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꼴찌 BNK, 창단 6년 만에 여자농구 첫 왕좌
축포가 터지고, 꽃종이가 흐드러졌다. 부산 BNK 여자 프로농구팀을 상징하는 붉은색이 사직실내체육관 코트를 물들였다.
BNK(정규 리그 2위)가 20일 열린 챔피언 결정전 3차전 홈경기에서 아산 우리은행(1위)을 55대54로 물리치고 3연승으로 5전3선승제 시리즈를 끝냈다. 2019년 창단 후 첫 정상이다.
BNK 박혜진은 52-54로 뒤지던 종료 18.4초 전 역전 3점슛을 꽂았다. 우리은행에서 8번 챔피언전 우승을 경험하고 올 시즌 이적한 박혜진(8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은 친정팀을 무너뜨리고 9번째 정상에 오르는 드라마를 썼다. 우리은행 김단비의 마지막 골밑 슛이 림을 맞고 나오면서 종료음이 울리는 순간, 박혜진은 코트에 엎드려 눈물을 쏟았다.
BNK 포인트가드 안혜지는 MVP(최우수선수)에 뽑혔다. 기자단 투표 61표 중 28표를 얻어 동료 이이지마 사키(13표), 김소니아(12표), 박혜진(8표)을 제쳤다. 안혜지는 3차전 13득점(7어시스트) 등 챔프전 3경기 평균 12.7득점(6.3어시스트)으로 활약했다. 3점슛은 총 7개(성공률 36.8%)를 꽂았다.
박정은 BNK 감독은 여성 사령탑 최초로 챔피언전 우승을 일궜다. 삼성생명 선수 시절 5번 우승을 했던 박 감독은 WKBL(한국여자농구연맹) 선수와 지도자로 모두 정상에 서는 첫 번째 주인공이 됐다. 박 감독은 “선수 시절 우승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기쁘다. 마음속 MVP는 박혜진”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BNK는 2022-2023시즌 정규리그 2위를 하고, 플레이오프를 거쳐 처음 챔피언전에 올랐으나 우리은행(1위)에 내리 3패를 당하면서 우승을 내줬다. 당시 안방 사직체육관에서 우리은행이 쏘아 올린 푸른색 꽃종이가 흩날리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BNK 지난 시즌 최하위인 6위로 떨어지자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두 베테랑을 영입했다. ‘우리은행 왕조’의 주역 박혜진, 우리은행을 거쳐 신한은행 에이스로 활약한 김소니아였다. BNK는 이들을 중심으로 팀을 재편했다.
이번 시즌 초반부터 선두를 질주하던 BNK는 박혜진과 이소희가 부상으로 빠진 사이 우리은행에 1위를 내줬다. 선두 경쟁에서 밀려 2위를 한 것이 오히려 선수들 의욕을 되살리는 약이 됐다. BNK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용인 삼성생명(3위)을 3승 2패로 제쳤고, 우리은행과 ‘리턴 매치’였던 챔피언전에선 2년 전의 아픔을 설욕했다.
부산은 ‘농구 수도’가 됐다. 작년에 남자팀 KCC가 전주에서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기자마자 챔피언에 오르더니, 올해는 BNK가 정상을 밟았다.
챔피언전 최다 우승팀(12회) 우리은행은 허무하게 3연패로 무너졌다. 3차전에선 김단비(27점 10리바운드 5어시스트)와 한엄지(8점 10리바운드)가 분전했지만, 후방 지원이 모자랐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9번째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챔피언전 최다승 기록을 가진 그는 승수를 늘리지 못하고 3패만 추가(24승9패)했다. 위 감독은 “박혜진의 마지막 3점슛,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우리 선수들도 잘해줬다. 특히 김단비가 없었다면 나도 이 자리에 없었다”고 말했다. /부산=성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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