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보수’ 작심 선언 후 한 달…이재명의 전략은 얼마나 통했을까?

변문우 기자 2025. 3. 17. 14:11
타임톡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 달간 갤럽‧리얼미터 지지율 봤더니…중도층서 9%p 상승, 보수층서도 오름세
‘우클릭’ 행보로 이슈 주도권 장악…“중도층을 몽골기병처럼 빠르게 포섭해야”
집토끼도 8%p 이탈하며 ‘딜레마’…‘투트랙’ 병행 이재명, 진보층 달래기 정책도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우리 당이 중도보수 포지션을 맡아야 한다." 차기 대권 유력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19일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이처럼 '중도보수론'을 들고 나온 지 한 달이 지났다. 그간 이 대표는 실제 '상속세 완화'를 비롯한 감세 정책은 물론 'AI(인공지능)‧에너지 정책'에서도 전향적 주장들을 쏟아내며 언행을 일치시키려 했다. 이 대표의 노력들은 과연 대선의 '캐스팅보터'로 꼽히는 중도보수층 표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박찬대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李 호소 통했나…중도 지지율 '50% 돌파' 결과도

시사저널이 최근 한 달간 주요 여론조사(한국갤럽‧리얼미터) 지지율을 분석한 결과, 이 대표의 전략은 중도보수층에서 실제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한국갤럽의 차기 대권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2월2주차까지만 해도 30%였던 이 대표의 중도층 지지율은 이후 31%(2월3주차)→35%(2월4주차)→39%(3월1주차)→39%(3월2주차)로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다. 이 대표가 '중도보수론'을 꺼낸 이후부터 한 달 만에 9%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대권 후보 지지율을 격주 단위로 체크한 리얼미터 조사에선 이 대표의 중도층 지지율이 46.6%(2월2주차)에서 51.5%(2월4주차)를 거쳐 52.6%(3월2주차)까지 올랐다. 중도층 유권자의 과반을 이 대표가 흡수한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나머지 주자들의 경우 양대 조사에서 중도층 지지율이 한 자릿수를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연 확장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 대표의 전략은 보수층에도 일부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갤럽 조사의 경우 이 대표의 보수층 지지율은 당초 10%(2월2주차)에서 9%(2월3주차)→9%(2월4주차)→13%(3월1주차)→13%(3월2주차)로 늘어났다. '중도보수' 발언 직후 소폭 떨어졌다가 한 달 새 두 자릿수 초중반으로 접어든 것이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16.3%(2월2주차)→19.4%(2월4주차)→18.6%(3월2주차)로 비슷한 경향성이 나타났다.

해당 기간 이 대표는 공격적으로 '우클릭 의제'를 던지며 이슈 주도권까지 장악했다. 이 대표가 던진 '상속세' 등 감세 의제부터 'K-엔비디아'로 대표되는 AI 기업 성장론까지 대부분의 키워드가 온라인 포털과 커뮤니티 사이트를 뒤덮었다. 국민의힘 정책 파트 핵심 관계자도 시사저널에 "우리가 컨텐츠 정책을 내도 이 대표 입을 통해 나오는 것과 우리 지도부를 통해 나오는 것이 언론 보도 양이나 이슈력에서 차이가 커서 내부적으로 답답함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 대표는 최근 한 달 간 포털 검색량에서도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2월17일부터 3월17일까지 네이버 트렌드 검색량('이재명', '김문수', '오세훈', '한동훈', '홍준표' 키워드 비교)을 분석한 결과 이 대표는 2월20일('김문수' 1위)과 3월2일('한동훈' 1위)을 제외한 모든 일자에서 1위를 놓친 적이 없었다. 물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등 약점도 이슈 집중의 요인이지만 '중도보수' 이슈 파이팅이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시사저널 양선영

'집토끼'도 이탈, 전체 지지율은 '박스권'…타개책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외연 확장'에 대한 자신감 섞인 반응이 나온다. 민주당 전략 파트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선은 당원을 대상으로 하는 전당대회나 지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총선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특히 이번 조기대선의 경우는 기간도 매우 짧고 갑작스럽게 치러지는 만큼 주자들도 제대로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중도층을 몽골기병처럼 빠르게 포섭해야 본격 대선 정국에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여권 내부에선 안방을 침탈당한 데 대한 자성이 나온다. 여권 잠룡인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를 거론해 "빈집이라고 함부로 남의 집 안방에 쳐들어와 이것저것 훔쳐가는 도둑은 막아야 한다"며 "대문을 열어 놓고 집 나간 사람도 문제다. 빈집털이를 막고 중원에서 이길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이 대표 입장에서도 완전히 긴장을 늦출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실제 '산토끼' 공략에 집중하는 사이 '집토끼' 진보 지지층도 적잖은 수가 이탈한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2월2주차까지만 해도 73%에 달했던 이 대표의 진보층 지지율은 이후 67%(2월3주차)→67%(2월4주차)→67%(3월1주차)→65%(3월2주차)로 한 달 새 8%포인트 떨어졌다.

이로 인해 이 대표의 전체 지지율도 박스권에 여전히 갇혀있는 모습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2월2주차부터 34%→34%→35%→35%→34%로 제자리걸음 중이다. 리얼미터 조사에선 같은 기간 43.3%→46.3%→46.9%를 기록해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조기대선 정국으로 본격 돌입하면 이 같은 지지율 상황도 언제 급변할지 모른다.

민주당은 기존 '성장'에 방점을 찍은 중도보수 공략 정책을 내면서도 당내 전통 지지층을 달래기 위한 정책까지 '투트랙'으로 병행하는 모습이다. 이미 이 대표는 본인의 트레이드마크로 불리는 '기본사회' 실행 방안을 논의하는 차원에서 지난 12일 기본사회위원회를 2년 만에 재출범시켰다.

또 이 대표는 같은 날 진행된 민생연석회의에서도 "사람이 고개를 왼쪽으로 보기도 했다가 오른쪽을 보기도 했다가 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성장을 얘기하는 것도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니 그런 데(진영 논리)에 넘어가지 말자"고 기조를 밝혔다. 산토끼와 집토끼 두 마리를 동시에 잡아두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전 주차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리얼미터 조사의 경우 2월2주차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2월4주차와 3월2주차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이 뉴스에 대해 의견을 나눠보세요.
톡방 종료까지 09:40:35 남았습니다.

타임톡 참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