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혐의’ 김용현, 검찰 면전서 “감히 ‘내란 공모’라 표현” 격노

정윤경 기자 2025. 3. 1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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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헌재 출석 때보다 머리 하얗게 세…수의 대신 정장 차림
검찰 모두진술 중단시키기도…“‘대통령 윤석열’ 표현 적절치 않아”
검찰 공소요지 정면 반박 “어떻게 국헌문란이라고 하나…어이없어”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1월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대통령의 직접 신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17일 검찰을 향해 "감히 내란 공모라고 표현하느냐"라고 항변했다. 대통령 고유 권한인 비상계엄을 준비하기 위해 '논의'를 했을 뿐, 불법적인 행위를 '공모'했다고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두 달 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의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보다 훨씬 더 수척해진 모습으로 재판에 나선 김 전 장관은 이날 검찰의 공소사실을 정면 반박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김 전 장관과 노상원 전 국군 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경찰과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특전사령부(특전사) 등 계엄군을 국회로 출동시켜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고 저지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장관은 1월3일 헌재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보다 더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한동안 염색을 하지 못해 머리 뿌리도 하얗게 센 듯했다. 헌재 심판정에 출석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는 수의 대신 회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전 장관은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검찰의 공소요지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그는 "국헌문란을 자행하는 거대 야당의 패악질을 막기 위해 경종을 울리고 막기 위해 한 것을 어떻게 국헌문란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정말 어이가 없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야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수사하는 검사를 무더기로 탄핵하는 등 위헌·위법적 탄핵을 해왔고 행정부까지 기능을 마비시켰다"며 "4조원 넘는 청년 일자리 예산, 아이 돌봄 예산을 전부 없애는 초유의 예산 삭감이 있었다. 단순히 예산을 삭감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약탈하는 행위라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김 전 장관은 '야당'을 향해 '반국가세력'이라고 정의한 적 없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야당을 반국가세력이라고 한 적이 없다"면서 "간첩과 종북 주사파,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을 향해서 반국가 세력이라고 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전 장관은 검찰의 표현 하나하나를 문제 삼으며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우리는 절대 불법적인 내란 모의나 공모를 한 것이 아니라 헌법상 보장돼 있는 대통령 고유 권한인 비상계엄을 준비하기 위해 잠깐 의견을 논의한 것뿐"이라며 "감히 내란 공모라고 표현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피고인들은 윤 대통령과 공모했다"는 검찰의 모두진술을 비판한 것이다.

검찰이 '대통령 윤석열' '피고인 김용현'으로 표현한 것을 두고도 김 전 장관 측은 문제를 제기했다. 김 전 장관 측 이하상 변호사는 "공소장을 낭독하는 것도 아닌데 '대통령 윤석열'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지 않는다)"며 "장관은 그렇다고 해도 대통령은 국가 원수인데 (맞지 않는다)"며 검찰의 진술을 중단시켰다.

비상계엄 당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도 반박했다. 김 전 장관은 "오염된 진술을 갖고 팩트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 측은 계엄 사무가 적법하게 진행됐기에 범죄 사실이 없는 데다, 내란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검찰의 수사 절차가 위법하기 때문에 공소 기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소 기각은 형식적 소송조건이 결여됐거나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공소가 적법하지 않은 경우 심리를 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군·경 주요 인사들의 정식 재판이 시작된 3월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인 이하상 변호사가 내란죄 관련 첫 공판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김 전 장관과 함께 재판을 받은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대장도 혐의를 부인했다.

노 전 사령관은 민간인 신분으로 김 전 장관 등과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비상계엄을 앞두고 경기도 안산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김 전 대장과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이 참여한 '햄버거집 회동'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다. 또 부정선거 의혹 수사를 위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 설치를 추진했다고 알려진다.

노 전 사령관 측 변호인은 "사실 행위 그 자체에 있어서 공소사실 기재 행위가 저희 입장과 상당히 차이가 있다"며 "단순히 비상계엄을 조력하는 차원에서 한 행위들이지 실제로 어떤 지시자의 위치에서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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