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0만~300만 버는데 '빚쟁이', 대체 왜?
[머니투데이 오상헌기자][개인워크아웃 '고소득·고부채·고연령' 비중커져..."주택대출자 빚부담 원인"]
가계부채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소득이 많고 부채규모가 큰 고연령층의 '개인 워크아웃' 신청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빚을 내 집을 샀으나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른바 '중산층 하우스푸어'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3일 신용회복위원회와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개인 워크아웃 신청자 1만8838명 중 월 소득 200만 원 이상 비중은 4.3%(810명)로 글로벌 금융위기 즈음인 2008년 연간 비중(2.3%)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월 소득 300만 원 초과자 비중도 0.3%에서 0.7%(127건)로 갑절 이상 커졌다. 개인 워크아웃이란 연체기간 3개월이 넘는 다중채무자 중 최저생계비 이상의 수입을 가지고 있어 빚 상환이 가능한 신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채무재조정 프로그램이다.
월소득 200만 원 이상의 개인 워크아웃 신청비율은 2006년 1.5%에 그쳤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3%로 뛰었다. 이어 작년 3.6%, 올 1분기 4.3%로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부채가 많은 그룹의 개인 워크아웃 신청 비중도 커지고 있다. 개인 워크아웃 신청 건수 중 부채 5000만 원 이상 비중은 2008년 5.8%에서 지난 1분기 10.0%로 크게 증가했다. 빚이 1억 원을 넘는 워크아웃 신청자 비중도 2008년 이전엔 평균 1% 안팎에 그쳤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를 넘어섰다.
50세 이상 연령의 개인 워크아웃 신청 비중도 계속 늘어 지난 1분기 25.4%까지 상승했다. 김대익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해 49세 이하 그룹의 워크아웃 신청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3.3%의 감소를 보인 반면, 50세 이상은 8.6%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처럼 고소득·고부채·고연령자의 채무재조정 신청 비중이 늘고 있는 데 대해 "주택가격 상승기에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차입자가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서 대출금 상환 등 현금흐름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5월 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0.97%로 2006년 10월 (1.07%) 이후 5년7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연구소는 또 돈을 빌려 창업한 은퇴 고령자(자영업자)들이 경기둔화와 내수침체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 들어 국내 은행의 개인사업자(소호) 대출은 지난 5월 한 달간 1조8000억 원이 늘었다. 반면, 내수침체 여파로 지난 5월 말 현재 연체율은 작년 말(0.80%)보다 0.37%포인트 급증한 1.17%로 뛰었다.
김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위험 신호가 상대적으로 소득이 많은 그룹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라며 "다중채무자 채무조정 협의체 구성 등 가계의 지불능력 연착륙 유도를 위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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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상헌기자 bbor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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