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친한’ 이시바 낙마, 日 보수우파 귀환… ‘여자 아베’냐 ‘펀쿨섹좌’냐

유진우 기자 2025. 9. 8. 10:1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시바 日 총리, 취임 1년 만에 사임
다카이치·고이즈미 차기 총리 ‘2파전’
日 우경화 가속 우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 전격 사임하면서 일본 정가가 차기 총리 선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포스트 이시바’ 경쟁은 ‘여자 아베’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4) 전 경제안보상과 ‘펀쿨섹(Fun·Cool·Sexy)좌’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44) 농림상의 2파전으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다카이치는 첫 여성 총리, 고이즈미는 전후(戰後) 최연소 총리 자리를 노린다.

일본 농림상 고이즈미 신지로가 2025년 5월 30일 일본 가나가와현에 비축된 쌀을 보관하는 창고를 시찰하며 언론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 아베’ 다카이치 사나에는 강경보수파였던 아베 신조 전 총리 정치 철학을 가장 선명하게 계승한 인물로 꼽힌다. 1993년 중의원(일본 하원) 당선 이후 아베 전 총리에게 직접 발탁돼 총무상, 당 정무조사회장 등 핵심 요직을 거쳤다. 요미우리신문은 특정 파벌에 속하지 않고 오직 이념과 정책으로 지지층을 모아 온 점을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특히 지난해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당원 투표 1위를 차지하며 풀뿌리 조직력을 과시했다. 결선에서 아쉽게 이시바 총리에게 밀렸지만, 올해는 당내 보수파 의원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일본 매체들은 다카이치의 정치적인 행보를 ‘타협 없는 전진’이라고 요약했다. 뚜렷한 메시지를 앞세워 결집력을 최대화한다. 그는 총무상 시절,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아 “전파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발언해 언론계와 거센 마찰을 빚었다. 직설적이고 강압적인 그의 정치 스타일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경제안보담당상이 2023년 9월 1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내각 개편식 중 산책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카이치는 이시바 내각에서 경제안보상으로 재직하며 핵심 기술 유출 방지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뚝심 있게 정책을 밀어붙이는 능력도 입증했다. 경제 정책으로는 아베노믹스를 계승·발전시킨 ‘사나에노믹스’를 내세운다. 경제안보를 최전선에 두고 반도체·방산 같은 전략 산업에 재정을 대거 투입하는 ‘국가안전 보강’을 강조한다. 통화·재정에선 완화 기조를 선호하고,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에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대담한 돈풀기와 국방·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전폭적 투자를 통해 ‘강한 일본’을 재건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 완고함이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자민당은 중·참의원 모두 과반을 잃은 소수 여당이다. 야당과 협상, 타협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다카이치 정치 이력에서 ‘협치’라는 단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역사 문제에 대한 완고한 태도와 외교 경험 부족도 국제 사회에서 일본을 고립시킬 위험 요소로 꼽힌다. 다카이치는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자는 개헌을 주장해 왔고, 매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를 하고 있다. 재팬타임스는 “다카이치 리더십은 위기 상황에서 강력한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더 큰 파열음을 낼 수 있는 양날의 검”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전 총리이자 집권 자민당(LDP) 대표였던 기시다 후미오(왼쪽)가 2022년 7월 10일 당시 참의원 선거를 위한 선거 유세 차량 위에서 자민당 의원 고이즈미 신지로(가운데)와 함께 유권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펀쿨섹좌’ 고이즈미 신지로는 대중적 인기와 뛰어난 정치 감각으로 낡은 질서에 도전하는 인물이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집권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아들로, 2009년 중의원으로 화려하게 정치계에 입문했다. 이후 세간의 주목에도 점차 자신만의 정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2020년 일본 내각 각료 최초로 육아휴직을 사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보수적인 자민당 내부에서 이를 두고 일부 비판이 일자, 그는 “낡은 관행을 깨겠다”며 정면으로 맞섰다.

그는 내각에서 일하며 수차례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환경상 시절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를 다루며 어민들을 직접 만나 설득 작업을 벌였다. 지난 5월에는 농림상으로서 일본 내 쌀값 폭등 사태 해결을 주도했다. 결국 정부 비축미 방출을 이끌어 쌀값 잡기에 성공했다. 뉴스위크 일본판은 그의 이런 행보를 “에너지 넘치는 리더십”이라고 평가했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고이즈미는 이시바 총리 퇴진 과정에서도 막후에서 조율사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볍다’는 이미지는 그가 넘어야 할 산이다. 2019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환경 행사에서 그는 “기후변화와 같은 큰 문제는 펀(Fun)하고 쿨(Cool)하며 섹시(Sexy)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발언해 펀쿨섹좌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가 내놓은 정책은 때로 구체적인 방향성보다 화제성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자민당 핵심 지지층을 의식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서도, 다카이치만큼 확고한 이념적 기반이 없어 정책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화를 갈망하는 대중들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총리직에 오르면 그 기대에 부응할 구체적인 밑그림을 제시해야 한다.

다카이치 사나에(가운데)와 자민당 관계자들이 2022년 7월 9일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시신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에 조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리가 됐을 때 한일 외교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이시바 총리는 과거부터 한일관계 사안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보여 소위 ‘비둘기파’로 분류돼 왔다. 지난달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협력적 관계를 다지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어왔다. 이 때문에 차기 총리에 따라 한일관계가 급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강경 보수 성향인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이 총리가 되면 한일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사실을 부정하는 등 한일 관계에 민감한 사항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드러냈다. 고이즈미는 과거사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직접 방한해 일본 수산물 수입 규제 해제를 설득하는 등 현안 처리에 실용성을 강조하는 유형에 가깝다고 아사히신문은 평가했다. 로이터는 “다카이치가 총리가 되면 한·일 공조 속 한일관계 개선 노력에 차질을 줄 수 있다”며 “고이즈미 역시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같은 상징적 행보가 계속되면 민감한 여론이 재점화될 수 있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