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동옷에 광대탈 쓴 이 곤충, 향긋한 방귀쟁이랍니다 [ 단칼에 끝내는 곤충기]
팍팍한 세상에서 잠시 기분전환 할 수 있는 재미난 곤충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 맞춘 흥미로운 이야기이므로 얘깃거리로 좋습니다. <기자말>
[이상헌 기자]
광대는 '가면을 쓰고 연기 하는 사람'을 뜻하며 후한 시대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풍속으로서 집안에 있는 잡귀를 정화하는 나례(儺禮: 귀신을 쫓아내는 의례 중 하나)에서 왔다. 새해를 맞이하여 집 안팎을 깨끗이 단장하고 밤에는 폭죽을 터뜨렸다. 궁중에서는 12~16세 소년들이 악귀를 쫓는다는 4개의 눈을 가진 방상시 탈을 쓰고 큰 소리로 주문을 외웠다. 북과 피리 같은 악기가 의식을 고취시키면서 벽사의식에 따라 처용무를 췄다.
나례의식이 계승되면서 주문을 외우던 창수(唱帥)는 소릿광대가 되었고 조선시대의 판소리로 진화한다.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은 재인(才人)으로 발전하며 줄타기와 땅재주를 벌이는 사당패로 전승된다. 궁궐에는 나례청을 두어 왕의 행차나 사신을 대접할 때 동원해 연희와 함께 가무로 흥을 돋웠다.
▲ 오광대놀이. 통영 지방에서 지금도 행해지는 오광대놀이. |
ⓒ 공유마당 |
가장 오래된 광대놀음이 고려시대 부터 이어진 별신굿탈놀이이며 각 지역의 오광대놀이는 지금도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황해도 지역에서 널리 행해지는 가면극 봉산탈춤과 북청사자놀음, 중부지방에서 계승되는 산대놀이와 남사당 덧뵈기, 바다를 건너면 제주입춘굿 등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화려한 옷차림에 함박웃음 짓는 애벌레
곤충 세상에는 광대가 쓰는 탈처럼 스마일 아이콘에 무당의 차림새와 같은 알록달록한 몸매를 보여주는 종이 살고 있다. 금속성 느낌의 청동색 바탕에 빛나는 빨간 줄무늬가 눈에 띄는 광대노린재다. 몸길이 20mm에 이르는 녀석으로 노린재 중에서는 대형에 속한다.
▲ 광대노린재. 무당의 차림새처럼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체색을 가졌다. |
ⓒ 이상헌 |
광대노린재는 주로 황벽나무와 회양목에서 볼 수 있으며 작살나무, 산초나무, 등나무, 층층나무, 산수유 등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한편 황벽나무는 껍질을 벗겨내면 노란 속살을 드러내기에 붙여진 이름이며 수피가 두터운 코르크질 이어서 다른 나무와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높이는 약 15m까지 자라며 목질이 단단해 도마를 비롯한 여러 가구와 건축재로 이용해왔다.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을 만들 때 황벽나무를 썼다. 내피 속에 버버린(Berberine) 성분이 들어있어 항균과 방충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는 설사와 이질에 효과가 있으며 버짐이나 입안이 헐었을 때 약으로 쓴다고 적고 있다.
하회탈 같기도 한 광대노린재
▲ 광대노린재 약충. 환하게 웃어제끼는 하회탈을 닮았다. |
ⓒ 이상헌 |
▲ 큰광대노린재. 먹이식물에 달라붙어 주둥이를 꼽고 수액을 먹는다. |
ⓒ 이상헌 |
비슷한 몸매와 생활사를 가진 큰광대노린재는 대개 회양목에 달라붙어 즙을 빨아먹는다. 이 밖에 철쭉이나 목련, 쉬나무, 아왜나무, 산딸나무, 배롱나무에서도 접할 수 있다. 청록색 몸매에 검은색 테두리를 두른 빨간 줄무늬가 시선을 잡아끌며 보는 각도에 따라서 빛을 반사하므로 오묘한 컬러를 보여준다.
신변에 위험을 느끼면, 더덕과 사과향이 합쳐진 듯한 방귀 냄새를 풍긴다.
▲ 방패광대노린재. 남해안과 제주도에 자생하는 예덕나무에 산다. |
ⓒ Goutham K from Wikimedia |
노린재 무리는 짝짓기를 유난히 오래하는 종이다. 꽁무니를 맞대고 며칠간 떨어지지 않기도 하며 손으로 건드려도 자세를 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른 수컷과의 교미를 막아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기 위함이다.
짝짓기 후 암놈은 예덕나무 잎 뒷면에 20 ~ 30여 개의 알을 낳고 부화한 애벌레를 정성껏 돌본다. 천연기념물 제28호로 지정된 예덕나무는 최대 10미터 까지 성장하며 소금에 대한 내성이 있어 바닷가에서도 잘 자란다. 껍질을 달인 물이 소화불량과 복통에 효과가 있기에 과거로부터 천연 위장약으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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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은 추후 한국우취연합의 월간 <우표>에도 게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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