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이재명 당선돼도 재판 중단 없다’는 입장 분명히 밝혀야”

감명국·이혜영 기자 2025. 4.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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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李 논란에 ‘헌법 84조·68조 2항’ 통합 해석 강조
“‘尹 파면’ 결정 존중하지만 문제 많아…개헌 여론 성숙, ‘4년 중임제’ 통한 정권 중간평가 필요”

(시사저널=감명국·이혜영 기자)

헌법(憲法)이 화두다. 대한민국의 존립 근간이자 민주주의 수호 최후의 보루인 헌법이 국가와 정권의 명운을 결정하면서 2025년 한국 사회는 '새로운 도약'과 '헌정 질서 회복'이라는 무거운 숙제를 받아들게 됐다.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파면됐지만, 이 사태가 밀어올린 '헌법적 과제'와 메워야 할 사각지대는 간단치 않은 문제로 남았다. 시사저널은 학계 원로들로부터 헌정사 두 번째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국면에서 불거진 여러 논란에 대한 해석을 들어본다.

먼저 헌법학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를 4월1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허 석좌교수는 6월3일 조기 대선에 출마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만일 당선되더라도 5개 형사재판은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는 학자적 견해를 밝혔다. 국민 여론이 성숙한 현시점에 1987년 체제의 6공화국 헌법에 마침표를 찍고,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헌법재판소의 신뢰 회복을 위해 개헌안에 국회가 재판관 9인 전원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다음은 허 석좌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시사저널 박정훈

"트럼프 대통령 사례와 비교하는 건 맞지 않아"

6월3일 조기 대선이 실시됩니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형사재판이 대선 일정과 맞물리며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만일 이 전 대표가 당선되더라도 대선 전 시작된 재판은 계속돼야 한다는 주장과 중단돼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이른바 '헌법 84조' 해석을 둘러싼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건 생길 수 없는 논란이라고 봅니다. 헌법 84조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것만 갖고 결론 내선 안 됩니다. 헌법 68조2항이 규정한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는 것과 함께 통일적 해석을 해야 합니다.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재판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판결 기타의 사유로 인한 자격 상실'에 관한 내용이 헌법에 명시돼 있다는 것은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대선 전, 즉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시작된 재판이 당선 이후에 선고되면서 그에 따라 자격을 상실한다는 뜻이거나 아니면 직무 수행 도중 탄핵되는 경우입니다. 대선 전 기소된 재판은 계속돼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면 '판결로 인한 자격 상실'은 성립할 수 없는 조문입니다. 당선된 후라도 재판은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이 같은 법 조항이 있는 것입니다."

'이재명 당선'과 '이재명 유죄 확정'을 모두 가정할 때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오면 다시 6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의미입니까.

"그렇습니다.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당선 전 기소된 경우라면 대선 이후라도 대법원 판결이 진행돼야 하고, 이는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에 포함될 수 없습니다. 논란이 많지만, 헌법 68조2항이 성립하려면 이 해석 말고는 불가능하다는 게 제 학자적 견해입니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대법원이 6월3일 대선 전 이 전 대표에 대한 확정 판결을 하는 것입니다. 또는 '이 전 대표 사건은 대선 후라도 그 결과와 상관없이 재판을 진행한다'는 점을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대법원이 앞장서 헌법적 판단에 따른 깃발을 분명히 들어야 합니다."

이 전 대표를 둘러싼 논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례와 비교됩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해 여러 형사재판을 받았지만, 11월 대선 승리 후 결과적으로 법원이 공소제기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비교 대상이 안 된다고 봅니다. 법적 근거가 다릅니다. 한국은 헌법에 현직 대통령의 형사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명문이 있지만, 미국은 헌법에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조항이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수정헌법 14조3항 '헌법을 지지하기로 맹세했던 공직자가 모반이나 반란에 가담하면 다시 공직을 맡지 못한다'고 규정한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조항을 적용받아 콜로라도주 공화당 경선 참여 자격을 박탈 당했다). 그러나 2024년 3월 연방대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재선을 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전과자에 대한 공직 취임 금지 조항이 없는 데 반해 한국은 선거법을 비롯해 여러 법률에 전과자에 대한 공직 취임을 제한하는 규정이 있어 이 두 사례를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봅니다."

"권한대행 역할, 사고 시와 궐위 시는 달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2인을 지명하면서 파장이 일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저서 등을 통해 권한대행은 제한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현재의 상황과 충돌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이 해석은 현재도 유효하십니까.

"한 권한대행의 헌재 재판관 임명은 정당 행위라고 봅니다.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사고로 인한 것인지, 궐위 상태로 인한 것인지를 구별해야 합니다. 제가 기존에 제시한 해석이나 주장을 바꾸는 게 아닙니다. 사고는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돼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거나 건강 등의 이유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입니다. 사고 시에는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에 권한대행이 '형식적, 소극적 권한'만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입니다.

그러나 사망이나 파면으로 대통령이 사라지는 궐위는 다릅니다. 이 경우 다음 대통령이 선출되기 전까지는 권한대행이 적극적인 대통령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한 권한대행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헌재 재판관을 지명했습니다. 적극적 행위를 할 수 있고, 해야 할 때 대통령 몫의 재판관 2명을 지명한 것입니다. 이는 월권이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조기 대선일이 확정됐고, 전쟁 등의 비상 상황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권한대행이 재판관 2인 임명 절차를 진행해야 할 만큼 상당한 시급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빠지면(4월18일 퇴임) 헌재 재판관은 7명 구성이 됩니다. 헌재법상 심리정족수가 7명이니만큼 심리는 가능합니다. 그러나 7명이 할 수 없는 심판이 있습니다. 헌법소원 심판에서 '인용' 결정을 하려면 6명이 필요합니다. 위헌정당해산심판이나 탄핵심판도 마찬가집니다. 이들 심판 다수가 헌재에 계류 중입니다.

해당 사건을 심판할 때 재판관 7인 체제에서 6명이 인용하는 것과 완전체인 9인 체제에서 하는 것은 결정에 대한 설득력과 국민이 받아들이는 수용성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측면에서 재판관 9명이 중대 결정을 내리는 게 맞다고 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1987년 체제 헌법의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개헌을 통한 새로운 7공화국 헌법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개헌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국민 60% 이상이 개헌을 찬성하고 있는 만큼 개헌에 대한 여론도 매우 성숙된 단계입니다. 현행 헌법은 탄생 때부터 많은 문제점과 한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대통령 5년 단임제입니다. 이는 과거 1970~80년대 장기집권에 따른 영향입니다. 당시엔 '대통령은 한 번만' 그리고 '내 손으로 뽑겠다'는 직선제가 키워드였습니다.

이제는 국민이 선거를 통해 뽑은 대통령이 적어도 한 번은 심판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정부의 4년 업적에 대해 국민이 한 번은 심판해야 합니다. '임기 5년 하면 끝'이 되면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감이 없어집니다. 대통령제인 국가가 임기를 4년으로 하고, 중임 1회 가능 조항을 두는 이유입니다. 우리도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동시에 미국처럼 부통령을 두고 국무총리는 없애야 합니다. 현재 사태가 증명하듯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면 여러 문제가 생깁니다. 러닝메이트제를 도입하면 부통령도 민주적 정당성을 얻기 때문에 대통령이 파면되더라도 지금과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대통령선거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방식도 중요합니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과반 이상 득표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 3가지는 필수적인 개헌 사안이라고 봅니다."

"삼권분립 의거, 대통령도 국회 해산권 필요"

'4년 중임제' 외에 개헌에서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항으로 또 무엇이 있습니까.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회의원에 대한 불체포 특권은 과거 민주화 투쟁으로 인한 정치적 탄압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는데, 현재는 국회의원들이 '상왕' 노릇을 하며 변질됐습니다. 또 대통령에게 제한적으로 국회 해산권을 줘야 합니다. 대통령은 국회에 의해 탄핵소추되는데, 대통령은 국회를 상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삼권분립의 핵심인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재에서 기각되면 대통령이 제한적으로 국회를 해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동시에 헌법 개정 절차를 이원화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 대통령이 바로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및 선거 방법에 대한 부분도 정당의 유불리에 따라 달라지지 않도록 명문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4월4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우리나라는 헌정사 두 번째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는 불행을 겪었습니다. 헌재 결정의 의미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헌재의 파면 결정은 존중할 수밖에 없지만, 문제점은 지적해야 합니다. 이번 헌재의 탄핵 판결을 지켜보며 헌법학자로서 참담함과 허탈감이 들었습니다. 헌재가 탄핵심판의 기초로 삼은 수사기록에 대한 엄정한 검증이 없었고, 기폭제가 됐던 '홍장원 메모'나 '곽종근 진술'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 없이 속도전을 펼쳤습니다. 민주적 정당성이 가장 강한 대통령을 오염되거나 검증도 안 된 증거로 파면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법리적으로 볼 때 문제가 많은 결정이었다고 봅니다."

헌재 선고 후 여러 여론조사를 통해 보면, 국민의 약 70%가 이번 헌재 결정에 공감하고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국민의 정서와 법리는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헌법학자로서 법리에 따른 견해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헌재가 국민 정서에 따른 결정을 내려선 안 됩니다. 저는 현재 9인의 헌법재판관 구성을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지명하도록 한 것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독일처럼 헌법재판관은 국회에서 9명 전원을 다 임명하도록 해야 합니다. 국회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기준으로 선출토록 하면 중립적인 인사들로 재판관이 구성될 수 있습니다. 헌재의 민주적 정당성을 높이고 이념적 치우침도 막을 수 있습니다. 재판관 구성 방식을 완전히 고쳐야 헌재가 제 기능을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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