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Knock] 대출 만기연장 4회 땐 퇴출…시름 깊어진 지역 건설사

김덕형 2024. 5. 2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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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연착륙 방안 발표
사업계획 담보 자금 지원(PF) 관련
정부 내달부터 PF 사업 평가기준 개선
대출만기 연장 횟수 등 기준 판단
3→4단계 등급 세분화 신속 정리 유도
‘부실 우려’ 평가 시 사업장 매각 추진
미분양 81.5% 비수도권 도내 3748호
강원 등 지역 건설업체 자금난 심각
PF 평가 ‘최하위’ 지방기업 쏠림 우려

정부가 부동산 PF 시장에 칼을 빼 들었다. 정부는 최근 내놓은 부동산 PF 정상화 대책에서 부동산 PF 사업장의 ‘옥석가리기’를 강조했다. 지금까지 ‘돈맥경화’에 빠진 부동산 PF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부턴 부실 사업장은 시장에서 퇴출하고 건전한 사업장을 골라낸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문제는 지역을 중심으로 부실 사업장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3월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의 81%가 지역에서 나왔다. 올해 1순위 청약에 들어간 전국 99개 단지 중 청약 경쟁률이 1대1 밑을 기록한 단지 36곳이 지역에 위치했다. 고물가·고금리로 자금난에 처한 지역 건설사에 대형 악재가 닥친 셈이다. 정부의 부동산 PF 칼질까지 겹친다면, 지역 건설사의 존립 위기가 커질 수 있다.
 

■ 금융당국 PF 연착륙 대책 추진

금융당국은 23일 ‘제1차 부동산 PF 연착륙 대책 점검회의’를 개최해 부동산 PF 연착륙 대책과 관련해 최근 제기되는 금융·건설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연착륙 대책의 이행계획과 이행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0일 PF 연착륙 대책과 관련해 “금융시장·금융회사·건설사가 감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PF 대책과 관련해 속도·강도 조절을 해나가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금융위는 “정책의 구체적인 방향과 수단을 시장에 명확하고 투명하게 제공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PF는 건설사가 은행에 돈을 빌리는 경로 중 하나다. 신용과 주택 등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방식과 달리 부동산 개발이라는 무형의 프로젝트를 보고 돈을 꾼다. 토지 매입비를 빌리는 브릿지론과 착공을 시작하며 공사비와 사업비를 조달하는 본 PF로 나뉜다.

정부는 지난 13일 부동산 PF 평가대상과 등급 기준을 세분화하고 신속한 정리를 유도하는 내용의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기준 개선안을 발표했다. 부동산 PF 사업장의 사업성 평가 등급을 기존 3단계(양호·보통·악화 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 우려)로 구체화하고 유의 사업장은 재구조화를, 부실 우려 사업장은 경·공매를 통한 매각에 부치기로 했다.

유의·부실 우려를 판단하는 기준은 대출 만기 횟수로 판단한다. 여신 만기를 3회 연장하면 ‘유의’ 사업장으로, 4회 이상 연장하면 부실 우려 사업장으로 본다.

브릿지론 단계에선 최초 대출 만기 도래 후 6개월이 경과했고 토지매입이 미완료된 경우 부실 우려 사업장이 된다. 본PF 단계에선 준공예정일 이후 18개월이 지났을 때 분양률이 50% 미만이면 ‘부실 우려’로 판단한다.

■ 부실 우려 사업장 ‘지역’에서 쏟아지나

정부는 전체 230조원에 달하는 PF 사업장 중 5~10%인 23조원 규모 사업장이 유의 혹은 부실 우려 등급을 받을 거라 본다. 문제는 청산되는 사업장이 비수도권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미분양 아파트가 지방을 중심으로 퍼져있는 등 지방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미분양통계를 보면 올해 3월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6만 4964호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81.5%(5만 2987호)가 비수도권 지역으로 강원(3748호)과 대구(9814호) 등에서 나왔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공사완료후 미분양도 비수도권이 81.4%(9933호)를 차지했다. 청약 시장에서도 지역은 외면받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올해 1순위 청약을 접수한 총 99개 단지 중에서 52개 단지의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이 1대 1에 미치지 못했다. 미달된 52개 단지 중 36개 단지(69%)가 지역에서 나왔다. 강원(0.2대1)과 대전(0.4대1), 경남(0.4대1) 등의 청약 성적은 초라했다.


■ 강원 건설사도 휘청

강원 지역 건설사의 위기신호는 뚜렷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강원도 내 시공능력평가 1위인 요진건설산업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5.3%(149억원) 줄어든 2630억원을 기록했다. 장기적 수익력을 나타내는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1.2%(220억원→85억원) 줄고, 순이익은 반의 반토막(106억원→27억원) 났다.

갚아야 하는 돈, 받아야 하는 돈은 늘었다. 1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7배(80억원→350억원)나 뛰었고 분양미수금은 7.6배(9992만원→7억 5767만원), 외상해준 돈인 매출채권은 1.8배(298억원→532억원) 늘었다. 해당 지표 모두 자금흐름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다.

실제로 문을 닫는 건설사는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를 보면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폐업 신고를 도내 종합건설사는 6곳으로 집계됐다. 2년 전 같은 기간(2곳)과 비교해 3배 증가한 규모다. 전국에선 올해 총 187곳이 문을 닫았다. 정부의 부동산 옥석가리기는 다음 달부터 적용된다. 기초 체력이 떨어진 지방 건설사의 시름이 깊어질 전망이다. 김덕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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