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절 논란 질문에 17초 침묵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대식, 남소연 기자]
▲ 답변하는 김복형 헌법재판관 후보자 김복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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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복형 헌법재판관 후보자 "......"
침묵만 흘렀다. 질문자인 이건태 의원이 계속 답변을 기다렸지만 김복형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시선을 돌려 책상만 쳐다봤다. 그렇게 17초가 흘러갔다.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복형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장면이다.
김 후보자는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 "심도 깊은 검토를 하겠다"라는 대답을 반복했다. 정치적인 사안 뿐 아니었다. 원론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여러 차례 질문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답변을 하지 않기도 했다. 질문을 해도 대답을 들을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자, 여야 의원 모두 김 후보자의 답변 태도를 비판했다.
특히, 김 후보자는 건국절 논란에 대해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건태 의원은 우리나라가 건국된 해가 언제인지 물었다. 김 후보자의 답변은 "임시정부는 1919년 건립됐고, 대한민국 제헌헌법은 1948년에 이뤄졌다"였다.
이 의원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이라는 헌법 전문을 인용하며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됐다는 말 아닌가"라고 다시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일제강점 하에 우리나라 국민의 국적은 한국이라고 말씀드린 걸로 대체하였으면 한다"라고 답했다. 앞서 다른 의원으로부터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국적은 일본" 발언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했던 답변의 반복이었다.
김용민 의원 "됐다, 더 물어볼 필요 없다" 남은 질의시간 스스로 포기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검사 탄핵과 관련한 질문을 던졌지만 김 후보자는 원론적인 답변도 하지 못했다. 김 의원이 "(검사가) 어떤 수사를 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잘못했으면 그것만 놓고 탄핵인지 아닌지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동의하느냐"라고 물었다. 김 후보자는 "추상적인 질문이어서 답변하기 쉽지 않다"라고 답했다.
헛웃음을 참지 못한 김 의원은 "이 정도 사안은 원론적인 답변을 해야 한다. 이 자리에 나와계신 게 불만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김 의원이 헌법상 국민의 저항권이 있는지 묻자, 김 후보자는 "헌법 규정에 특별한 언급이 없다"라고 답했다. "헌법 해석상 저항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느냐"라고 바꿔서 묻자, 김 후보자는 즉답을 못 했다. 김 의원은 "(헌법 전문에) 4.19 정신 나오지 않느냐"라고 물었고, 그제서야 김 후보자는 "4.19 정신이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라면 헌법에 규정돼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이 다시 "헌법 해석상 국민 저항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느냐"라고 물었다. 김 후보자의 답변은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 것으로 알고 있다"였다.
김 의원은 "됐다, 더 물어볼 필요가 없는 것 같다"면서 남아 있는 질의시간을 스스로 포기했다.
여당 의원도 김 후보자의 답변 태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장동혁 의원은 과거 헌법재판소가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인정한 것을 두고 질문을 계속 던졌는데, 김 후보자는 "심도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는 답을 반복했다. 장 의원은 이후 "헌법적 소신이나 법리 등 어느 정도 식견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하려면,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일반 추상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답변 태도를 여러 차례 지적하고 김 후보자도 "유념하겠다"라고 밝혔지만, 그 이후에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복형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답변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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