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심장병 고백하자 딸이 한 말 “당신은 쓰레기야, 난 당신 못 돌봐” [씨네프레소]
[씨네프레소-161] 영화 ‘더 레슬러’
어떤 직업은 인생의 전부를 갈아 넣길 요구한다. 그런 직업은 한 사람이 일과 휴식 사이에 애써 쌓아놓은 경계를 무너뜨리고 모든 시간을 자기 영토로 만든다. 그 끝엔 거대한 영광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왜 모든 걸 다 바쳤는데 영광을 주지 않느냐는 질문에 직업은 이렇게 반문할지 모른다. ‘내가 언제 그런 약속을 했지?’ 그러니 이건 한쪽은 모든 걸 다 내주고, 반대쪽에선 정확히 뭘 주는지 확실히 얘기해주지 않는 불공평한 계약이다.
‘더 레슬러’(2008)는 자기 직업과 불공정 계약을 맺었음을 인생 말미에야 알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는 건강을 잃었고, 가족의 마음을 잃었다. 무엇보다도 삶의 주도권을 ‘직업’에 내줘버리게 됐다. 인간이 직업을 활용하는 게 아닌, 직업이 인간을 질질 끌고 가는 기묘한 상황에 놓여버린 것이다.
![하드코어 매치를 한 어느 날, 주인공은 심장마비를 경험한다. 몸이 고장 난 것이다. [NEW]](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3/mk/20250803070602964rbai.png)
![마트에서 짐 정리를 하던 랜디는 계산대에서 일하게 된다. 혹시 누가 알아볼까 봐 전면에 나서는 일은 피해왔으나, 생계가 어려워지자 일을 가릴 수 없게 된 것이다. [NEW]](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3/mk/20250803070604301pyex.png)
“당신은 진짜 쓰레기야. 원하는 게 뭐예요? 당신 돌봐달라는 거잖아. 난 그 짓 못해. 날 돌봐야 할 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데?”
![딸의 냉담한 반응은 정당하다. 그녀에게 아버지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그는 옆에 없었다. [IMDb]](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3/mk/20250803070605592pwbu.png)
자기 평생을 속죄할 기회를 부여받은 것이기에 모든 일정을 제치고 두 시간 일찍 가 있었어도 부족했겠지만, 랜디는 그렇지 않았다. 옛 동료들과 한잔하다가 약속에 몇 시간이나 늦어버렸다. 다시 찾아갔을 때 딸은 집에서 울고 있었다. 당신 같은 사람을 믿은 스스로가 한심하다고.
![딸은 아버지를 믿은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진다. 결국 자기만 진심이었음이 드러난 순간 같았기 때문이다. [IMDb]](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3/mk/20250803070606871kwgc.png)
![랜디 대 아야톨라. 20년 전 150만명이 유료 채널로 시청한 전설의 매치가 다시 이뤄진다. 심장 건강을 생각하면 절대 올라서는 안 되는 무대다. 그러나 랜디는 오르고야 만다. 그것 말고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IMDb]](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3/mk/20250803070608183sogq.png)
그게 바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딸과 화해하고 싶어 하는 랜디의 마음이 진심이 아니었던 것 같진 않다. 그는 욱하는 성격의 소유자이긴 하지만 크게 봐선 선한 심성을 갖고 있다. 갑자기 찾아와 문을 두드리는 동네 아이들과 레슬링을 해줄 정도로 전반적으로 선량하다. 사진을 늘 찾아볼 정도로 딸도 절절하게 그리워했다.
그러나 그의 삶엔 이미 레슬링이 깊게 배어 버렸다. 멀어지려고 해도 그가 이제껏 만나왔던 사람들이 주변을 서성인다. 격한 일의 스트레스를 술과 약으로 이겨내던 버릇도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딸과 약속을 지키지 못한 그날만 해도 그렇다. 그에겐 너무 일반적인 하루였다. 동료들과 술 한잔 걸치다가 원래 하려던 일이 무엇이었는지도 잊어버리는. 수십년간 가족에게 상처를 줬던 패턴의 반복.
![아야톨라와의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랜디. [NEW]](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3/mk/20250803070609518mlfe.png)
![“살다 보면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과 날 사랑해주는 모두를 잃게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직 여기 서 있고 제가 바로 램입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램은 한물갔어. 램은 끝났어. 패배자야.’ 근데 그거 아세요? 저한테 한물갔다고 말할 자격 있는 사람은 오직 여러분뿐입니다. 제 레슬링을 계속 볼 자격 있는 사람은 여러분뿐입니다.” 아야툴라와의 경기를 앞두고 랜디는 관객에게 말한다. 레슬러들이 경기 전에 자기를 커 보이게 하기 위한 허세 담긴 말이 아니다. 그건 고백이고 고해성사다. [NEW]](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3/mk/20250803070610773tuhv.png)
외려 이 이야기는 직업의 ‘자기장’에 관한 이야기로 읽힌다. 어떤 일은 자기장이 매우 강해서 종사자의 인생 구석구석까지 직업을 중심으로 정렬되게 한다. 그가 직업에 인생을 저당 잡히는 동안 가족은 피해 볼 수 있다. 어떤 직업은 아주 악독한 빚쟁이처럼 가족까지 찾아다니며 추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직업을 고르기 전에 그 일이 어떤 자기장을 가졌는지를 살펴 봐야 할 것이다. 삶의 모든 요소가 자기를 향해 늘어서길 바라는 직업임을 알고서도 꼭 골라야만 한다면 그만한 각오도 해야 할 것이다.
![스트리퍼 캐시디. 그는 랜디와 대조되는 인물이다. 본인이 하는 일의 자기장을 알기에 일상과 철저히 선을 긋는다. [NEW]](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3/mk/20250803070612054vpln.png)
![‘더 레슬러’ 포스터 [NEW]](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3/mk/20250803070613395zchu.png)

‘씨네프레소’는 OTT에서 감상 가능한 영화와 드라마를 리뷰하는 코너입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 구독 버튼을 누르면 더 많은 리뷰를 볼 수 있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체온조절 위해 ‘사각팬티’ 드러누운 것”…尹측, 정성호 ‘허위사실 공표’ 법적 조치 예고
- 1183회 로또 1등 13명 각 20.7억원씩… ‘4 · 15 · 17 · 23 · 27 · 36’ - 매일경제
- “1만원이라도 아끼는 게 현실이죠”…수십억 아파트서 제공하던 조식 서비스 ‘결국’ - 매일
- “미국산만 아니면 뭐든 OK”…캐나다, 트럼프 관세폭탄에 반미정서 확산 - 매일경제
- “날씨가 중간이 없네”…이번엔 폭우, 수도권 최대 150㎜ ‘물폭탄’ - 매일경제
- 올해 코스닥 IPO 최대 규모까지 입성…8월 공모주 시장 개막, 삼양컴텍 등 4곳 출격 - 매일경제
- “예쁘네” “몸매 좋아”…학부모가 여교사 ‘프사’ 캡처해 단톡방서 품평 - 매일경제
- “통신비 굳었네”…SKT, 연말까지 전 고객 데이터 50GB 제공 - 매일경제
- 신평 “尹 독방은 사형수가 쓰던 방”…전한길엔 “국힘 통제할 수도” 엄지 척 - 매일경제
- [속보] ‘맙소사’ 손흥민, 결국 토트넘과 10년 동행 끝! 마지막 여행이었다 “올 여름 끝나고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