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공급 해당지역 집값만 더 띄워.. 하반기 강보합"
강남 그린벨트서 강북 개발 선회, 정치적 의도 의심.. 임대아파트 공급으론 가격 못내려
추가대책, 3040 집마련에 유리할것.. 유동성, 펀드·리츠 등 간접투자상품으로 분산 필요
먹구름 낀 부동산시장 23번째 대책 발표 초읽기… 전문가 4인 긴급진단
부동산 시장을 향해 역대 최고 수준의 세금에 각종 규제를 더한 정부가 결국 뒤늦게 부동산 공급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흐르는 물을 막기만 해서는 결국이 둑이 커지고 만다는 조언을 뒤늦게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게 어렵게 내놓은 게 용산 정비창 부지 개발과 태릉 국방부 골프장 부지 개발 방안이다.
디지털타임스가 26일 긴급 취재한 전문가들은 이에 "효과는 단기적이고 제한적"이라고 잘라 평했다. 장기적 공급방안이 없어 오히려 단기 호재로 해당 지역 집값만 뛰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시장이 좀더 자유롭게 순환되도록 하는 장기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반기 시장에 대해서는 정부의 증세 등 기세에 눌려 '강보합'을 예상했다.
집값 안정화 방안으로는 계속 주택으로 몰리는 유휴자금들을 다른 투자처로 유인하거나, 다주택자에 대한 좀 더 실효성 있는 규제로 활발한 시장 거래가 일어나도록 유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지털타임스의 긴급 취재에 응해준 전문가는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 등 4명이다.
◇정부 23번째 부동산 대책은 '공급'…태릉 외 용산·탄천·SETEC 등 거론= 정부는 현재 태릉골프장 부지와 용산역 정비창 부지 활용 등 서울 유휴부지 개발과 도심 용적률 상향, 공공 재건축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조만간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 태릉골프장 외 잠실·탄천 유수지 행복주택 시범지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 공공기관이나 국책연구기관 부지 등이 신규 부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23번째 대책은 '공급'에 집중될 것으로 관측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 본부장은 "다주택자들과 법인에 대한 규제는 7·10대책을 통해 이야기됐고 앞으로 어디에 어떻게 공급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공급정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재현 본부장은 "공공청사나 공공용지 등을 통해 공급할 수 있는 물량과 4기 신도시와 같은 수도권 대규모 택지개발이 담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도심 고밀 개발을 위한 도시계획 규제 개선,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도시 주변 유휴부지·도시 내 국가시설 부지 등 신규택지 추가 발굴 등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주민 이전 보상 문제가 적어 빠르게 주택공급이 가능한 국공유지 위주의 공급대책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부 종 상향으로 용적률 완화 방안도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용산 등 일부 알짜 부지는 '긍정적'…태릉은 '한계'= 정부가 현재 검토 중인 서울 용산역 정비창 부지 개발 밀도를 높여 공급하는 방안과 관련해서는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 용산 정비창에 적용된 용적률로는 8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용적률 상향을 통해 정비창 부지에 아파트 수천가구를 더 지어 전체적으로 1만가구 이상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용산 정비창 부지를 아파트촌보다는 업무지구 등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강남과 도심 접근성이 좋아 좋은 대안"이라며 "고밀도 개발을 통해 압축 아파트를 건설하면 직주근접형(직장주거근접형) 수요를 충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랩장도 "강북 부도심 중 교통의 중심이자 알짜 입지라 수요가 많다"며 "용적률을 높여 세대수를 늘리는 것이 공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공급 물량이 공공임대 주택에 집중되면 전세 수요들이 몰리면서 전셋값을 안정시킬 수 있지만, 공공임대 공급 자체를 두고서 지역 주민의 반발이 클 수 있어 실제 공급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재현 본부장은 "용적률을 높여서 공급 가구수를 늘리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여진다"며 "공공임대 비중을 늘리게 되면 주변 전셋값(을 낮추는데)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장재현 본부장은 다만 "브랜드 없는 공공물량의 경우 자칫 지역 내 따돌림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공급의 질도 중요하게 생각해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릉골프장의 경우 이 부지가 가진 한계성 때문에 공급 대책의 효과가 떨어질 것이란 견해도 나왔다. 함영진 랩장은 "태릉 골프장부지는 그린벨트가 섞여 있지만, 태릉선수촌 등과 연계개발이 가능하고 인근에 경춘선 갈매역 이용 및 갈매지구, 별내지구 등과 생활권을 함께 향유할 수 있다는 매력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다만 "그린벨트를 해제한다고 하더라도 훼손이 심해 자연환경의 피해를 덜할 3급지 위주의 제한적인 개발운용이 필요해 보이는데 이미, 강북지역 중 은평구는 뉴타운과 택지개발로 상당한 양의 그린벨트가 해제된 상태고 강북구와 도봉구 등지는 그린벨트가 산을 끼고 있고 그린벨트를 통한 택지 확보가 노원구 태릉 골프장 부지 등으로 제한돼 있는 상태란 점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강남→강북 개발, 정치적 의도 있어…공급으로는 가격 못 내려"= 정부가 앞서 무수한 논란만 낳은 강남 그린벨트를 중도 폐기하고 상대적으로 공급효과가 낮은 태릉골프장 부지 카드를 꺼내든 것은 정치적 판단이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장재현 본부장은 "강남, 목동 등은 그린벨트나 공공청사 등을 통해 임대아파트 공급을 늘리면 반발이 많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그린벨트를 풀어 임대아파트 공급을 늘려도 큰 영향이 없는 강북권을 정치적으로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는 집값 안정에 도움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역적으로 국한돼 시장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장 본부장은 "과거 MB정권때 저렴한 보금자리 주택을 공급했지만, 공급 당시 세계금융위기로 인한 장기적인 침체는 있었을 뿐, 공급에 의한 가격하락은 영향이 없다고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린벨트를 통해 2만 가구를 단기간 공급하는 것보다는 도심권 주요 재건축재개발 지역을 통합해 공공으로 개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효과적이라는 것이 장재현 본부장의 설명이다.
장재현 본부장은 "도시를 좀 더 콤팩트하게 만들어 도시의 편의성을 더욱 높이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게 만들고, 불로소득을 세금이나 임대아파트로 기부채납하게 해 공공물량을 더욱 늘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반기 집값 전망은 '강보합'…투자 활성화·다주택 규제 강화 필요= 정부의 추가 대책이 하반기 집값에 어떤 영향을 줄지와 관련해서는 다소 엇갈린 의견을 보였다. 여경희 연구원은 "다주택자 세 부담 압박으로 '똘똘한 한 채'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고 월세전환, 세 부담 전가 등에 따라 전셋값이 오르면서 매매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경희 연구원은 "또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서울 청약시장의 과열 흐름이 예상되면서 재고 주택시장의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위원은 "횡보장세로 가격과 지역에 따라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며 "세금과 대출 집중 규제 대상인 초고가 주택과 재건축은 보합세를 기록하고 30대들이 많이 찾는 중저가 주택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영진 랩장은 "서울은 당분간 거래 소강 상태와 함께 가격 강보합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주택으로 몰리는 유동자금을 다른 부동산 상품으로 분산시켜야 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함영진 랩장은 "정부의 보유세 인상에 발맞춰 매물 잠김 우려를 줄일 수 있는 거래세(양도소득세) 중과의 일반세율화로 매물유통의 퇴로 확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 램장은 "저금리와 풍부한 통화량을 분산시킬 수 있는 대체투자처 발굴이 필요하다"며 "부동산 펀드, 리츠 등 간접 투자상품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재현 본부장은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를 단기간 강력하게 시행함에 따라 시중에 매물이 많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서 "1주택자들은 갈아타기를 쉽게 만들어줘 매물들이 빠르게 회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재현 본부장은 "한편으로는 공급량을 더욱 많이 해야 된다"며 "특히 도심권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노후주택을 공공개발해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한 주택들을 많이 지어야한다"고 주문했다.
◇"2030 무주책 신혼부부들 이참에 특공 노려라"= 이와 함께 정부의 추가 대책과 맞물려 하반기 내 집 마련은 생애최초 특공이나 신혼특공 등 3040세대 무주택자들에 유리할 것으로 분석했다.
함영진 랩장은 "현정부 주택공급 프로그램은 1주택 교체 수요나 다주택자보다는 무주택 세대주의 첫 내 집 마련이 유리, 유효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수도권 3기 신도시 등 내년 대량의 사전예약이 준비된 만큼 생애최초 특공, 신혼특공 등 관련 물량이 증가하거나 대출 소득 여건이 확대된 계층위주로 소득기준과 특별공급 자격을 잘 확인해 청약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현 본부장은 "최근에 생애최초 물량이 늘어난만큼 무주택자들은 생애최초물량이나 신혼부부 특공을 노리는게 효과적이라고 보여진다"며 "특히 정부가 앞으로 공급량을 늘린다고 공언한 만큼, 주요지역 공급물량 및 청약 경쟁력을 미리 체크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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