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청 주택담당 공무원까지.. 신도시 발표전 땅 샀다
전문가 "지역 개발정보 이용 의혹".. 광명시 "직원 전수조사"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경기도 광명·시흥지구에서 관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도 신도시 발표 7개월 전 땅을 매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8일 본지 취재 결과, 광명시청 소속 50대 A씨는 주택과에 근무하던 작년 7월 광명시 가학동 임야 793㎡를 4억3000만원에 사들였다. A씨는 20~30대인 자녀 2명 등 일가족 4명의 명의로 땅을 샀다. A씨의 토지 매입 후 7개월 뒤인 지난 2월 정부는 광명·시흥지구를 3기 신도시로 발표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LH 직원뿐만 아니라 지역 개발 정보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지자체 공무원까지 땅 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며 “3기 신도시 예정지에서 이런 식의 거래가 얼마나 많은지 정부 합동조사단이 의지를 갖고 색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창화 광명시 부시장은 “해당 공무원이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를 포함해 모든 시 공무원을 상대로 9일부터 부동산 투기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명·시흥에 앞서 정부가 2018~2019년 3기 신도시로 지정한 5개 지역에서도 정부 발표 직전 토지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월 거래량이 평소 대비 5배 가까이 늘어난 곳도 있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인천 계양구의 순수 토지 거래량은 2018년 9월 73건에서 11월 336건으로 늘었다. 계양구 귤현동·동양동·박촌동 일대 333만㎡는 그해 12월 19일 3기 신도시로 지정됐다. 왕숙 신도시가 속한 남양주시 토지 거래량은 2018년 9월 718건에서 11월 1019건으로 42% 늘었고, 교산 신도시가 포함된 하남시 역시 같은 해 9월 235건에서 12월 472건으로 토지 거래가 늘었다. 2019년 5월 신도시로 추가 지정된 고양·부천 역시 발표 직전 토지 거래량이 늘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여름 서울 집값이 급등하자 9월 ‘9·13 대책’을 내고 “3기 신도시를 만들겠다”고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3기 신도시 지역 토지 거래량이 정부 발표 직전 급증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내부 정보의 사전 유출을 의심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신도시 예정지 대부분이 그린벨트로 묶여 있기 때문에 평소에는 거래가 활발하지 않았다”며 “정부 발표 직전에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났다면 내부 정보가 빠져나간 정황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계양·왕숙까지 투기 의혹… 신도시 발표前 땅 거래 최대 5배 급증
“신도시 지정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몰랐어도 (LH) 내부적으로 돌아다니는 얘기를 듣고 (땅을 매입)했을 수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정에 밝은 전직 고위 관계자는 8일 “광명시흥은 LH 직원이라면 절대로 땅을 사면 안 되는 곳”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신도시 지정에 대한 사전 정보는 LH 본사에서도 극소수만 알지만, 일선 직원들도 자기 업무를 하다가 (신도시 개발에 대해) 전해 듣는 얘기가 있다”며 “특히 광명시흥은 신도시 지정 전에도 LH가 지역 주민들과 개발 사업을 논의하는 지역이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투기 의혹에 연루된 직원들은 3기 신도시 지정이 아니어도 광명시흥이 ‘특별관리지역’ 지정이 해제되는 2025년 이후 민간 개발에 따른 차익을 노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명시흥지구에서 불거진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이 전방위로 확산 중이다. 신도시 조성의 실무를 담당하는 LH와 지자체에서 사전 정보가 유출된 듯한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광명에서는 LH 직원의 추가 투기 의혹이 나왔고, 관할 시청 공무원의 토지 매입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광명시흥에 앞서 3기 신도시로 지정된 5곳(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부천 대장, 고양 창릉)에서는 정부 발표 직전 토지 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땅 보는 사람 늘더니 신도시 발표 나더라”
정부가 2018년 9월 3기 신도시 지정을 처음 예고한 후 전문가와 언론 등에선 광명, 김포 등을 유력 후보지로 추측했지만, 1차 발표 결과는 아무도 맞히지 못했다.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사실을 언급하며 “발표 직전까지 실제 검토하던 곳은 거의 언급이 안 되고 빗나가 신기하고 짜릿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토지 거래량 통계는 정부가 자랑한 ‘철통 보안’이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2018년 9월 73건이던 인천 계양구 순수 토지 거래량은 3기 신도시 발표 직전인 그해 11월 336건으로 폭증했다. 계양구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 중개사는 “평소 토지 거래가 드문 지역인데 3년 전 늦가을부터 땅을 보겠다는 사람이 갑자기 몰리기에 무슨 일인가 했더니 두 달 후 신도시로 발표되더라”고 말했다. 토지 거래가 급증한 때는 국토부와 LH, 계양구가 3기 신도시 구획·개발 계획에 대해 본격적으로 협의하던 시점이다. 순수 투자 목적으로 토지를 구매한 사람도 있겠지만, 많은 전문가가 “내부 정보를 이용한 조직적 투기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LH 직원, 광명 땅 투기 의혹 또 나와
광명시흥에서는 LH 직원이 사전 정보를 활용해 땅을 산 것으로 보이는 거래가 추가로 나왔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8일 “LH 직원들이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광명시 노온사동, 옥길동 소재 임야와 전답 4건 총 8990㎡(약 2700평)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앞서 민변과 참여연대가 발표한 투기 의혹 거래가 시흥시에 집중됐는데, 광명시에서도 수상한 토지 매입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헌승 의원실에 따르면, 이 토지 거래에 관여한 사람 중 4명의 이름이 LH 직원과 같으며, 이 중 3명은 실제 LH 직원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은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투기 행위가 벌어진 만큼,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 등 강도 높은 조치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토지 매입을 두고 “장기적인 개발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광명시흥은 과거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됐다가 해제된 후 2015년부터 ‘특별관리지지역’으로 관리돼왔다.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10년간 전면적인 개발이 금지되지만, 일부 거주 지역에 한해 소규모 개발은 가능하다. 이 개발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 LH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소규모 개발이 불발되더라도 10년이 지나면 개발 권한이 지자체로 넘어가고, 도시 계획에 따라 민간 주도 개발이 가능해진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우크라이나 보안국, 드니프로 때린 ‘오레시니크’ 잔해 공개
- 교회 숙소서 여고생 학대 살해 혐의 합창단장…檢, ‘무기징역’ 구형
- ‘덩실덩실’ 춤추면서 들어오는 손님들...美 카페 정체는
- '한강버스' 선박 실물 첫 공개…경남 사천에서 진수식 열려
- 울산서 대낮에 흉기들고 편의점 턴 20대 검거
-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선수 데니 레예스·르윈 디아즈와 재계약
-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이광철·이규원·차규근 2심 무죄
- KIA 김도영 일구상 최고타자상 받았다
- 장애있는 생후 1주 아이 살해 혐의, 친모 구속
- 부산 지역 가치 담은 ‘도시브랜드 전문점’ 문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