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구혼할 때 필수품 “솔로증명서 떼오세요”

도쿄/성호철 특파원 2025. 3. 22.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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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Why] 미혼 입증해 주는 ‘독신증명서’… 혼인율 저조, 발급 규제 완화도
일본 지바현 가시와시(市)가 발행하는 '독신증명서'의 이미지/가시와시

일본 법무성이 이달부터 ‘독신증명서’를 본적지 아닌 거주지에서도 발급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다. 혼인 감소로 고민하는 일본 정부가 ‘곤카쓰(구혼 활동)’를 지원하기 위해 꺼낸 카드다. 한국에서는 낯선 ‘독신증명서’는 어디에 쓰는 것일까.

일본의 독신증명서는 말 그대로 ‘신청자가 결혼하지 않은 미혼자’라는 사실을 공식 인증하는 문서다. 성명과 생년월일, 본적지와 함께 ‘신청자가 민법 제732조(중혼의 금지)에 저촉하지 않음을 증명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다른 나라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공문서다. 대부분 국가에는 한국의 가족관계증명서처럼 혼인 여부가 포함된 공문서가 있을 뿐, 미혼을 증명하는 별도의 공문서는 흔치 않다.

요미우리신문은 “독신증명서 수요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며 “곤카쓰를 위해 결혼 정보 회사나 매칭 앱에 등록할 때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대형 결혼 정보 회사가 매년 수만 명 회원의 독신증명서를 받고, 요즘엔 매칭 앱에서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컨대 전국 미혼율 1위인 도쿄도가 작년 내놓은 매칭 앱 ‘도쿄 엔무스비’는 독신증명서가 없으면 회원 등록이 안 된다.

일본에선 신혼부부 5쌍 가운데 1쌍이 매칭 앱에서 만나 결혼할 정도로 매칭 앱이 보편화됐다. 그런데 매칭 앱에서는 기혼자가 미혼을 사칭하기도 하고 ‘로맨스 사기’도 벌어진다. 일부 앱에서는 의도적으로 불륜을 조장하거나, 금전 거래가 오가는 불법 성매매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에 ‘도쿄 엔무스비’처럼 결혼을 전제로 미혼 남녀의 만남을 돕는 앱은 독신증명서라는 공문서를 활용하는 것이다.

연애 감정을 악용해 금전을 갈취하는 로맨스 사기도 급증해 작년 피해액은 전년보다 100% 이상 증가한 397억엔(약 3900억원)에 달했다. 그러자 독신증명서 없이는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심리가 일본 사회 전반에 퍼진 것이다.

독신증명서를 떼려면 지금까지는 본적지가 있는 고향에 직접 찾아가거나, 우편으로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결혼 정보 회사와 같은 민간 기업이 대신 발급받는 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이제 집 근처 구청·시청에서 간편하게 증명서를 뗄 수 있게 됐으니 ‘곤카쓰’가 수월해지는 셈이다. 다만 창구에서 반드시 ‘증명서 떼는 이유’를 물어볼 테니, 그리 유쾌하지 않은 문답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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