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거] '수상한 하한가' 주가폭락 이면엔 다단계식 주가조작 정황

서효정 기자 2023. 4. 2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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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부터는 JTBC가 단독보도하는 내용입니다. 오늘(24일) 주식시장에서는 갑자기, 특별한 이유 없이 하한가를 맞은 몇 개의 종목들이 있었습니다. 시장에서는 하한가 이유를 두고 의문이 일었습니다. 일부에서는 큰 손의 주문 실수냐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하한가 종목 중 몇 개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로 도시가스 업체인 대성홀딩스와 삼천리의 최근 3년간 주가 그래프입니다. 매일, 매달 조금씩 오르며 3년 동안 많게는 10배 올랐습니다. 올 초 저희 탐사취재팀은 이들 종목의 주가가 이상하다는 제보를 받아 취재를 해왔고 취재 결과 주가조작 정황이 있었습니다. 금융당국에서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먼저 서효정 기자입니다.

[서효정 기자]

국내 한 도시가스업체 지주회사의 주가 차트입니다.

3년 전 주가가 최저 금액으로 지난 3년 동안 계속 올랐습니다.

어제까지 오른 주가만 10배 이상,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당 가격은 순이익의 400배가 넘습니다.

또 다른 도시가스 업체의 주식 그래프입니다.

2021년까지 5~6만원대였던 주식이 2022년부터 계속 뛰더니 어제는 50만원 가까이로 올랐습니다.

그런데 두 종목 모두 오늘 갑자기 하한가를 기록하며 곤두박질쳤습니다.

[대성홀딩스 주식 담당자 : 저희뿐만 아니라 8개 종목을 매도 물량을 던지는 바람에 저희 주가가 갑자기 하락한 이슈가 있는데, (저희) 자체 이슈는 없어요.]

JTBC 취재진은 오늘 하한가를 기록한 주식 중 최소 6개 종목이 주가조작에 연루된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해당 주가를 조작한 일당들이 주고받은 텔레그램입니다.

신규 투자자를 모집했다며 증권사를 추천해달라고 합니다.

또 다른 투자자를 유치할 때는 투자금 규모가 커서 여러 계좌로 나눠 매매해야 할 것 같다고 합니다.

일당들이 이 돈을 대리 투자해 시세를 조작해 온 겁니다.

수개월마다 수익을 정산해, 일당과 투자자들이 절반씩 나눠 챙긴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투자자들에게는 수익 정산 관련 문자가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주기적으로 삭제하라고 하고, 금감원에서 전화가 올 때 유의 사항도 알려줍니다.

주가조작 일당들은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수수료를 골프 회원권 등을 사서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골프 레슨 업체 관계자 : 저도 여기 온 지 이제 한 달 돼서 자세한 건 잘 모르거든요. {골프 레슨이 이뤄지긴 하나요?} 네, 레슨 하고 있어요.]

금융당국은 주가 조작 정황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앵커]

올해 초부터 이 주가조작 사건을 취재해 온 기자, 이호진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먼저 3년 동안 그러면 주가를 조작해서 올렸다는 건데 어떻게 이런 일이 3년 동안 들키지 않고 이루어질 수 있는 거죠?

[이호진 기자]

먼저 주가조작 대상이 된 회사들의 공통점은 유통 물량이 적어서 일당들이 사전 가격 모의를 통해서 주식을 사고파는 이른바 통전거래가 쉬운 회사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제보자에 따르면 이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 아주 조금씩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합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제보자 :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제도 허점이 있는데, 급등이나 급하락이 아니라 하루에 0.5%, 1%씩 작은 규모로 주가를 움직이다 보니까, 우리나라 허점을 좀 노렸고.]

[앵커]

흔히 주가조작이라고 하면 단기간에 급등해서 치고 빠지는 전략. 이렇게들 알고 있는데 이 주식들은 몇 년간 조금씩 조금씩.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보기에는 '주가가 기업가치를 찾아가는구나' 이렇게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라 그런 방식으로 주가를 조작했다는 거죠. 주가조작이 이루어진 구체적 정황들도 있습니까?

[이호진 기자]

주가조작 일당들이 있었던 텔레그램방을 한번 보시겠습니다.

투자자들과 미팅 전에 반드시 받아야 할 정보로 신분증, 사무실 또는 자택 주소 그리고 사용 중인 은행계좌를 들고 있습니다.

일당들이 투자자로부터 휴대전화를 받아서 주식매매 앱을 깔고 투자자 명의의 휴대전화로 거래를 하면서 작업을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 같은 정보가 필요한 겁니다.

[앵커]

'아예 이 회사가 좋습니다'라고 추천하거나 이런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명의로 가지고 왔다.

[이호진 기자]

휴대전화를 받아서.

[앵커]

그러면 사고팔기 위한 것, 이렇게 일단은 해석이 가능하고요. 그런데 사무실 주소나 집주소는 왜 필요한 겁니까?

[이호진 기자]

또 다른 텔레그램방을 보면 알 수가 있는데요.

계좌 관리자들에게 동일 IP로 접속을 하거나 동시에는 접속을 하지 말라고 합니다.

금융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 투자자들의 집 근처나 회사 근처에서 작업을 하려고 주소를 물어본 겁니다.

[앵커]

일반적인 투자처럼 보이기 위해서 IP 주소도 떨어뜨리기 위해서 주소도 다 받아놓은 거라는 말씀이군요.

[이호진 기자]

맞습니다.

[앵커]

그래서 3년 동안 주가를 조작해서 올렸는데도 들키지 않았다. 들어보니까 막대한 부를 이런 식으로 축적했다. 사실 해당 회사들의 주가도 많이 올랐고요, 어느 정도입니까?

[이호진 기자]

이 일당 가운데 핵심세력의 가족이 SNS에 올린 내용을 한번 보시면 예를 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초고가 자동차들을 잇따라 구입해서 사진을 올리고 있습니다.

제보자의 이야기도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제보자 : 본인 스스로 현금 계좌 300억, 400억이 있고 총 한 7천억 정도는 벌었다. 이런 식으로 지인들에게 얘기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몇천 억을 벌었다라는 얘기도 들었다. 그런데 이게 이제 주가조작으로 올린 거고 나중에 실체가 드러나면 주가는 다시 떨어지고 그러면 일반 투자자들은 그만큼 피해를 보는 거 아닙니까?

[이호진 기자]

그렇습니다.

[앵커]

투자자들은 어떻습니까? 이들에게 돈을 댄 투자자들은 어떻습니까?

[이호진 기자]

투자자 중에서는 의사와 변호사 같은 전문직뿐만 아니라 연예인들도 있었는데요.

이 부분은 오승렬 PD의 리포트를 보시면서 자세히 전해 드리겠습니다.

[오승렬 PD]

JTBC 취재진이 입수한 주가조작 일당들의 회계장부입니다.

외상 매출 항목에 수많은 병원들이 적혀 있습니다.

경영자문료 명목으로 병원마다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이 넘는 돈을 주가 조작 일당들에게 지급해 온 겁니다.

투자자들은 수익 절반을 수수료로 입금해 왔습니다.

[병원 관계자 : 저희가 원장님께 여쭤보니 모르신다는데.]

투자자들에게 수수료를 받는 업체들은 골프장부터 드라마 제작, 리조트 등 수십 여개.

모두 주가조작 일당들이 세운 회사들입니다.

이들은 단기간에 막대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다단계 방식을 활용했습니다.

기존 투자자가 신규 투자자를 데려오면 신규 투자자로 생긴 수익 일부도 나눠준 겁니다.

[제보자 : 수수료 정산을 할 사람들이 매도를 걸어놓고 신규로 영업이 된 사람들이 1억 매수를 하면 매도 칠 물건을 그대로 매수로 옮기는 작업을 해서.]

일부 병원장들은 동종 업계 의사들을 소개해 주며 막대한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활의학과 병원장 : 아니 근데 저는 상관없어요. {OOO 씨도 전혀 모르세요?} 예예. 전혀 제가 개인적인 거라.]

투자자 중에는 의사나 변호사, 중견기업 오너와 연예인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가조작 일당이 접근했던 한 연예인 측은 취재진에게 "투자 권유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며 "다른 연예인들에게는 골프 레슨 등을 통해 접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VJ : 한재혁·장지훈·박태용 / 영상디자인 : 이주환 / 리서처 : 고선영·김지현·김채현)

[앵커]

좀 더 몇 가지를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이 주가조작범들이 이 회사가 좋습니다, 이 회사에 투자하십시오라고 해서 투자자를 끌어모은 게 아니라 투자자들로 하여금 돈을 대게 하고 그걸 서로 사고팔게 하면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오랫동안 끌어올려왔다는 거죠?

[이호진 기자]

맞습니다.

[앵커]

이 부분 오늘 좀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8개 종목이 시장에서 이유 없이 하한가들을 맞으면서 관심이 컸습니다. 오늘 폭락한 업체들이 그러면 앞서 이제 예로 2개 업체를 들었는데 다 이 주가조작에 연루된 업체로 보는 겁니까?

[이호진 기자]

그건 아직 알 수가 없는데요.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최소 6개 업체가 연루가 된 것으로 보이고요.

금융당국에서 조사에 착수를 했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관련된 한 회사 관계자에게 얘기를 들어봤는데 주가조작 자체는 몰랐다면서도 그동안 내부에서도 이상 징후로 보일 만큼 많이 오른 게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주가가 올랐던 그 업체 관계자 말씀인가요?

[이호진 기자]

맞습니다.

[앵커]

내일도 관련 보도가 있습니까?

[이호진 기자]

오늘 있었던 주가 관련 폭락을 앞두고서 이들이 사전에 움직인 정황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내일 좀 자세히 전해 드리겠습니다.

(VJ : 한재혁·장지훈·박태용 / 영상디자인 : 이주환 / 리서처 : 고선영·김지현·김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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