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가 잡종이라고?”…‘댕댕이 아빠’ 이건희가 한 행동
10년 노력끝에 순종률 끌어올려
‘개 먹는 야만국’ 이미지 개선도
시각장애인에 빛을 선사한 삼성 안내견학교 사업이 30주년을 맞으며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남다른 ‘동물 사랑’이 재조명되고 있다.
생전 자택에서 200마리의 개를 키울 정도로 애견가였던 이건희 회장이 진돗개(진도개) 순종을 보존하고 ‘개를 먹는 야만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사실이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이 선대회장은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세계견종협회에서 진돗개의 원산지가 한국임을 증명해 주지 않았다. 확실한 순종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며 “그 사실을 알고는 곧바로 진도에 가서 사흘을 머물며 장터에도 가고 순종이 있다는 이집 저집을 찾아 30마리를 사왔다”고 기술했다. 순종 진돗개를 보존하는 사업에 본인이 직접 뛰어든 것이다.
그는 “사육사와 하루 종일 같이 연구하고, 외국의 전문가를 수소문해서 조언을 받아가며 순종을 만들어내려고 애썼다”며 “처음 들여온 30마리가 150마리로 늘어날 때쯤 순종 한 쌍이 탄생했다”고 적었다.
10여 년의 노력 끝에 순종 한 쌍을 만들어냈고, 진돗개 300마리를 키우며 순종률을 80%까지 올려놓았다. 1975년에는 진돗개 애호협회를 설립, 초대 회장에 취임하며 진돗개 경연대회를 열고 당시로서는 파격이었던 대형 냉장고 경품을 내걸기도 했다.
진돗개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활동에도 직접 나섰다. 이 선대회장은 1979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견종종합전시대회’에 진돗개 암수 한 쌍을 직접 가져가서 선보였고, 이를 계기로 진돗개는 1982년 ‘세계견종협회’에 원산지를 등록할 수 있었다. 2005년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애견 협회인 영국 견종협회 켄넬클럽에 진돗개를 정식 품종으로 등록하는 데 성공했다.
이 선대회장은 한국이 ‘개를 잡아먹는 야만국’이라는 부정적인 해외의 시선을 해소하는 데에도 앞장섰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세계동물보호협회(WSPA)와 국제동물복지기금(IFAW)은 항의 시위를 계획하고 한국 상품 불매운동 광고를 게재하면서 한국의 개 식용 문화를 비판하는 일이 있었다. 이에 이 선대회장은 IFAW 임원진을 서울로 초청해 애완견 연구센터와 안내견학교 신축 현장 등을 견학시키며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는 데 일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 선대회장은 “외국인이 한국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킴으로써 경제적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죄 없는 동심들이 상처를 입지 않게 하며, 부수적으로 관련 사업을 활성화해 경제 성장에 일익을 담당하게 해야 한다”고 에세이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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