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 먼저 사라져" 죽음 앞둔 사람...'이런 변화' 보인다

정은지 2025. 3. 2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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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치료 전문의가 임종을 앞둔 사람의 몸에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단계별로 설명해 주목을 끌고 있다.

영국 뉴캐슬 병원 NHS 트러스트의 완화의학 전문의 캐서린 매닉스 박사는 영국 방송 BBC 사이언스 포커스에 기고한 글에서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나타나는 생리적·신경학적 변화를 조목조목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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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앞둔 사람 생리적·신경학적 변화...식욕 상실과 무기력, 죽음이 다가오는 첫 신호
말기 치료 전문의가 임종을 앞둔 사람의 몸에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단계별로 설명해 주목을 끌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말기 치료 전문의가 임종을 앞둔 사람의 몸에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단계별로 설명해 주목을 끌고 있다.

영국 뉴캐슬 병원 NHS 트러스트의 완화의학 전문의 캐서린 매닉스 박사는 영국 방송 BBC 사이언스 포커스에 기고한 글에서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나타나는 생리적·신경학적 변화를 조목조목 정리했다.

임종이 가까워지면 가장 먼저 식욕이 사라진다. 우리말로 '곡기를 끊는다'는 현상이다. 죽음을 향해 생명 활동이 서서히 정지되면서 신체가 더 이상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지만, 좋아하는 음식의 맛은 여전히 느낄 수 있고, 작은 간식은 기분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극심한 무기력감이 나타나며, 자려고 애쓰지 않아도 점점 의식을 잃고 무의식 상태로 빠져드는 시간이 길어진다.

심장의 박동이 약해지고 혈압이 떨어지면서 피부가 차가워지고, 손톱은 혈액순환이 느려지며 어두운 색으로 변한다. 장기의 기능도 저하되고, 환자는 혼란스러운 행동을 보이거나 점점 더 깊은 무의식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이 시점에 호흡에도 변화가 생긴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뇌간의 호흡 중추는 자동으로 호흡을 조절하지만, 입과 목의 감각이 둔화되면서 거친 숨소리나 가래 섞인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이런 상태는 고통을 수반하지 않으며, 임종이 임박하면 호흡의 깊이와 속도는 점점 줄어들고 결국 완전히 멈춘다. 산소 공급이 끊기면서 장기가 순차적으로 정지되고, 심장 박동도 몇 분 이내에 멈춘다.

죽음 앞둔 순간 뇌가 생애 주요 장면 회상하는 플래시백 가능성도

죽음 직전 뇌에서 벌어지는 일은 여전히 논쟁 중인 주제다. 캐나다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뇌파 스캔 도중 사망한 87세 남성의 뇌 활동에서 생전 기억이 '플래시백'처럼 떠오를 가능성이 포착됐다. 연구진은 죽음을 앞둔 순간 뇌가 생애의 주요 장면을 마지막으로 회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많은 임사체험자들이 이야기하는 '터널 끝의 빛', '고인이 된 가족과의 만남' 등과 유사한 맥락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뇌 기능의 변화로 인해 '억제 메커니즘(brakes)'이 풀리면서 저장된 기억이 매우 생생하고 또렷하게 재현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아직 가설일 뿐이며 모든 학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현장 경험을 가진 간호사들의 증언도 흥미롭다. 영국 말기 환자 돌봄 자선단체 마리 퀴리(Marie Curie)에서 활동 중인 간호사 마리아 신필드는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종종 하지 못한 말을 전하려 하거나, 오랜 시간 만나지 못했던 가족을 찾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어떤 환자는 연락이 끊긴 가족을 만나고 나서야 안정을 되찾기도 했다. 죽음을 맞이한 이들이 돌아가신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마치 그들이 곁에 있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흔하다고 설명했다. 마리아는 자신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던 순간에도 이미 세상을 떠난 조부모를 부르며 마지막을 맞이했다고 덧붙였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은 단순한 생리적 변화만이 아니라, 기억, 감각, 감정이 얽힌 복합적이고도 신비로운 과정으로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연구와 숙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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