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코인이 그나마 가장 공정"..불공정에 질린 2030세대

윤원섭,한상헌 2021. 5. 2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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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MZ세대는 소액으로 고위험 투자"
확대·재생산 디지털문화 친숙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 인식
금감원 "투명하게 보이지만
유리잔같이 깨지기쉬워" 경고
"주택 구입 위해 재테크" 61%
코인투자 75%가 1천만원 미만

◆ MZ세대 투자 보고서 ◆

최근 MZ세대가 빚까지 져가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서울 시내 대형 서점에서 한 대학생이 가상화폐 투자 관련 서적을 읽고 있다. [이충우 기자]
'주식·가상화폐 투자가 가장 공정한 게임.'

금융감독원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에 열중하는 이유는 이들 투자를 가장 공정한 게임으로 인식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부동산은 거래 단위가 크고 각종 정보도 빠르고 원활하게 유통되지 않아 MZ세대가 처음부터 접근하기 어렵다. 하지만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는 금수저가 아니더라도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누구나 부를 축적할 수 있어 '공정하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MZ세대의 투자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이 객관적인 분석 정보보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인들 간 교류된 정보에 기반한 즉각적이고 동조적으로 투기에 가까운 성향을 보이고 있어 유리처럼 깨지기 쉽다고 경고했다.

금감원은 MZ세대의 주식·가상화폐 등 자산 투자에 대한 시각을 크게 △가장 공정한 게임 △남이 하면 나도 한다 △부동산 구입을 위한 디딤돌 등 세 가지로 분석했다.

우선 어느 세대보다 공정을 중시하는 2030 입장에선 사회적 배경에 관계없이 누구나 동일한 투자 조건과 리스크를 보유한다는 점에서 투자가 '그나마' 가장 공정한 게임이라고 평가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가상화폐나 주식은 소자본으로도 투자가 가능하고, 디지털 기기를 통한 투자가 보편화하면서 2030세대들이 쉽게 뛰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MZ세대는 '남이 하면 나도 한다'는 생각이 강해 투자에 있어서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집단적으로 확대·재생산한다고 금감원은 분석했다. 예컨대 카카오톡 친구들 방에서 코인 정보가 교류되면 그 방 전체 참가자들이 동시에 투자를 하고 다른 방 친구들에게도 확대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MZ세대의 이 같은 투자 시각에 대해 금감원은 "투명해 보이지만 유리잔과 같이 깨지기 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MZ세대 투자는 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해 소액으로 언제나 직접 할 수 있는 투기성 게임이라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또 보고서에서 MZ세대의 키워드로 △공정 △가심비 △디지털 △부동산 등 4가지를 꼽았다. 금감원은 "주택가격 급등 등 자산 격차 확대로 계층 사다리가 사라짐에 따라 MZ세대가 공정성에 매우 민감해졌다"면서 "다만 공정의 개념은 배려가 포함된 '형평'보다는 기계적 '평등'에 더 가깝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사례는 기회 균등을 넘어선 배려이기 때문에 또 다른 불공정이라는 게 MZ세대 판단이다.

공유경제에 익숙한 MZ세대지만 목표는 부동산(내 집)인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 보고서가 인용한 청소년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MZ세대 10명 중 7명이 '내 명의의 집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미래에셋연구소에 따르면 MZ세대 61%는 재테크 이유로 '주택 구입 재원 마련'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MZ세대의 공격적인 투자 성향에 대해 계층 사다리 붕괴와 저금리 등 주변 환경 변화에 따른 현상으로 분석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젊은 세대 입장에선 자본 소득을 통해 자기 집을 장만할 수밖에 없으니 위험을 감수하게 됐다"면서 "가상화폐 투자로 100배 혹은 1000배 수익을 얻어 계층 사다리를 올라가길 기대하는 반면에 몇백만 원 투자해 다 잃어 봤자 달라지는 게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원섭 기자 /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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