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 매대 텅텅 빌 것" 업계 경고가 트럼프 마음 돌렸나
'생필품 공급 중단' 우려에 정책 선회한 듯
상무·재무 동시에 "연준 압박 그만" 조언도
"트럼프, 미 시장엔 반응… 불확실성은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틀 연속 대(對)중국 관세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이유는 자국 경제가 파탄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랐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백악관 경제라인 참모진은 물론 직접 만난 미국 기업인들마저 일제히 우려를 쏟아내자 완강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경제 정책 변화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기업들 "물가 오른다" 비상
결정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마음을 흔든 건 미국 소매업체들로 보인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미국 4대 유통업체(월마트 타깃 홈디포 로스)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 21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곧 마트 진열대가 텅 비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 전쟁의 여파로 사실상 미중 무역이 끊겨, 이르면 2주 안에 생필품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CEO들은 "물가도 곧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화는 즉각적이었다. 면담 이튿날인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중 관세와 관련 "매우 높다. 상당히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23일에도 "2, 3주 내에 관세율을 (새로) 정할 텐데, (새 관세율에는) 중국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중국에 '145% 추가 관세(품목별 최대 245%) 폭탄'을 부과하며 끝장 대결을 선언했던 것에서 크게 물러난 발언이었다. 액시오스는 "트럼프는 '최악의 결과'를 우려하는 시장의 간청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정부 경제 투톱 "파월 해임 실익 없다" 조언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을 해임하겠다는 위협이 완화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월 해임 땐 금융시장 충격이 심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금리를 낮춰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21일 "(파월은) 매번 결정이 늦는 루저"라고 비난해 뉴욕 증시가 폭락하자, 정부 경제 정책을 이끄는 '투톱'이 일제히 진화에 나선 것이다.
나아가 두 장관은 파월 의장 해고가 심각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설사 파월 의장이 해고되더라도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나머지 위원 11명 모두 금리 인하에 부정적이어서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파월을 해고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해임 압박을 철회했다.
다만 불확실성은 끝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저녁 돌연 "금리가 너무 높다. 파월에게 전화하게 될 수도 있다"며 연준을 또 압박했다. 이를 두고 웬디 에델버그 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백악관의 불확실성은 관세 등 극단적 경제 정책보다 더 큰 피해를 주는 요소"라고 꼬집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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