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주택시장.. 정부는 말로만 "활성화"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140㎡대 아파트를 소유한 최모(44)씨는 요즘 어쩔 수 없이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당초 용인 아파트를 팔고 직장이 가까운 서울에 집을 구해 이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집이 팔리지 않자 서울 입성을 포기하고 용인 아파트는 세를 놓은 뒤 자신도 분당 정자동에 전셋집을 얻었다. 그는 "작년 8월부터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을 내놨지만 7개월 동안 집 보러 오겠다는 전화가 딱 한 통 왔다"면서 "이젠 아예 잊고 산다"고 말했다. 그 사이 5억원을 넘던 집값도 4억원대까지 추락했지만 거래가 없어 시세가 무의미한 상황이다.
수도권 주택 시장이 극심한 거래 공백에 빠져 휘청거리고 있다. 서울은 거래량이 작년의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당장 이사를 해야 하는 실수요자들은 "집이 팔리지 않는다"며 아우성이다. 정부는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주택 거래량 반 토막
올 들어 주택 거래량은 지역에 관계없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1~2월 전국 아파트 실거래량은 8만3000여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6% 감소했다. 서울은 감소 폭이 60%에 달한다. 작년까지 매매가 활발했던 지방도 올해는 40% 가까이 거래량이 줄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물경기 전망이 어둡고 작년 말로 주택취득세 감면 혜택도 끝나 투자 심리가 많이 위축된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는 거래 자체가 끊긴 곳이 수두룩하다. 경기 분당신도시 서현동의 W아파트는 1800여 가구가 넘지만 올해 매매된 아파트는 단 1건이다. 지난해 1~2월에는 20건을 넘었다. 인근 L공인중개사무소 박모 대표는 "통상 이사철이 시작되는 2월부터 거래가 늘어난다"면서 "올해는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집값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올 들어 1억원 이상 떨어진 곳이 수두룩하다"면서 "요즘에는 수요가 탄탄한 강북권 중소형 아파트값도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딱히 내놓을 대책이 없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대로 가면 시장이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도 거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집값이 안정된 것은 대환영이지만, 거래 자체가 얼어붙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거래 활성화 방안을 계속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정부 내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다. 현재 주택 거래 활성화 방안으로 논의되는 내용은 크게 4가지. ①주택취득세 50% 인하 ②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③강남 3개구 투기지역 해제 ④총부채상환비율(DTI) 폐지 또는 완화다. 정부는 그러나 이 중 어느 하나도 쉽게 꺼내 들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DTI는 과도한 가계 대출을 억제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면서 "투기지역 해제도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취득세 50% 인하도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 세수의 대부분이 취득세에서 나오는데 올해 세수가 급감해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며 "지금 세율을 내리자고 하면 몰매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작년 말 발표했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도 3개월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정부는 19대 국회가 개원하면 법안을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부 관계자는 "솔직히 지금으로선 내놓을 대책이 딱히 없다"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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