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관점에서 본 메타버스와 게임의 경계[김윤명 박사의 AI 웨이브]

서경IN 2024. 7.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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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명 디지털정책연구소 소장(법학박사)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게임물은 법적으로 문화예술의 한 유형으로 규정되고 있다. 게임인은 예술인의 지위를 얻게 되었다. 게임물의 성격을 보면 그래픽이나 영상 등 예술적 요소와 소프트웨어 등 기술적 요소가 결합돼 있다.

더 나아가 게임물이 다른 서비스로 분화되거나 다른 서비스가 게임물로 변화하기도 한다. 게임물은 하나의 서비스나 기술이 아닌 다양한 유형이 융합된 결과물이다. 게임은 SW로서, 콘텐츠로서, 정보통신 서비스로서, 전자상거래에 따른 재화로서, 그리고 메타버스로서 분류될 수 있다.

이러한 각각의 성질에 따라 규율되는 법률이 상이하다는 점에서, 규제의 정합성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메타버스 플랫폼의 성질은 다양성 및 확장성에 있다. 메타버스는 게임 서비스가 되거나, 콘텐츠 서비스가 되거나 다양한 서비스가 융합된 플랫폼 서비스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서비스가 연계되거나 혼재됨으로써 법적 적용에 있어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메타버스에 대한 규제 체계는 다른 서비스와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정리될 필요가 있다. 다만, 메타버스의 새로운 서비스 유형에 대해서 규제 체계로 편입시킬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규제정합성 및 산업진흥이라는 측면에서 고민이 필요하다.

게임규제는 시장에서 등급분류 받은 내용과 다르게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에 기반한다. 모든 영역에서 우려가 없는 것이 있을까? 우려가 없는 사업은 없다. 유독 게임산업법에서는 우려를 가지고, 규제의 근거로 삼고 있다.

이러한 규제적 속성은 게임물과 경계에 있는 메타버스에도 적용된다. 무엇보다, 메타버스산업이 게임산업과 유사하다는 점에 기인한다. 메타버스는 다양한 서비스의 집합과도 같기 때문에 게임산업법만이 아닌 청소년보호법 등 다양한 규제법제의 적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메타버스가 게임산업법을 우회하거나 사행성을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게임물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수준의 규제를 받아야한다는 것은 당위적이지 않다. 우려만이 아닌, 실제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영역이다.

물론 그동안 사업자들이 보여온 행태를 보면 우려가 이해가 가는 면도 있다. 따라서, 실증 특례를 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메타버스 산업에 대한 정부의 신사업 육성에 대한 의지, 게임산업법의 탈 규제 체계의 수립, 자율규제의 확장과 책임의 강화 등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서는 시장에 맡겨두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물론 무조건적인 자율은 아니다. 자율규제를 위반하거나 또는 기대했던 바와 다른 결과가 나올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을 가중하는 것이다.

메타버스와 게임물은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메타버스의 게임화 또는 게임의 메타버스화하는 상황에서 양자는 명확한 구분이 쉽지 않다. 규제기관과 사업자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영역이다. 메타버스 정책과 게임정책은 기본적으로 진흥을 목적으로 하지만, 실질적으로 기대하는 효과나 목적은 상이하다. 게임의 속성상 ‘오락’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지만, 게임산업에 내재하는 사행성 이슈는 게임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제와 현실세계의 경제의 혼합을 규제한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내에서 경제활동은 규제의 대상이 되고, 현실 재화로의 이전은 금지된다. 지금까지 게임산업이 갖는 기술적인 특성에 따르면, 게임산업법의 규제는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기술이라는 것은 변화하는 속성을 갖는다.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게임산업과 메타버스 산업을 구분하기 어렵다면, 규제라는 목적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것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규제는 사업자에게 부담지우는 것이기는 하지만 최종적인 소비자에게 분담지워진다. 이러한 분담은 소액이나 영향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체감되지 않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규제가 정당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임산업법이 도구적으로 메타버스 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규제나 정책의 정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책이 정합적이지 않으면, 결국 수범자의 입자에서는 명확하지 않는 산업정책으로 인식될 뿐이다. 따라서, 메타버스 규제의 필요성이 있다면 그 필요성이 명확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어떤 규제의 실익이 있는지를 설명하여야 한다. ‘우려’라는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은 정책적이지 않다. 과학적, 통계적 기반에 따른 게임정책이 요구된다. 정부 정책이 과학적이지 않는다면 해당 정책은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물의 규제에 대해서는 게임산업법의 목적규정과 입법취지에 부합해야 한다. 게임산업법은 “게임산업의 진흥 및 국민의 건전한 게임문화를 확립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과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 게임의 문화적 이용에 대한 규제 등 목적규정에 위배되는 규제는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

이처럼, 입법목적이 부정되는 법률을 누가 수범해야하는지 묻고 싶다. 우리 헌법은 문화국가의 원리를 기본원리로 삼고있음에도, 가장 문화적이고 예술적인 게임 분야에서 몰가치한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이러니할 뿐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서경IN sk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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