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수처, ‘1조원대 다단계 사기범 도와준 검사’ 뒤늦게 수사 시작

김현지 기자 2025. 3.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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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 중인 IDS 전 대표 편의 제공이 범죄수익 은닉으로 이어졌나
김영일 검사, 직권남용·직무유기 등 의혹...검찰은 불기소 처분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지난 2020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김영일 검사 파면 요청 및 검찰개혁 촉구 기자회견에서 IDS홀딩스 피해자연합 등 참가자들이 관련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자료사진. ⓒ연합뉴스

다단계 사기 사건에 얽힌 검사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김성훈 전 IDS홀딩스 대표의 범죄수익 은닉을 도와준 의혹을 받는 김영일 서울고등검찰청 검사가 그 대상이다. 김 검사는 조(兆) 단위 피해를 일으키고 구속된 김 전 대표를 검사실에서 외부와 통화하게 하며 편의를 허용해준 의심을 받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난 2021년 6월 시민단체의 첫 번째 고발 당시 수사 개시조차 하지 않다가, 2024년 6월 두 번째 고발 후 9개월여 만에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다단계 사기범, 외부와 소통케 한 김영일 검사 件 본격 수사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는 지난 10일 김영일 서울고검 검사에 대한 고발 사건과 관련해 첫 조사를 시작했다. 김 검사는 김성훈 전 IDS홀딩스 대표 등 구속 상태인 사건 관련자들에게 외부와의 소통을 허용하며 편의를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김 전 대표 등의 범죄수익 은닉을 도와준 결과로 이어졌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이러한 2018년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7년)는 오는 6월까지다.

시민단체는 앞서 2021년 6월과 2024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김 검사(당시 각 제주지검 형사1부장검사,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에 대한 고발장을 공수처에 접수했다. 공수처는 첫 사건에서 기본적인 고발인 조사도 하지 않았다. 최근에야 김 검사의 행적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검사가 김 전 대표 등을 검사실로 부른 시기, 과거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실에서 확보한 출정 기록 등 문건, 김 전 대표 등의 판결문 등을 토대로 김 검사의 혐의점을 살피는 셈이다.

이번에 재점화한 IDS 홀딩스 문제는 대표적인 다단계 사기 사건 중 하나다. 피해 규모만 1조원대로 알려졌다. 5조원대 다단계 사기 행각을 벌인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에 빗대 '제2의 조희팔 사건'이라고도 불린다. 사기 수법은 이랬다. 김 전 대표는 FX사업 투자 시 원금보장은 물론 매월 1~10% 수익을 배당하겠다고 피해자들을 속였다. FX사업은 각기 다른 통화의 환율 변동을 이용해 시세 차익을 남기는 외환선물거래다. 이를 통해 김 전 대표가 가로챈 금액만 1조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시민단체가 추산한 피해자는 1만2000여 명이다.

김 전 대표의 사기 행각은 지난 2016년 수사기관에 덜미가 잡혔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는 같은 해 9월 사기·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김 전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김 전 대표는 사기 등 혐의(2014년 9월)로 재판을 받고 있는 도중에  IDS 홀딩스 사건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은 2017년 2월 김 전 대표에게 징역 12년을, 항소심 재판부는 2017년 9월 징역 15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로부터 3개월이 지나 대법원에서 15년형이 확정됐다.

김 검사의 개입 의혹은 여기서 비롯됐다. 김 전 대표가 2016년 IDS 홀딩스 사건으로 서울구치소 수감 당시 알게 된 사기범 한아무개씨를 통해 서울중앙지검에 있던 김 검사를 소개받으면서다. 김 검사는 이후 2017년 1월12일부터 2017년 4월까지 35회에 걸쳐 김 전 대표를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 408호 검사실로 소환했다. 2017년 인사 이동 후에도 김 전 대표에 대한 소환이 이어졌다. 김 검사는 2017년 10월부터 2018년 7월까지 34회에 걸쳐 김 전 대표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1003호 검사실로 소환했다. 김 전 대표의 재판이 마무리되고도 부른 셈이다.

"법무부·검찰의 '제식구 감싸기', 은폐 축소수사 의심"

결과적으로 이는 IDS 홀딩스의 범죄자금 은닉으로 이어졌다는 게 시민단체 측  주장이다. 김 전 대표가 검사실에서 외부에 있는 공범과 연락을 취하고, 그의 대학 동기이자 IDS홀딩스 준법감시인 예아무개씨를 검사실로 불러 범죄수익은닉을 지시했다는 취지다. 공범들은 검사실에서 김 전 대표의 지시를 받고 한씨에게 200억원 이상의 범죄수익금을 전달하려 한 의혹도 받는다. 한씨는 석방 후 대위변제안(채무자가 아닌 제3자가 대신 체무를 변제하고 구상권을 취득하는 것)을 마련하는 등 김 전 대표 감형에 애쓴 사실도 이를 뒷받침했다.

김 검사는 이와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의혹에 휩싸였다. 범죄수사에 대한 직권을 남용해 서울구치소장과 소속 교도관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고, 김 전 대표와 외부인 간의 연락을 차단하지 않는 등 직무를 유기했다는 게 이유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자료사진. ⓒ시사저널 박정훈
서울중앙지검 전경 ⓒ시사저널 박정훈

당초 이번 사건은 검찰에서 다뤄졌었다. 시민단체는 공수처 설치 전인 2020년 10월 서울중앙지검에 김 검사를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고발인 조사조차 없이 2021년 6월 사건을 각하했다. 김 검사에 대한 불기소 결정문에는 "수용자 소환 요청이 위법·부당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또 김 전 대표가 검사실에서 사적 통화를 한 사실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김 검사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의식적으로 방임했다고 볼 증거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내부 징계 역시 솜방망이에 그쳤다. 법무부는 지난 2022년 1월7일 김 검사(당시 대구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에게 사실상 경고에 그치는 견책 처분만 내렸다. "2018년 6월18일부터 같은 해 7월2일까지 검사실에서 수용자가 외부인인 지인과 6회에 걸쳐 사적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도록 방치해 직무를 게을리하고 이런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도록 해 품위를 손상했다"는 게 이유다. 이마저도 김 전 대표 등에게 제공한 편의 의혹이 모두 반영된 결과도 아니다. 

이러한 징계 사항(2022년 1월13일 관보 게재)은 검찰의 각하 처분 후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검찰이 이미 김 검사의 문제를 알면서도 각하 처분한 것이 아니냐"며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법무부도 전체 내용 중 일부만을 문제삼으면서 도마에 올랐다. 당시 법무부 장관은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징계 청구권자인 검찰총장은 김오수 변호사였다. 그러는 사이 2017년부터 시작된 사건의 공소시효(직권남용 7년, 직무유기 5년)는 차례로 종료되기 시작했다. 공수처에 접수된 두 번째 건의 공소시효는 오는 6월 끝난다. 

김 검사는 현 정부에서도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수원지검 평택지청장(2022년 7월~2023년 9월) 시절,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건 수사를 수원지검 2차장 대행 신분으로 지휘한 때의 일이다. 쌍방울그룹의 경기도 대북송금 사건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어진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 2023년 6월 검찰에서 "이 대표도 대북송금 사실을 알았다"는 검찰 진술을 했다가, 2023년 말부터 줄곧 '검찰 술자리 회유 의혹'을 제기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이 청사에서 술자리를 가졌고, 이때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종용했다는 게 골자다. 야권은 김 검사의 이력 등을 근거로 수사 문제를 제기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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