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불에 큰 피해... "불이 날아다녀" "주민들 충격"
[윤성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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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산청 산불. |
ⓒ 최상두 |
산청 산불을 사흘째 진화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경남 김해에 이어 이번에는 함양에서도 산불이 발생했다. 산불 진화 현장에 헬기를 투입하고 있지만 짙은 연기로 인해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산림청, 소방, 경찰, 군대 뿐만 아니라 경남도와 산청군 등 여러 시군도 산불 진화와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남도는 23일 오후 1시 기준으로 산청 산불 진화율은 65%를 보이고, 주택 16채와 공장 2개 동, 창고 9개, 사찰 2곳, 차량 5대를 비롯해 46개의 시설이 전소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2일 산청 산불을 끄기 위해 나섰다가 사망한 진화대원 4명은 모두 창녕군 소속이다. 이들은 창녕군청 공무원 강아무개(33)씨와 60대의 진화대원 3명이다. 경남도와 창녕군은 창녕군민체육관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24일부터 27일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함양에서도 산불이 났다. 23일 낮 12시 25분께 함양군 유림면 유평리 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헬기 4대가 투입돼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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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낮 12시 25분경 발생한 함양군 유림면 유평리 산불. |
ⓒ 최상두 |
산청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면서 주민들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경남도는 "현재 산불 화재와 진화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 대원, 대피시설에 머무르고 계신 주민들은 심리적·신체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마을 주민들은 평생 처음 겪는 대형산불에 매우 힘들어 하고 있다. 최호림 산청군의원은 "산청 쪽 산에는 사흘째 불이 계속됐다. 지금은 하동 접경지역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민들은 평생 처음 경험하는 대형산불에 다들 놀라고 힘들어 한다"라고 말했다.
최 군의원은 "현장에 산림청, 소방본부, 군대 등 여러 기관의 관계자들이 나와 불을 끄기 위해 애를 쓰고 있어 미안하고 고맙기도 하다. 그런데 지휘 체계가 상황에 따라 재빠르게 대처를 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며 "산에 난 불과 민가로 번진 불에 대해 책임 소재가 분명하지 않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제와 오늘 사이 중태마을로 산불이 번져 민가들이 많이 전소됐다. 큰 길가에 있는 집들까지 불에 탔다. 소방차가 먼저 진입했으면 싶었지만 시간을 맞추지 못한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라며 "산불 진화에는 산세를 잘 알아서 접근하는 게 중요한데, 산림당국은 지역 산세를 아는 사람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진화대원을 투입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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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산청 산불. |
ⓒ 최상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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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산청 산불. |
ⓒ 최상두 |
윤씨 집은 송하마을에서도 산과 제일 가까이 붙어 있다. 윤씨 집은 지리산 중산리에서 내려온 계곡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 구곡산에서 21일 산불이 났던 것. 당시 헬기가 투입돼 진화 작업을 해 윤씨 가족들은 안심을 하기도 했다.
이에 윤씨는 진주와 산청읍에서 공부하고 있는 자녀들을 만나 21일 저녁 산청 원지읍에서 식사를 했다. 그런데 이때 자신의 집 뒷산에 불이 번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주변 사람들은 "집에 가서 귀중품만 챙겨서 대피해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산불이 강풍을 타고 계곡을 건너 윤씨 집 뒷산에 옮겨 붙었다. 뒷산에 옮겨 붙은 불은 한때 다행히 바람이 반대 방향으로 불면서 마을 쪽으로 더 내려오지는 않았다.
22일 저녁 무렵 윤씨는 바람이 잦아드는 상황 속에, 혹시나 몰라 집 주변에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농약 살포기를 가져와 집과 주변 감나무 밭까지 300평 정도 되는 땅에 물을 뿌렸다.
윤씨는 "바람이 잦아 들면서 불이 소나무에 붙지는 않았지만 바닥에 낙엽을 태우며 서서히 산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라며 "아이들을 먼저 좀 떨어져 있는 할머니집으로 대피시켰다"라고 했다.
그는 "오늘(23일) 새벽 4시경 소방차 4대가 마을 입구에 배치됐다. 소방대원들은 불이 집 주변으로 오면 집중 작업을 해야 한다며 기다리는 상황이었고, 집에서 30m 반경까지 화선이 내려왔다. 그러나 날이 밝기 시작했다. 이어 산림청 진화대원들이 오고, 39사단 장병 60여명이 와서 진화작업을 벌였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대원들의 도움으로 집에까지 불이 번지지는 않았다. 우리 집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였고, 아침 7시 반 정도가 되어 한 숨 돌릴 수 있었다"라며 "그런데 인근 중태마을, 유전마을에서는 전소된 집이 많다고 하니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불씨가 강풍을 타고 날아 다니는 상황을 목격했다. 불이 무섭다는 걸 실감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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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완수 경남도지사, 산불 대응 대책회의. |
ⓒ 경남도청 |
이날 오전에는 산불 대응 강화를 위해 박완수 도지사 주재로 도내 시장·군수가 참석한 가운데 '산불대응 비상대책 도-시·군 긴급 영상회의'를 개최했다. 박완수 도지사는 "나 한 사람의 방심이 지역을 넘어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산 인근 소각 금지, 입산 자제, 불씨 관리 등 기본 수칙을 지켜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담화에서는 산불 진화 과정에서 순직한 대원 4명에 대한 애도도 전해졌다. 박완수 도지사는 "22일 산청에서 진화 작업에 참여한 대원 네 분이 순직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께 깊은 위로를 드린다"고 밝혔다.
경남도는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입산 시 화기물질 소지 금지', '논밭두렁·영농부산물·생활쓰레기 등 소각 자제', '산불취약지역에서의 흡연 및 담배꽁초 투기 금지' 등을 재차 강조했다.
박 도지사는 "도민 여러분의 협조가 산불 진화와 피해 최소화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각별한 관심과 참여를 요청했다.
박완수 도지사 주재로 이날 오전 산청군청에서 열린 '산불대응 비상대책 도-시·군 긴급 영상회의'에서는 도내 산불 상황과 시군별 대응 계획을 공유하고, 대응체계를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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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청 산불. |
ⓒ 독자제공 |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을 통해 "산불이 걱정이다. 더 이상의 인명피해가 없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단식농성을 14일째 하다 22일 저녁 병원에 후송됐다.
산불진화대원의 사망에 대해 김 전 지사는 "경남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 가슴이 미어진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부상자분들의 빠른 쾌유도 기원한다"라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려다 자신의 목숨을 바친 고인들의 희생정신을 잊지 않겠다. 황망하실 가족들께도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라고 했다.
그는 "산청 지역 외에도 전국적으로 서른 건이 넘는 화재가 발생했다. 진화가 완료되지 않은 곳들이 많다. 빠른 진화와 함께 더 이상의 인명피해는 없어야 한다"라며 "평소 같으면 온 나라의 역량을 집중해 진화와 피해 주민지원에 힘쓰고 있을 때다. 정부 당국이 최선을 다해 주길 간절히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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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청 산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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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청 덕산고 운동장에 모여 있는 산불 진화 관련 차량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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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청 산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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