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모습을 바꾼 88올림픽..우리 삶도 바꿨다

전지현 2021. 1. 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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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올림픽 이펙트' 展
국가 위상 높이기 위해
63빌딩·국립미술관 등 짓고
건축·디자인 문화 뿌리내려
`올림픽 이펙트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 전경. [사진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전시장 바닥이 이상하다. 육상트랙이나 수영장 레인(lane)을 연상시키는 선이 그어져 있다. 그 길을 따라 움직일 필요는 없고 88서울올림픽을 떠올리면 된다.
진달래&박우혁 마스터플랜, 화합과 전진
진달래&박우혁 작가 작품 '마스터플랜: 전진과 화합'은 1988년 전후 우리 사회와 문화를 아우르는 이미지들을 건축·디자인 패턴과 접목했다. 선으로 규칙을 정하는 스포츠 경기처럼 건축·디자인도 선으로 이뤄진다. 작가들은 시간, 운동, 소리, 구조가 결합된 가상의 무대를 펼쳤다.

작품 제목인 '전진과 화합'은 88서울올림픽이 내걸었던 주요 이념이자 구호다. 올림픽 전후로 서울에 아파트와 63빌딩 등 고층 건물이 수직 상승했고, 버스정류장과 가전제품 디자인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역시 올림픽의 유산이다. 국제적인 문화 행사를 개최하려면 1만평 이상의 야외 공원을 갖춘 미술관이 있어야 한다는 당시 정권의 판단에 따라 1986년 개관했다. 이곳에서 올림픽이 촉발한 도시와 삶의 변화를 조명한 기획전 '올림픽 이펙트: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이 내년 4월 11일까지 열린다.

전시장에서 건축가 김수근이 디자인한 잠실 88서울올림픽 주경기장 모형이 눈에 띈다. 모형제작사 기흥성이 정교하게 제작해 당시 공모전에 내세웠던 모형이다. 현재 기흥성 뮤지엄이 소장하고 있는 주경기장, 여의도 63빌딩, 서울역 인근 벽산125빌딩, 삼성동 한국종합무역센터(코엑스) 등 올림픽을 앞두고 국가 위상을 높이기 위해 지은 상징적인 건축물 모형들이 전시돼 있다.

사실적인 모형들과 달리 디자이너 그룹 서울과학사 모형 '디오라마 서울'은 건축물들이 바꿔놓은 도시의 인상을 모형으로 만들었다. 전체적으로는 잿빛 톤으로 채색돼 있지만, 강렬한 음영의 연출로 서울이 극적으로 느껴진다.

미국 다큐멘터리 감독 게리 허스트윗 작품 '올림픽 시티'는 올림픽의 유산이 현재 일상과 어떻게 공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허스트윗은 2008년부터 아테네, 바르셀로나, 베이징, 베를린, 헬싱키, 런던, 서울 등 올림픽 개최 도시를 방문해 당시 구축된 건축과 인공물이 어떻게 삶의 일부가 됐는지를 기록해왔다.

올림픽 개·폐회식 예술감독을 맡았던 화가 이만익의 자료들도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그가 직접 스케치했던 행사 장면, 공연 의상, 무대 장치, 색채 계획 등 다양한 자료가 나왔다. 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적인 정서와 아름다움을 어떻게 전 세계에 보여줄지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묻어난다. 개·폐회식 영상에 사용됐던 이미지로 제작한 판화 시리즈에서는 문학성 짙은 설화 세계를 반영한 독특한 화풍이 잘 드러난다.

서울올림픽 3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다큐멘터리 '88/18'은 올림픽을 렌즈 삼아 1980년대 한국 사회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KBS의 방대한 영상 아카이브를 재구성해 88올림픽 체제와 현재를 잇는 연결망을 다양한 시각으로 조명하는 작품이다.

선우훈의 웹 애니메이션 '모듈라이즈드'는 디자이너를 작업의 화자로 내세웠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지역별로 여러 기능을 갖추게 된 시기를 1980년대로 보고 제작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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