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 4년, '윤석열 쿠데타'와 어떻게 같고 달랐나

복건우 2025. 2. 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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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홍 교수 "쿠데타 우두머리-친군부 정당-극우 시민사회 3각 연대, 한국 상황과 유사"

[복건우 기자]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얀마 봄의 혁명 4년 기념 토론회'가 열렸다. 박은홍 성공회대 정치외교학 교수(사진 가운데)가 발제를 맡았다. 이날 토론회는 성공회대 아시아엔지오정보센터와 국경없는민주주의학교가 공동 주관했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염태영·이용선·이재정·이강일·서영석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 복건우
"한국의 12월 3일과 미얀마의 2월 1일은 군사력을 동원한 권력 탈취의 쿠데타다."

한국과 미얀마에서 겹쳐지는 장면들이 있다. 4년 전(2021년 2월 1일) 미얀마 군부가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유력 정치인들을 구금하고, 반대 세력을 유혈 진압한 쿠데타는 2달 전(2024년 12월 3일) 한국의 윤석열 정부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한국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국정 혼란을 수습하고 있고, 미얀마는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군부에 맞선 무장투쟁을 4년간 이어가고 있다. 쿠데타의 성공 여부와 별개로, 소위 '정치적 내전' 상태는 두 국가 모두에서 지속되고 있다.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얀마 봄의 혁명 4년 기념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박은홍 성공회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한국과 미얀마의 정치 상황을 비교 분석하며 "4년 전 미얀마처럼 쿠데타 세력에게 놓일 뻔한 대한민국이 미얀마 봄의 혁명과 연대하는 길은 이번 쿠데타 기도 세력들이 법의 심판을 제대로 받도록 해 지구상에 어떠한 유형의 쿠데타도 정당화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회복 과정을 미얀마의 민주 세력은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며 미얀마 민주주의를 향한 한국 사회의 연대를 강조했다. 박 교수는 성공회대 아시아엔지오(NGO)정보센터 소장이기도 하다. 이날 토론회는 성공회대 아시아엔지오정보센터와 학생모임 국경없는민주주의학교가 공동 주관했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염태영·이용선·이재정·이강일·서영석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한국과 미얀마, 공존 정치의 공론장 열 수 있다"

박 교수는 미얀마의 혼란스러운 정국의 배경에 '대결 정치'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얀마에선 독립 이후 선거가 평화적으로 시행된 적이 없었고 대결 정치의 연속이었다"라며 "민 아웅 흘라잉(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이 이끄는 군부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민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정부 인사와 민주주의민족동맹(NLD) 고위급 인사들을 체포·감금하고 당을 해산시켰다. 4년에 걸친 내전 상황에서 많은 민간인들, 특히 아동, 여성들과 같은 사회적 약자층과 시민불복종운동(CDM)·시민방위군(PDF) 청년들이 희생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한국에서 선포된 12·3 비상계엄 역시 대결 정치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다수의 폭주'도 있었지만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에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됐으면서도 협치 대신 민주당의 의회정치를 '입법 독재'라고 비난하면서 자신은 '행정 독재'로 일관한 윤석열 정부의 비토크라시(Vetocracy·상대 정파의 정책과 주장을 모조리 거부하는 극단적인 파당 정치)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라며 "군을 동원한 12·3 비상계엄은 비토크라시의 극단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서는 "비상계엄을 무력화시키는 데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았으면서 자신들의 지위 유지라는 이득을 챙긴 무임승차자들"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한국과 미얀마 정국의 유사점과 차이점도 비교했다. 그는 "미얀마에서 2·1 쿠데타를 성공시킨 군부는 그들이 구축한 2008년 헌법 체제를 부정하는 반군부 혁명진영을 폭도, 즉 내란 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쿠데타 우두머리인 민 아웅 흘라잉과 친군부 정당(USDP)과 극우 시민사회(마바따)라는 3각 연대는 현재 한국 상황과도 유사하다"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2024년 12월 3일과 미얀마의 2021년 2월 1일을 두고는 "군사력을 동원한 권력 유지와 권력 탈취란 측면에서 쿠데타로 명명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또 "쿠데타 주체들이 부정선거를 비상계엄의 이유로 내걸었다는 점, 비상계엄 공포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점, 미얀마와 유사하게 비상계엄에 동조하는 정치 집단이 있다는 점,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확신하면서 극우 시민사회의 지지를 동원하고 있다는 점"을 한국과 미얀마의 유사점으로 들었다.

한편 "대한민국 헌법에는 국회 비상계엄 해제 요구권이 명문화돼 있었던 반면 미얀마 군부가 만든 2008년 헌법에는 그러한 견제 조항이 없었다"라며 "한국 군부에는 과거 하나회와 같은 견고한 정치군인 조직이 없었고 국정원과 같은 정보기관이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비협조적이었다는 점도 미얀마와의 차이점이다"라고 설명했다.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얀마 봄의 혁명 4년 기념 토론회' 참석자들이 군사독재 저항을 상징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복건우
이날 박 교수는 "한국과 미얀마에서 극단화된 대결 정치를 넘어 공존의 정치가 뿌리내리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처벌을 둘러싼 갈등이 계엄을 정당화하는 윤석열의 계엄 포퓰리즘과 맞물리면서 대결 정치의 그림자가 더 오랫동안 드리워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암울한 미래를 진단했다.

그럼에도 "한국과 미얀마 모두 대결의 정치가 낳은 최악의 비토크라시를 경험하면서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의 안착을 방해하는 요인을 점검하고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됐다"라며 "이러한 사유는 공존의 정치의 필요성을 숙의하는 공론장을 열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용선 민주당 의원은 "한국에서도 이른바 군사 쿠데타가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났다. 비상계엄 당일 국민들과 국회의 역할이 없었더라면 한국도 미얀마 같은 내전 상황으로 빠져들지 않았을까"라고 떠올렸다. 염태영 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가 내란 사태를 조기 종식하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게 미얀마에서 일어난 봄의 혁명을 돕고 지원하는 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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