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로드] MZ가 '사주팔자'에 빠진 이유는?

이채윤 2024. 2. 1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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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 보는 MZ세대 늘어나
온라인·비대면 운세 서비스 인기
‘걱정 해소’와 '자신을 정의하기'위해 사주 찾아
▲ mz로드 컷

모바일 환경이 익숙한 ‘요즘 애들’은 쇼츠나 릴스 등 짧지만 강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는 문화를 이끌면서도 아이러니하게 90년대 유행하던 레트로 감성을 재현한 통 넓은 바지를 입거나 LP판 카페를 찾아간다. 이들은 최신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색적인 경험을 중시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고 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을 ‘MZ’라고들 하지만 사전적으로 보면 1980~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통칭한다. 이들은 치열한 세상살이 속에서도 각자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며 살아간다. 강원도민일보 디지털국 뉴스부 MZ 기자들이 ‘MZ세대’의 트렌드와 문화의 길을 따라가 본다.

 

▲ 이재연 씨가 춘천의 한 사주집에서 사주를 보고 있다. [이재연 씨 제공]

 

3. 사주팔자에 빠진 ‘MZ’

직장인 20대 정모 씨(27)는 3년째 새해 루틴으로 사주를 보러 간다.

4년 전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목표로 하던 회사에 낙방한 그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철학관을 찾았다. 의심스러운 마음으로 본 사주의 풀이대로 이듬해 취업이 되자 그는 큰 흥미를 느껴 매년 철학관을 찾게 됐다.

이처럼 최근 사주를 보는 MZ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사주는 더 이상 기성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예전과는 조금은 다른 이유로, 다른 방식으로 사주를 보는 MZ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정지혜 씨가 춘천의 한 사주집에서 사주를 보고 있다. [정지혜 씨 제공]

 

◇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사주보는 MZ

네이버의 전문가 상담 서비스 ‘엑스퍼트’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매출의 70%가 ‘운세 및 사주’ 상담에서 나왔다. 운세·사주 상담 서비스 이용자의 72%가 MZ세대에 속하는 20~30대였다. 구인·구직·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해 10~30대 54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8.8%가 ‘새해 운세를 본 경험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MZ세대 사이에서 사주가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MZ들은 불안감 해소를 위해 사주를 본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문다은(26) 씨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사주를 본다”며 “취업과 같이 인생의 중요한 결정사나 풀리지 않는 고민이 있을 때 주로 사주를 찾는다”고 답했다. 김다솔(27) 씨 역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때, 좋은 말을 보기 위해 사주를 본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재연(29) 씨는 “불안하거나 걱정되는 일이 생기면 마음의 위로차 사주를 볼 때도 있다”며 “나의 과거를 맞추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미래에 대한 예측도 함께 듣기에 걱정에 대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 어기연 씨가 서울의 한 사주집에서 사주 항목을 살펴본 사진. [어기연 씨 제공]

 

◇ ‘내가 모르는 나에 대해 더 잘 알기 위해’ 사주 택한 MZ

MZ들은 고민이 많지만 오로지 불안감 해소만을 위해서 사주를 보는 것은 아니다.

한때 MZ들 사이에서 유행이었던 성격 유형 검사 ‘MBTI’처럼, 사주 역시 자신의 성향과 성격 등에 대해 알려준다.

이 때문에 ‘스스로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하는 MZ세대 사이에서 ‘자신에 대해 알려주는’ 사주가 인기를 얻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다은 씨는 “사주는 ‘나에 대한 정의’를 찾아준다”며 “가끔은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데 사주를 통해 내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고, 어떤 것과 잘 맞고 안 맞는지 들을 때 내가 조금씩 정립되는 느낌이 든다”고 답했다.

대학원생 이해림 씨(26) 역시 “사주는 태어난 연월일시만으로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한다. 사주는 마치 나의 캐릭터를 해석해 주는 것 같다”며 “게다가 현대과학이 알려주지 않는 현재와 미래의 상황에 조언을 해준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직장인 진슬기(21) 씨는 “사주는 퍼스널 컬러(사람마다 맞는 색상의 옷이나 화장법이 있다는 이론)처럼 나에게만 해당하는 것이라서 재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해 2024년 신년운세를 기자가 직접 알아본 결과. 이채윤 [점신 어플 갈무리]

 

◇사주, 맹신은 금물…MZ는 온라인에서 사주본다

앞으로 사주를 보기 위해 줄 서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MZ세대는 오프라인에서만 사주를 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모바일 운세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스텔러’에 따르면 전체 이용자 140만 명 중 10~30대 MZ세대의 비중이 83%에 달한다. 이처럼 MZ는 앱을 이용하거나 사주 플랫폼을 활용하는 등 온라인·비대면으로 사주를 보고 있다.

사주 플랫폼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문다은 씨는 “온라인은 접근성이 좋아서 이용하지만 정확도는 떨어지는 편인 것 같고, 오프라인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나의 꿈, 성향, 성격을 사주에 반영해서 봐준다”고 말했다.

이재연 씨 역시 “시간이 없거나 급하게 당장 보고 싶은 날에 비대면 운세 서비스 앱을 이용한 적이 있다”며 “사주를 보고 싶을 때 당장 결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진슬기 씨 역시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다가 ‘사주 앱’ 광고를 접한 뒤 호기심에 사주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MZ들은 사주를 긍정적으로 여겼지만 ‘재미’로 사주를 볼 뿐 ‘맹신’은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문다은 씨는 “인간은 늘 끊임없는 고민과 선택을 해야 하는 삶을 살아가며 안정성을 찾기에 그 해답을 주는 사주가 매력적이다”라면서도 “사주를 맹신하기보다 길의 방향성을 알아보고, 조심할 부분을 참고하고 싶어서 본다”고 말했다. 이해림 씨는 “사주를 반쯤 재미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김다솔 씨는 “사주를 신뢰하지 않는다”며 “재미로 하는 포춘쿠키처럼 좋은 말을 보려고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MZ가 사주를 택한 이유와 방법은 제각기 달랐다.

그러나 ‘취업, 건강, 행복’에 대한 고민과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해소하고자 하는 소망은 MZ든, MZ가 아니든 다 똑같지 않을까.

2024년 갑진년 설을 맞아 만사형통(萬事亨通)하고 운수대통(運數大通)하는 한 해가 모든 독자에게 찾아오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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