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 하는 뇌? vs. 공부 못 하는 뇌?

윤성철 2025. 3. 27.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전 탓일까? 환경 탓일까? 아니면 다른 요인도 있을까?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유전이냐, 환경이냐"는 오래된 논쟁이 있다. 뇌의 학습능력도 그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최신 뇌과학은 여기에 또 하나의 키워드를 추가한다. 바로 '잠(Sleep)'이다.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뇌를 씻고 정비하는 '청소 시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수면이 기억을 바꾸고, 뇌를 리셋한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박강민 교수(신경과)는 최근 병원에서 개최한 '세계 뇌 주간 행사'(12일 5층 대강당)에서 "우리는 뇌를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을 때, 더 잘 기억하고 더 잘 배울 수 있다"며 "그 핵심은 수면 중 작동하는 글림파틱 시스템(Glymphatic System)덕분"이라 했다.

사람 몸 곳곳엔 림프계(Lymphatic System)가 작동한다. 세포 사이를 순환하며 청소부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이 대사 과정에서 배출한 노폐물을 없애주는 것이다. 반면, 뇌에는 그런 림프계가 없다. 그래서 한동안 "뇌는 자체적으로 단백질 노폐물을 재(再)활용한다"는 학설이 주도했다.

글림파틱 시스템, 뇌의 청소부가 나타났다

그런데, 2013년 덴마크 신경과학자 마이켄 네데르가드(Maiken Nedergaard)<사진>가 새로운 시스템을 발견했다. '글림파틱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라 이름 붙였다.

뇌의 신경교세포(Glial cell)와 림프계의 합성어로, 이 시스템이 뇌 속 '하수구'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는 이 발견으로 2014년 뉴콤 클리블랜드 상(Newcomb Cleveland Prize)을 받았다. 이 분야 학자들에겐 중요한 상이다.

[사진=로체스터대 의대 홈페이지]

그런데, 글림파틱 시스템은 우리가 깨어 있을 때보다 잠을 잘 때 활발해진다. 주로 깊은 숙면(熟眠, 또는 徐波睡眠 slow wave sleep) 중에 잘 작동한다. 특히 알츠하이머 주범, 아밀로이드베타(Aβ)까지 청소된다.

수면이 부족하면, 이 시스템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 하룻밤만 자지 않아도 아밀로이드베타 농도가 증가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잘 자는 뇌'가 공부도 잘한다

중요한 건 이 청소 시스템이 나이가 들면서 점차 약해진다는 사실이다. 뇌로 가는 동맥이 단단해지고, 그래서 뇌척수액 생산이 줄면서 글림파틱 시스템 작동 효율도 떨어진다.

그래서 나이든 사람일수록 수면이 더 중요해진다. 숙면은 단지 피로를 없애줄 뿐 아니라 기억력, 집중력, 감정 조절력을 잘 유지하게 돕는 조건이 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글림파틱 기능은 점점 떨어진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이 있을 땐 더 빠르게 퇴화한다. [사진=해운대백병원 박강민 교수 자료]

박 교수는 "학생은 물론이고 직장인, 고령자까지 누구나 '공부하는 뇌'를 원한다면 수면의 질을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1주일 간 수면 시간이 1시간 부족하면 시험 성적이 10% 하락하더라는 연구 결과(2019, Science of Learning)도 있다.

수면은 재능보다 강하다

그렇다면 학생의 성적, 직장인의 성과, 노인의 기억력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좋고 나쁨은 '공부머리'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수면머리'에도 달려 있다 할 수 있다. 사실 타고난 유전적 요인은 바꾸기 쉽지 않다. 만일 행동 습관이나 의지로 바꿀 수 있다면 그건 환경 요인이나 수면을 통해서다.

글림파틱 시스템을 잘 활성화하는 것이 뇌 건강을 지키고 뇌 기능을 향상시키는 비결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박 교수도 "특히 청소년기 학습 능력 향상과 성인의 치매 예방 모두에서 수면 관리가 무척 중요하다"고 했다. 결국, '좋은 잠', 그리고 '충분한 잠'은 시간 낭비가 아니다. 오히려 학습 능력과 뇌 건강을 위한 '투자'다.

뇌를 위한 수면 건강 팁(Tips)

가능하면 옆으로 누워 자라. 엎드린 자세보다, 바로 누운 자세보다 옆으로 누운 자세일 때 뇌 청소가 가장 잘 된다. 무릎 사이에 베개를 끼우면 자세를 바꾸지 않고 오래 옆으로 잘 수 있다. 가능하면 오른쪽 옆으로 눕는 게 심장 압력을 줄여 더 효과적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난다. 특히 22:00~02:00 사이에 깊은 수면이 확보된다. 서파 수면이 풍부한 이 시간대에 노폐물이 집중적으로 제거된다.

수면 환경은 어둡고 조용하게. 그리고 너무 덥거나 춥지 않게 유지한다.

카페인, 흡연, 음주는 잠들기 최소 4시간 전엔 피한다. 특히 알코올은 글림프 기능을 30% 이상 억제한다. 반면, 오메가-3는 DHA 성분이 뇌세포막 유연성을 높여 글림프 흐름을 개선해준다.

잠자리는 오직 수면을 위해서만 사용한다. TV 시청이나 휴대폰 사용을 하지 않는다.

윤성철 기자 (syoon@kormedi.com)

Copyright © 코메디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