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러시아 재진출 카드 만지작
미 관세전쟁에 판매망 다변화 필요
현지 “현대차 가장 먼저 귀환” 관측
현대자동차그룹이 러시아 시장 재진출을 놓고 깊은 고심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재진출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관세 이슈로 판로 다각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철수 전까지 주요 시장이던 러시아를 포기할 리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글로벌 완성차업체가 빠져나온 러시아 시장을 이미 중국 업체가 장악했고, 러시아 정부마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어서 시장 공략이 쉽진 않을 전망이다.
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HMMR) 재인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러·우 전쟁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전쟁 당사자인 두 국가와 중재자 미국이 부분적 휴전안 추진에 동의하면서 현대차그룹의 러시아 복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 12월 1만 루블(약 16만원)을 받고 이 공장을 러시아 벤처캐피털 아트파이낸스에 팔았다. 2년 이내에 공장을 되살 수 있다는 조건(바이백)이었다.
당시 서방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각종 경제 제재를 취했다. 글로벌 기업 약 560곳이 러시아를 떠났다. 전쟁 직전까지 러시아 시장에 상당한 공을 들여 2021년 8월엔 현지 점유율 1위까지 올랐던 현대차그룹은 끝까지 버티다 결국 가장 늦게 철수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 현지에선 전쟁이 끝나면 현대차그룹이 가장 먼저 들어올 거란 전망이 많다. 현지 한 자동차 전문지의 막심 카다코프 편집장은 “제재가 해제되고 긍정적인 신호가 오면 현대차와 기아는 6개월이나 그보다 일찍 자동차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동차 전문가 이고르 모르자레토는 “제재가 유지되는 한 아무도 돌아오지 않겠지만 해제되면 토요타, 현대차, 폭스바겐은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에 러시아는 주요 판매시장일 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핵심 거점 역할을 한다.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 판매망에 변화를 줘야 하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포기하기 힘든 곳이다. 현대차그룹은 러시아 복귀가 결정됐을 때 빠르게 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고 있는 중이다. 이미 브랜드와 모델명 등 최소 18건의 상표등록 신청서를 제출했다. 기아·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은 최근 러시아에서 채용 공고를 올렸다.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러시아 재진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KGM은 이달부터 토레스, 티볼리, 코란도, 렉스턴 등을 러시아에서 판매하기로 했다.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여론의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는 게 과제이지만 러시아 시장 복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난관은 있다. 우선 러시아 시장에 빠르게 침투한 중국 업체가 걸림돌이다. 시장분석기관 오토스탯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신차 판매량은 157만1272대다. 이 가운데 중국 브랜드가 100만대를 육박한다. 토요타, 메르세데스 벤츠, BMW, 폭스바겐, 르노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빠져나간 틈을 노렸다.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오히려 경제 협력을 확대했다. 중국 브랜드는 러시아를 떠난 다른 회사의 공장을 인수해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카다코프 편집장은 “서방 자동차 업체가 빠져나간 사이 러시아 소비자는 중국 자동차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중국차도 쓸 만하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에 복귀하는 업체들이 시장을 되찾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정부가 자국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높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 시장을 떠난 서방 기업의 복귀에 대비해 자국 기업에 이익을 제공하는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외국 기업의 러시아 복귀는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으로만 가능할 것”이라며 “우리는 국익에 따라 엄격히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HMMR을 재매입하기 위한 비용도 부담이다. 매각은 헐값에 했지만 현재 이 공장의 장부가액은 약 2873억원으로 추산된다. 현대차그룹은 공장 철수로 이미 약 1조13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러시아 공장을 다시 사들이기보다 아트파이낸스나 러시아의 다른 제조업체와 협력해 간접적으로 생산을 재개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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