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끝나나 싶더니 원화강세 덮쳤다..'부동산 버블' 언제까지
부동산 떠받친 저금리 기조 이어질듯..부동산 정책이 최대 변수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백신 개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터널의 끝이 보이자 이번엔 원화강세 기류가 우리나라 경제를 덮쳤다. 코로나발(發)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온 통화당국은 원화 강세에 따른 디플레이션 압력을 마주하게 됐다. 통상 원화가치 상승은 수입물가를 떨어뜨려 물가상승률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저금리를 동력 삼아 부풀어오른 '부동산 버블' 역시 이론적으로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팽배해진 불안 심리가 시장을 장악하자 이제 이론만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원화강세에 수입물가 하락 예상…마이너스(-) 물가 가능성 커져
지난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4.9원 내린 1082.1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18년 6월 이후 2년6개월 만의 최저점이다. 백신 사용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원화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더니 급기야 딜러당 1100원선마저 무너진 것이다.
위기시 인기가 오르는 달러는 앞서 코로나19 사태가 팬데믹(대유행)으로 번지자 어김없이 강세를 나타냈다. 지난 2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1200원 아래를 맴돌았던 달러/원 환율은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한 3월 들어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진 1250원을 넘기도 했다.
이러한 고환율(원화 약세) 속에선 대개 수입물가가 뛰면서 물가가 상승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저물가 현상이 심화된데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충격마저 겹치자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미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0%대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 초입에 진입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지난해 9월(-0.4%)과 올해 5월(-0.3%)에 걸쳐선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1965년 물가 통계 집계 이래 유례가 없었던 마이너스 물가가 2년에 걸쳐 두번이나 나타났다. 올해 들어선 1~3월과 9월을 제외하곤 줄곧 0%대를 기록했다.
이후 백신 상용화 소식에 코로나19 종식이 가시권 안에 들자 '달러약세(원화강세)→수입물가 하락→디플레이션 압력 가중'이라는 흐름에 맞딱뜨린 것이다. 소비자물가가 앞으로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져서 앞으로 수개월에 걸쳐 마이너스(-) 물가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떠받친 저금리 이어질 듯…정부 정책에 집값변동 리스크 상승
'부동산 버블'을 떠받치고 있는 저금리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디플레이션 압력 속에서 금리가 오르면 경기를 더욱 위축시키는 효과를 불러오기 때문에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력이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화 강세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며, 물가 관리 차원에서 기준금리 인상 여지는 상당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이로 인한 부동산 시장 파급 효과를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 주택 가격이 시장 원리보다는 수요자의 심리에 의해 크게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한 교수는 "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기보다 투기 수요 때려잡기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내놨는데, 투자자들이 정부의 규제를 이리저리 피해 대응하고 이러한 투기 수요에 불안한 젊은층마저 집 사기에 나서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것"이라며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수요자의 과민반응에 의해 움직이고 있어, 금리 변동에 의한 부동산 시장 변화를 논리적으로 예측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보다는 정부의 정책에 따른 시장 불안으로 '부동산 리스크'가 커진 것이 우리 경제에 더 큰 부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소영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주택 거래가 어려워지고 국민들의 주거도 불안정해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다보니 집값이 갑자기 오르거나 떨어질 여지가 커졌다"며 "당장 부동산 폭락이 우려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와 같이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한다면 그에 따른 경제적 악영향이 매우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se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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