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재건축은 신고가, 강북 재개발은 찬바람.. 거래절벽 속 두드러지는 '온도 차'

허지윤 기자 2021. 3. 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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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가격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거래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정비사업 구역 부동산 시장에서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민간이 주도해서 개발할 재건축 단지에서는 드물게 신고가 거래가 나오고 있지만, 공공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개발 단지에는 찬바람이 부는 모양새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2·4 대책 발표 직전인 2월 첫째 주 0.10% 올라 올해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뒤 6주 연속(0.09%→0.08%→0.08%→0.07%→0.07%→0.06%) 상승 폭이 작아지고 있다.

거래량도 주춤한 모양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집계한 이달 아파트 매매량은 629건(22일 오후 2시 기준)에 그치고 있다. 신고 기한이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인 만큼 거래량이 더 늘어날 수 있지만 작년 12월 7521건, 올해 1월 5744건, 2월 3568건인 것을 감안하면 아파트 거래량 감소세는 뚜렷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지난 15일 압구정동 압구정 현대1차 아파트 211㎡(10층)는 63억원에 거래된 것으로 신고됐다. 직전 고가(51억5000만원)보다 10억원이 넘게 오른 가격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조선DB

준공 40년차가 된 서울 강남 압구정동 미성1차도 거래절벽 속 가격 추이는 오름세다. 지난 1월 전용180.56㎡(4층)짜리가 43억원에 매매됐다. 작년 5월 32억원(2층)에 손바뀜이 있었는데, 역시 약 10억원 가량이 뛴 것이다.

지은지 35년된 미성2차 전용 74.4㎡의 경우 이달 24억2200만원(16층)에 거래됐다. 동일면적 역대 최고 거래가는 전월에 신고된 24억9500만원(12층)에 사례다. 작년 1~3월 동일면적이 19억5000만~ 21억원(13층) 등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1년만에 최대 5억원 가까이 뛴 셈이다.

지난 19일 강남구 압구정로에 위치한 G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구매 의향을 갖고 집을 보러 온 사람은 오늘도 있었다"면서 "매물이 좀 늘긴 했으나 가격을 크게 내린 건 없고, 오히려 호가를 더 올린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정부는 작년 6·17 대책을 통해 조합이 설립되면 10년 보유, 5년 거주 요건을 충족시킨 조합원의 주택만 매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규제가 강화된 이후 서울 한강변에 자리잡은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의 가격은 오히려 오름세다. 압구정 일대 아파트 단지들이 잇달아 조합 설립에 속도를 낸 데다, 조합원 카드를 얻기 위한 매수자들이 이를 받아낸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간 정비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 재개발을 추진하는 구역의 단독주택과 연립주택 시장은 잔뜩 움츠러들어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현재까지 서울 마포구 대흥동 일대 연립·다세대 주택에서 매매 계약이 신고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지난 1월엔 11건이 매매 거래됐으나, 2월에는 2.4대책 전에 거래된 2건만 신고됐다.

1~2월 4건의 매매계약이 등록됐던 단독·다가구 주택도 이달은 현재까지 0건이다. 역시 신고 기한이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거래가 등록될 여지는 있지만, 현지에서는 매수세가 실종됐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대흥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매물이 늘긴 했는데, 찾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빌라 시장에 매수심리가 꺼진 데에는 정부가 2·4 공급 대책을 통해 ‘공공 재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 영향을 줬다. 투기를 막기 위해 빼든 ‘현금 청산’이 결정적이다. 정부는 2·4대책 발표일 이후 부동산을 매입한 토지주들에 공공재개발 방식으로 건축된 주택의 우선분양권을 주지 않고 감정가 기준으로 현금 청산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후암특별계획구역 1구역 1획지 일대 모습. /연합뉴스

특히 공공 재개발 예정지 곳곳에서는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공공재개발 예정지인 서울 마포구 대흥동 대흥5구역 토지 등 소유자 100여명은 ‘공공재개발 사업을 취소해달라’며 구청에 취소 민원을 냈다.

정부가 공공재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서울역 쪽방촌으로 알려진 동자동 땅, 건물주들도 국민감사청구를 제기할 예정이다. 이들은 ‘정부의 강제수용 개발 방식은 사유재산 강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역 동자동 주민대책위 관계자는 "정부의 강제수용 개발방식에 대한 반발이지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공공주택 제공에 대한 반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매수심리가 약해진 영향이 빌라와 서울 외곽 중저가 아파트에서 먼저 나타날 것이라면서 주택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여경희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정비사업 시장에 지금 유입되는 수요는 실거주 목적도 일부 있으나 대체로 미래 수익을 기대한 투자 목적 수요라고 할 수 있다"면서 "노후 빌라의 경우 현금청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사업성이 떨어져 민간 정비사업이 쉽지 않은 입지이거나 조합 간 이견이 큰 구역 내 빌라의 경우 가격조정 여지가 있다"고 했다.

김윤수 빌사남 대표는 "빌라 시장은 현금청산 문제가 불거진데다 다주택 규제가 강화한 데 따른 취득세,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수요가 줄어 가격 조정이 올 가능성이 있다"면서"다만 ‘다 팔고 좋은 것 하나 갖자’ 하는 심리가 퍼지면서 미래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인기 입지 주택에 대한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조합 설립이 재건축 사업의 시작에 불과한 단계인데다 압구정 재건축 단지들이 안전 진단과 건축 심의를 통과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올해 초 재건축 조합을 설립한 아파트들은 2024년 초까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지 않으면 다시 매물이 풀릴 수 있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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