국내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보급형 스마트폰’을 내세운 아이폰 16e는 소비자 예상보다 비싼 가격으로 판매량이 저조하고, 시민단체는 시리(Siri) 업데이트 연기가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겠다고 나섰다. 애플은 ‘24개월 무이자 할부’ 등 정책을 신설하며 소비자 달래기에 나섰지만 국내 판매량 증가 등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애플은 지난 19일부터 오프라인 애플 스토어에서 아이폰을 구입하면 최대 24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기존에는 2~7개월 무이자 할부가 가능했는데, 아이폰 제품에 한해 특별 무이자 할부를 새롭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달 28일 출시한 아이폰 16e의 판매 부진에 따른 정책 변화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이폰 16e는 국내 출시가격이 99만원부터다. 환율을 고려하더라도 해외보다 비싸게 가격이 책정됐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미국에서는 599달러(약 87만원), 중국에서는 4499위안(약 89만원)부터 판매하고 있다.

애플의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애플 인텔리전스’는 아직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하지도 않았다. 애플 인텔리전스의 영어 버전은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사용할 수 있었지만, 한국어 서비스는 다음 달부터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AI 기능을 활용한 글쓰기 도구, AI 사진 지우기(클린업), 챗GPT 연결 등을 지원한다.

애플 인텔리전스를 활용해 더 개인화된 시리는 당초 다음 달 중 공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내년으로 미뤄졌다. 애플은 공식 성명에서 향후 1년 안에 출시될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이 같은 발표가 나오자 애플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최근 한 달 동안 애플 주가는 12% 가까이 하락했다.

국내 시민단체는 애플이 시리의 업데이트 버전 출시를 연기한 것이 허위·과장 광고에 해당한다며 공정위 신고를 예고했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24일 공정위에 애플이 아이폰16 시리즈와 16e가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는 내용을 담은 신고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애플이 AI 기능을 고도화하는 작업이 늦어지는 데는 보안과 정보수집 간 딜레마에서 비롯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보안을 중시하는 애플이 정보수집을 기반으로 하는 AI 기술 최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법적 문제도 있다. 애플은 지난 1월 시리가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한 미국 소비자들에게 9500만 달러(약 1400억원)의 합의금을 제안했다. 다만 애플은 시리 데이터를 사용해 마케팅 프로파일을 구축하거나 광고에 이용한 바가 없으며, 제3자에 판매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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