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상승, 매물 급감, 대출 옥죄기… ‘3중고’ 빠진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서울 아파트 전세 수요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줄면서 전셋값 오름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게다가 은행들이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에 활용될 수 있는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을 중단하면서 자금 마련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치솟은 전셋값, 매물 급감, 대출 옥죄기 등 전세 수요자들이 ‘3중고’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이동하면서 시작된 전셋값 상승세는 최근 6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9.9% 하락했지만, 올해 들어선 지난달까지 3.9% 상승으로 돌아섰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 1월 5억8959만원이었으나, 지난달에는 6억1585만원으로 올랐다.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 평균 전셋값(4억357만원)이 2022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4억원을 넘어섰다.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만 몰리면서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 매물이 눈에 띄게 줄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 매물은 올해 초만 해도 3만5000건 규모를 유지했지만 최근에는 2만건대 중반으로 감소했다.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1000가구 이상 대단지에서도 매물을 찾기 힘든 경우가 많다. 8일 기준으로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전농우성(1234가구)’, 도봉구 창동 ‘북한산아이파크(2061가구)’, 양천구 목동 ‘롯데캐슬위너(1067가구)’, 마포구 대흥동 ‘대흥태영(1992가구)’의 경우 전세 매물이 아예 없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지난달 KB부동산이 집계한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42.9로, 지난 2021년 10월(162.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보다 크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이다.
주요 은행들이 유주택자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을 전면 중단하고, 갭투자에 활용될 수 있는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을 중단하면서 전세금 마련도 여의치 않다. 오는 11월 말 입주를 앞둔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 1만2000여 가구는 은행마다 전세 세입자에게 대출을 내어줄지 방침이 달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입주 예정인 동대문구 이문동 ‘래미안라그란데’(3069가구), 성북구 장위동 ‘장위자이레디언트’(2840 가구),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자이디센시아’(1806 가구)등도 전세 대출 중단 규제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효선 NH농협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 수요자들이 안정적으로 원하는 집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정부가 좀 더 세밀히 정책을 고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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