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전셋값 안정? 안이한 국토부
‘전세가격 상승률도 예년대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음.’
본보의 5일자 19면 보도(설익고 상충되고… 쏟아지는 부동산 정책 뒤죽박죽 ▶기사보기(http://hankookilbo.com/v/8b8c515f0b324dc5aad761032f40b2a2))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5일 오후 내놓은 보도해명자료의 한 구절이다. 국토부는 연도별 전국 전세가격 상승률이 이전 이명박 정부(2008~2012년)때는 평균 5.6%였는데, 현 정부 들어 2013년 4.7%, 2014년 3.12%를 기록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마디로 “과거에는 전셋값이 해마다 5%씩 올랐는데, 현 정부 들어 3~4%대로 안정됐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정책들이 전세시장을 잘 컨트롤하고 있는데 어째서 문제점을 지적하느냐는 반문도 섞여있다.
과연 그럴까. 통계를 그대로 적용하면 2008년 전셋값 1억원인 아파트는 2012년도에 대략 1억3,000만원수준이 된다. 연평균 약 500만원이 오른 셈이다. 그런데 이 아파트는 2013년에 1억3,600만원으로 오르고, 2014년도에는 1억4,030만원을 넘어선다. 연평균으로 치면 500만원을 웃돈다. 전세가격은 현 정부 들어 되레 더 뛰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상승률 수치가 다소 둔화되는 것은 전셋값이 매매가격의 머리 부근까지 차올랐기 때문이다.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율은 이미 작년 말에 전국 평균 70%를 넘어선 상태다. 게다가 올 들어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전세가율이 90%를 넘긴 아파트가 속출하고 10억원짜리 전셋집도 등장하는 실정이다. ‘미친 전세’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상황이 이런 데도 국토부는 3~4%라는 수치를 앞세워 “전세시장이 안정됐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더욱이 이 수치는 국토부가 “현 정부 출범 후 서민주거안정 방안을 핵심 기조로 삼아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근거 중 하나로 제시한 것이다. 전세시장 안정이 서승환 국토부 장관의 주요 성과 중 하나라는 얘기다.
실제로 그동안 부동산 시장과 시민사회 등에서는 전세난에 대한 국토부의 안일한 인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예컨대 재건축 이주 등의 이유로 올해 전세시장이 요동칠 것이란 시장의 경고가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국토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최근 핵심적인 전세 대책으로 발표한 기업형 민간임대 활성화는 성공하더라도 2~3년 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중장기 정책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인 전세난을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정부의 대책 발표들에 아랑곳없이 꾸준히 상승하는 전셋값 추이가 이를 입증한다.
물론 정부의 시각대로라면 전세시장은 갈수록 안정권에 접어들 것이다. 이미 매매가격 근처까지 오르고 있어 연간 상승률이 5%를 넘기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세난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세가격 상승을 방치하는 것일 수 있다. 국토부는 정말 그런 시점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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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환구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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